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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지상파, '피서'에 올인…사라진 3만 촛불집회[비평] 피서 미룬 시민들 방송사 외면
김도연 기자 | 승인 2013.08.05 11:38

지난 3일 청계광장에서 최대 인원이 모여 국정원 선거 개입 규탄 촛불을 들었지만 지상파 3사는 여전히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지상파 3사는 폭염, 피서와 같은 날씨·생활 리포트를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KBS는 3일 <"회담 제안"…"협상이 먼저">(3번째 꼭지)에서 국정원 선거 개입 진상 규명, 박근혜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는 민주당과 이에 반발하는 새누리당을 담아냈다. 하지만 KBS는 3일 저녁 최대 인원이 촛불집회에 모인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해당 리포트에서 "일부 의원들은 시민단체가 주최한 촛불집회에 합류해 장외투쟁을 이어갔다"고 전할 뿐이었다.

   
▲ KBS 4일자 보도 <여름철 타이어 공기압 높이는 게 안전>

지상파 3사는 국정원 관련 보도에는 소극적이었지만 폭염과 피서에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KBS는 3일 7번째(무더위 속 피서 절정), 8번째(250만 인파…바다 축제 중), 9번째(물놀이 사고 잇따라), 10번째 꼭지(물놀이 안전수칙은?)에서 피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4일 5번째(최장장마끝…본격 폭염), 6번째(도심 피서지도 '초만원') 꼭지도 피서 관련 내용이었다. 이날 9번째로 다뤄진 '앵커&리포트'에서는 "여름철에는 타이어 공기압 을 높이는 게 안전하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MBC도 다르지 않았다. MBC는 3일 <대한민국은 휴가중>이라는 주제로 1번째, 2번째, 3번째 꼭지를 메웠고 8번째 꼭지(상가로 돌진 바다로 돌진)에서는 휴가철에 빚어진 사건, 사고 소식을 다뤘다. 국정원 규탄 집회 관련 보도는 4번째 꼭지(장외투쟁 첫 대중집회)에서 민주당의 집회 참여 소식을 전하는 것이 전부였다.

   
▲ MBC 4일자 보도 <폭염에 정전, 물고기 '둥둥'>

MBC는 4일에도 3번째(49일 최장기 장마…오늘로 "끝"), 4번째(출입국자 최다…해외여행 '절정'), 5번째(짧아진 방학에 휴가 '쏠림') 6번째(아들 구하려다 계곡물에 실종), 7번째(폭염에 정전, 물고기 '둥둥')에서 피서와 폭염과 관련한 리포트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SBS 역시 대규모 집회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SBS <8뉴스>는 3일 5번째 꼭지(첫 장외집회‥"대통령과 담판" 제안)에서 "민주당은 오늘(3일) 저녁 6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보고대회를 열었다"며 "민주당 당원과 일반시민까지 합해 민주당은 1만여 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경찰은 참석 인원을 2천여 명으로 추산했다…민주당의 장외집회가 끝난 뒤에는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촛불집회가 진행되고 있다"고만 밝혔다.

타 방송사와 마찬가지로 1번째(폭염 속 피서 절정‥동해 35.8도), 2번째(해운대 80만 인파‥바다는 축제중) 꼭지에서 피서를 다룬 SBS는 7번째, 8번째 꼭지 등에서도 피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4일에도 피서와 무더위 관련 보도를 1번째(피서지 초만원‥고속도로 '몸살'), 2번째(곳곳 급류 사고‥계곡 피서 주의!), 3번째(오늘로 '장마 끝'‥찜통더위 기승) 꼭지에 배치하는 등 날씨, 생활 뉴스에 방점을 찍었다.

   
▲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 4일 호외

지상파 3사가 피서 보도에 주력하고 있을 때,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4일 호외를 통해 3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집회를 생생하게 소개해 주요 방송사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뉴스타파>는 국정원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과 생각을 영상에 담았고 국정조사에 침묵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를 암묵적으로 따르는 공영방송을 강하게 비판했다.

8월 초가 휴가의 정점이라는 사실과 휴가철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걸 고려하면 피서, 날씨와 같은 보도는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닐 것이다. 그러나 3만에 달하는 시민이 참여한 대규모 도심 집회를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각 방송사들이 '현 정권에 지나치게 굴종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5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정원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보도 가치 측면에서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마땅하다"며 "민주주의 자체를 깨뜨린 사건일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데에서 중요성과 시급성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관점에서 국정원 사태는 자연재해 급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상파 3사들이 날씨, 피서와 같은 보도를 띄우고 국정원 보도에 침묵하는 것은 정치권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자들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방송사 총체적으로 정권의 눈치를 보는, 암묵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는 시민 3만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4,000명)이 모여 촛불을 밝혔다. 시민들은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정치권에 '국정원 국정조사를 똑바로 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사진=오마이뉴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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