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KBS '2007 PBI 세계의 공영방송 <체이서 워- 호주 ABC>의 한 장면이다.

KBS는 세계 공영방송대회 서울총회 주간을 맞이해 세계 각국 공영방송에서 방송된 우수 작품을 하루에 두편씩 내보내고 있다.

11일 방송된 <체이서 워(THE CHASER'S WAR)>도 그중 하나다. 호주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는 사회풍자코미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무대에서 벌어지는 개그를 상상했다간 큰코 다친다. 카메라를 들고 스튜디오 밖으로 나간다. 이들의 무대는 사회다. 스튜디오에서는 그들이 펼치고온 퍼포먼스를 방청객들과 같이 즐긴다. 이런 식이다.

(스튜디오안)

진행자1 : "요즘 공항 검색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많죠. 비행기 타는데 네 시간씩 걸리는 곳도 있답니다."

진행자2 : "네, 테레리스트들 때문에 골치 아파졌어요. 지금까지 알 카에다의 성적을 좀 볼까요? 민주주의도 무너뜨리지 못했고, 자유도 빼앗지 못했지만, 공항면세점을 무너뜨리기는 했네요. 그게 진짜 목적은 아닐까요?"

진행자1 : "요즘은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있는 게 없어요. 물도 안 되고 병 음료도 안 돼요. 하지만 '다빈치 코드'가 금지된 건 반갑네요."

진행자2 : "게다가 소지품은 전부 투명한 비닐백에 넣어야 되죠? 꼭 시체 담아놓은 것 같아요."

진행자1 : "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

이어지는 장면에서 두 남자는 검색대 위의 물건처럼 투명 비닐봉투를 온몸에 뒤집어 쓰고 공항에 나타났다. 그것도 안에 수용복 팬티 하나만 입고 말이다. 그리고 공항 검색 담당요원에게 묻는다.

"소지품은 비닐백에 넣어야 한다던데 이렇게 하면 되나요?"

그 이후에도 이들은 아슬아슬한 실험을 계속했다. '테러리스트'와 '알카에다'라는 이름으로 항공권을 구입하기도 하고, 자동차 지붕위에 강아지를 얹고 달리는 광고를 보고 진짜 이를 따라하다가 강아지가 진짜 죽어버리기도 했다. 핵시설 주변에서는 아랍인 복장과 평범한 미국인 복장으로 건물 주변을 촬영했을 때 주변의 반응이 어떤지도 비교했다. 대형마트 시식코너에서는 고객들에게 평범한 육류나 소스를 개고기나 염소정액으로 속이기도 했다.

이것이 기존의 시사코미디, 기존의 시사프로그램과의 차이점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몰래카메라 기법을 많이 활용했다. 가장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의 형식중 하나다. 하지만 몰카가 옷을 갈아입으니 이런 재미를 줬다. 기자나 PD가 무게잡고 점잖게 비판하느라 놓치는 그 지점을 이들은 풍자로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었다. 우리 자신이 가진 선입견과 편견을 고발하기도 했다.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종종 '현장고발'이라는 이름으로 몰카를 진행하거나 실험을 시도하곤 하지만 <체이서 워>처럼 개운한 맛은 없었다.

국내의 시사코미디가, 혹은 국내의 시사프로그램들이 좀더 과감한 시각을 갖는 계기가 되길 빈다. 시청자가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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