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전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오피스텔에서 나오지 않고 머물러 있는 동안, 댓글 활동의 흔적을 삭제했다는 사실이 경찰의 CCTV 영상을 통해 드러났다. 또 경찰이 여직원의 정치 개입을 확인할 수 있는 게시물을 찾아냈지만 윗선의 시나리오에 맞춰 자신들의 분석 결과를 축소, 은폐했다는 사실도 영상을 통해 다시금 확인됐다.

▲ 비영리 독립 언론 <뉴스타파>의 15일자 보도

비영리 독립 언론 <뉴스타파>는 서울 경찰청 증거분석실이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에 제출한 127시간 분량의 CCTV 영상을 분석했다. <뉴스타파>는 15일 <CCTV는 말한다>에서 경찰 CCTV 분석 결과를 보도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CCTV 영상에 따르면, 분석에 참여한 경찰들은 김씨가 증거인멸을 위해 하드디스크 데이터와 인터넷 게시물을 지웠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한 경찰은 "잠시만요. 이거 (관련 데이터를) 진짜 지운 거 같은데요" "빨리 얘기해야 하는 것 아냐? 라이트(write)했던 날짜라든지…(중략)…'글 지운 흔적을 발견했다' 그렇게 정리하면 될 것 같은데"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CCTV 영상에 따르면, 경찰은 하드디스크에서 삭제됐던 텍스트 파일을 복구했다. 복구된 텍스트 파일에는 여직원 일행이 사용한 닉네임과 패스워드가 적혀 있다. '숲속의참치' '토탈리쿨' '진짜진짜라묜' '투데이이즈' '나도한마디' 등 무려 40여 개에 달했다. 경찰은 이후 발견된 닉네임과 인터넷 접속 흔적을 바탕으로 게시물 확인 작업에 나섰다.

한 경찰은 "다음 대선이 문재인이 당선될 수 없는 이유를 '토탈리쿨'이 추천했습니다"라고 말했고, 이어 "그 글은 추천하면 안되는 것 아냐"라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 경찰은 "정치적으로 약간 중립을 지키지 못한 건 맞아. 그런 것 같지 않아?"라고 물었고 다른 경찰은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는 경찰이 사실상 국정원 직원들의 조직적 선거 개입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윗선의 시나리오에 맞춰 자신의 분석 결과를 은폐하고 축소했다. 한 경찰은 "마지막엔 무조건 다 파쇄해야"한다며 "파쇄하기 싫으면 하드디스크랑 다 파란박스에 봉인하자. 하드디스크랑 보관할 거 봉인한 다음에 2~3달 기다려보고 별일 없다 싶으면 뜯어가지고 wipe-out (파괴)하고"라고 말했다.

▲ 비영리 독립 언론 <뉴스타파> 15일자 보도.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 활동 흔적을 지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후 자신들의 결과 분석을 축소, 왜곡한다.

한 경찰이 "그러면 얘(김모씨)가 방문한 사이틀 밝혀도 되는 것은 되죠"라고 묻자, 다른 경찰은 "애매한 게, 오유에 이 사람이 자주 드나들었다고 말을 하는 순간, 국정원에서 그 오유사이트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발표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라고 답했다.

결국 이들은 국정원 여직원의 증거 삭제 사실, 자신들이 직접 확인한 게시물, 캡쳐해 저장한 증거물 등에 대해서도 모두 입을 닫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16일 "댓글 증거 없다"는 경찰의 허위 수사 발표 1시간 30분 전, 경찰 중 한 명은 나중에 큰 문제가 될 것을 인지한 듯 "다 죽는 거야. 그건 진짜 다 죽는거야. 그건 진짜 다 죽는거야. 이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스타파>의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경찰의 수사 왜곡 정황이 명확히 밝혀진 만큼 국정원과 침묵하는 정부, 이를 비호하는 여당에 대한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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