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민이 만든 광장이 대통령이 만든 광장을 삼키다
2. 버스차벽 뒤로 청와대와 조선·동아는 하나다
한때 청와대만을 고립시켰던 경찰 차벽은 이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까지 청와대의 일부로 아울렀다. 광장 언저리에서 따로 따로 고립됐던 두 신문은 청와대만 보호하는 경찰의 안일함을 매섭게 질타한 뒤, 청와대와 더불어 고립됐다. 프레스센터 위에서 내려다본 부감은 이런 공간 정치학적 해석을 시각으로 입증했다.
3. 시민권력과 시민을 빙자한 국가권력의 차이는?
경찰 차벽 뒤로 ‘관할권’이 넘어간 청계광장 소라탑 앞은 또다른 일군의 ‘시민’들이 행사를 벌였다. ‘노노데모’라는 이름의 인터넷 카페에서 주최한다는 이 행사는 여느 극우단체 행사와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초대형 확성기를 타고 울려퍼지는 노래 가락이 흥겨웠다. <헌법 제1조> 못지 않았다. 이들은 촛불을 끄라고 하지 않고 촛불을 청와대와 조중동이 아닌, 북쪽으로 돌리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4. 미국산 안 먹으면 무얼 먹지?
촛불문화제가 시작하기 전 자리를 잡으러 오가는 시민들 가운데는 손에 손에 오이, 참외, 토마토, 심지어 수박 조각을 든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프라자호텔을 등진 서울광장 언저리 천막 앞으로는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가 나눠주는 우리농산물을 얻어가기 위한 줄이었다. 이날 시민들에게 나눠준 우리농산물은 트럭 네 대분. “전국의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기부해 일주일 동안 모은 것”이라고 전농 관계자가 귀띔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물리친 뒤에 우리가 열심히 먹어야 할 것들이 거기에 있었다.
5. 지금 광화문은 브이포벤데타의 엔딩신
쉰아홉번째 촛불문화제에도 수많은 ‘V’가 등장했다. 지금 대한민국 거리 위의 모든 시민이 바로 ‘V’라고 선언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