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1 언론자유 조종 울린 날>.

오늘자(12일) 중앙일보 2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국정홍보처가 11일 기존 부처별 기사송고실의 인터넷 회선을 차단하는 등 ‘강제 폐쇄’에 들어간 데 대해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출입기자단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브리핑을 거부하는 등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른바 ‘정-언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성명서 제목 고스란히 옮긴 중앙일보

▲ 중앙일보 10월12일자 2면.
12일자 관련 내용을 전한 아침신문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정부의 조치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 중에서 가장 튀는 신문이 중앙일보다. ‘기자실 대못질’이라는 제목으로 정부의 기존 기자실 ‘강제 폐쇄’ 조치를 비판한 대다수 신문과는 달리 중앙은 ‘언론 자유 조종 울린 날’이라는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의 ‘성명서’를 인용했다.

한나라당 ‘성명서’를 인용한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갈등의 본질이 ‘언론자유’의 문제인지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기자실 이전에 따른 논란’을 “언론자유의 조종을 울린”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한겨레 10월12일자 8면.
물론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는 취재 접근 제한으로 여겨질 수 있는 비민주적 독소 조항이 ‘일부’ 포함돼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직후 정부 방침이 언론시민단체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자들의 취재 접근권 제한 논란의 핵심이었던 이른바 ‘총리훈령’이 사실상 백지화된 상황에서 기자단의 무조건적인 기자실 이전 거부가 온당한 지는 세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겨레가 오늘자(12일)에서 “이번 갈등이 언론의 취재접근권이라는 본질적 문제라기보다 기자실 공간이라는 지엽적인 문제라며 기자들의 버티기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실 이전 논란을 언론자유의 문제로 치환하지 말라

정부가 기존 기자실을 폐쇄하고 기자들을 ‘쫓아내는’ 상황이라면 이 문제는 언론자유의 문제가 맞다. 하지만 기존 기자실을 폐쇄하고 새로 만든 브리핑룸으로 이전하라는 정부 방침을 ‘언론탄압’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기존 기자실에서 취재를 하는 것은 ‘언론자유’이고 새롭게 이전하는 통합 브리핑룸에서 취재를 하는 것은 ‘언론탄압’이라는 등식을 내세울 수 있는 기자들의 ‘용기’가 놀라울 뿐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자유의 조종의 울린 날”이라는 제목을 뽑은 중앙일보는 본질에서 벗어나 상당히 오버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를 제약할 부분들이 있다면 그 부분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면 될 일이지 이를 전면 거부하거나 ‘언론 자유’라는 기치를 내걸고 정부와 대립할 사안은 아니다. 대체 취재를 하는 기자 입장에서 기자실이 어디 있느냐 하는 게 무슨 큰 변수가 된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 한겨레 8월31일자 34면.
“이 방안이 시행되면 기성 매체들은 자신들이 배타적으로 누려오던 ‘진정한’ 언론이라는 특권의식과 편의를 포기하고 소규모 매체, 신흥 매체와 동일한 조건 아래 취재하게 된다. 혹시 취재편의와 특권의식, 이것이 표면상 내세우는 국민의 ‘알 권리’보다 더 중요한 반대이유가 아닐까 걱정스럽다.”

이윤재 코레이 대표가 지난 8월31일자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대다수 기자들이 자신들의 ‘취재편의’를 ‘언론자유’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드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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