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한 촛불집회에 수만명이 참여해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를 규탄했다. (뉴스1)

참여연대를 비롯한 284개의 시민단체가 참여한 '국정원 시국회의'가 10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10만 국민촛불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을 규탄하고 △철저한 국정조사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및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등을 주장했다.

주최측 추산 5만명(경찰 추산 1만 6천명)이 모인 이날 서울 집회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도 참여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와 각 당의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시국회의'가 열리기 전 '2차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촉구 국민보고대회'(아래 2차 보고대회)를 열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보고대회에 참가한 민주당 의원은 115명이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달라지는 원칙과 약속에 대해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김 대표는 "박근혜 후보는 대선 당시 절대 증세는 없다고 약속했지만 민주주의가 무너진 자리에 세금폭탄이 터졌다"며 "집권층인 당·정·청이 협의해 만들었다는 세제개편안을 보니 월급생활자에겐 세금폭탄이, 재벌과 슈퍼부자들에겐 세금혜택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도록 침묵하고 있는 박 대통령은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촛불 집회가 진행되던, 오후 8시 30분께 서울광장을 떠났다.

▲ 10일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한 촛불집회에 수만명이 참여해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를 규탄했다. ⓒ미디어스

총 집결된 야권 "박근혜 대통령 사죄해야"

저녁 7시부터 진행된 '국정원 시국회의'는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의 기조연설로 그 시작을 알렸다. 박 대표는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원이 대선에서 저지른 선거공작을 '정상업무'라고 했다"며 "헌법을 수호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시치미를 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의 선거공작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며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사과를 해야 한다.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우리 경찰은 지난해 12월 11일 이후 4개월 간 수사 기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며 "경찰은 그 기간 동안 범죄자들이 남긴 증거를 인멸하는데 도움을 주고 범죄 혐의를 발견했음에도 '증거가 없다'고 거짓말했다"고 밝혔다.

표 전 교수는 "그러나 시간과 역사는 언제나 진실과 정의의 편"이라며 "반드시 진실은 밝혀진다"고 말했다. 연설을 마친 표 전 교수는 가수 정현철의 '걸어서 하늘까지'를 열창해 광장에 모인 이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들은 촛불시민들을 '종북세력'으로 몰았다. 편을 가르고 있다"며 "이는 수십 년 동안 수구세력들의 생존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부정선거는 단죄돼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이라며 "촛불을 들고 당당히 민주주의 파괴세력에 맞서 '민주주의는 반드시 국민의 힘으로 지킨다'는 것을 확실히 이야기하자"고 밝혔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국정원은 민간인을 사찰하고 댓글을 조작하는 등 민주주의를 허물고 있다"며 "국정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다. 국정원 사태의 총 책임자는 박 대통령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국정원을 개혁할 수 있는 사람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천 대표는 "시간이 없다.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며 "국민들은 국정원이 정치 개입하고 시민 뒷조사하는 행위를 결코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무소불위' 박 대통령은 이제는 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촛불집회는 가수이자 성공회대 외래교수인 이지상씨와 가수 이정렬씨의 축하 공연으로 뜨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무더운 날이었음에도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축제를 즐기듯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 가수 이정렬씨의 무대 ⓒ미디어스

SBS만 지미집 촬영…MBC 뉴스에는 촛불 '실종'

한편, 지상파 3사 중 SBS만 지미집(Jimmy Jib, 크레인과 같은 구조 끝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으며 리모컨으로 촬영을 조정할 수 있는 무인 카메라)을 통해 촬영을 했다.

공영방송 MBC는 10일 <뉴스데스크>에서 민주당의 '제2차 국민보고대회'만 화면에 담았다. 서울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시민의 모습은 또다시 외면한 것. 이러한 공영방송의 보도 행태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은 매서웠다.

고승중(80)씨는 "참다 못해 나왔다"며 "주류 언론들이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 특히 조중동 등 주요 신문들은 국정원 보도와 관련해 왜곡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씨는 "TV도 죽었잖느냐"라며 "종편을 위시한 보수 언론들은 국정원을 옹호하고 있다. 공영방송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국민들이 깨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민우(22)씨는 "MBC, KBS는 안 본 지 오래 됐다"며 "민감한 이슈를 알면서도 피하고 있다. 공영방송이라는 간판을 진지하게 떼어 냈으면 좋겠다. 국민을 너무나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오늘(10일)도 외면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공영방송이라면 엉뚱한 보도 대신에 국민의 알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보도로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도 "언론은 국정원 선거 개입의 공범"이라며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부터 드린다. 8일 현직 언론인들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시국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지금 이 현장도 많은 언론 노동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지만 장악된 언론에 의해 보도되지 않고 있다. 언론인이 아닌 정권의 하수인들이 간부 자리를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작년 언론인 500명이 징계를 받았고 수십 명이 해고됐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언론의 개혁을 약속했으나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이를 무시하고 되레 언론인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여기 계신 민주시민 여러분들께 고개를 들 수 있도록, 우리 언론 노동자들은 머리가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 10일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한 촛불집회에 수만명이 참여해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를 규탄했다.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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