20일 KBS 야당 이사들이 불참한 'TV수신료 현실화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수신료 인상에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냈던 학계,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참석을 거부해 사실상 '반쪽 공청회'로 진행됐다.

KBS 야당 이사 4명은 수신료 인상의 전제로서 △KBS 정관 개정을 통한 제작 자율성 보장 제도화 △국민부담 최소화 △회계분리를 포함한 수신료 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등을 내걸고 KBS 사측과 여당 이사들의 수신료 논의 일정에 '보이콧'한 상태다. KBS 야당 이사들은 지난 13일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 부산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시민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KBS 여당 이사들이 주최한 'TV수신료 현실화 공청회'가 20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렸다. ⓒ미디어스

발제를 맡은 KBS 여당 이사 출신 정윤식 강원대 교수는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교수는 "공영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국가들을 살펴보면 프랑스, 일본과 같이 거의 전적으로 수신료에만 의존하는 모델과 영국과 같이 광고 수입은 없지만 기타 수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모델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한국 KBS는 수신료가 40%, 광고 및 기타 수입이 60%를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수신료 인상은 정체기에 빠진 한국 미디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며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고 상대적으로 광고 재원 비율을 축소한다면 지상파방송은 물론 종합편성 채널과 다수의 유료방송 PP와 인쇄매체에 이르기까지 낙수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청회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수신료 인상의 당위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KBS 현실, 밋밋한 KBS 보도 등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수신료가 올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번에도 잘 안 될 것 같다"며 "KBS 사람들을 보면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결단이 느껴지지 않는다.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면 KBS 야당 이사들을 설득해서 참석하게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KBS는 '열린음악회' '동물의 왕국' 등의 공익적 프로그램을 편성한 뒤 공영성을 실천했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완전히 틀렸다. 공영방송은 정치, 시장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방송을 구현할 때 공영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KBS 프로그램들은 70년대 프로그램 같다"며 "'MBC PD수첩보다도 고발성이 강한 시사프로그램을 우리가 만들겠다, 사회적 약자와 정치적 소수자의 문제를 적극 제기하겠다'는 식의 고민이 엿보이지 않는다. 공영방송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또 "각종 지표상으로 KBS가 좋은 걸로 안다. 그러나 그것은 수치일 뿐이다"며 "KBS 뉴스보면 솔직히 별 감흥이 일지 않는다. 칙칙하고 후진 느낌이 든다. 이대로 가면 KBS 침몰한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수신료 인상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섭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시장, 자본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수신료가 의미있는 것"이라며 "정권은 공영방송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KBS는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며 권력으로부터 공영방송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KBS 사장"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KBS사장이라면 'KBS사장직'이 마지막 직업이었으면 좋겠다"며 "아이가 없는 사람들이 교육세를 내는 이유는 우리 미래의 동력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KBS가 국가기관방송이 때문에 수신료를 당연히 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도록 KBS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KBS 야당 이사들과 KBS 내부 구성원들, 그리고 다수의 국민들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KBS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야당 이사와 의원들, 그리고 KBS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문제에 있어 소통과 전략의 부재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세 저항이 있는 시점에서 국민들이 수신료 인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KBS 수신료가 낮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전체적인 논의만 있을 뿐, 어떻게 시청자 권익을 향상하고 공적 서비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등 인상액 산출 근거가 명확하지 못한 것 같다. KBS 방송에 대한 방향성을 제대로 제시하며 콘텐츠 역량을 키워 국민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KBS 이사회 여당 측 운영위원 한진만 이사는 "다수가 원죄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토론자들께서 소통이 없었다는 말씀을 하지만 (KBS 야당 이사들이) 국장 직선제와 관련한 협상에서는 한 치의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소통의 부재로만 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이사회가 가져서는 안 되는 권한이 방송 내용에 대한 통제다. 편성의 자유는 법에 보장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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