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공공성 해치는 민영미디어렙 도입, 당장 중단하라"

정부의 민영미디어렙 도입 방침에 대해 언론현업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민영미디어렙이 도입될 경우 지역, 종교, 라디오 방송이 고사해 여론의 다양성이 말살되고 언론의 공공성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는 4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곽상아
"코바코 체제는 방송 독립성 유지의 중요한 버팀목"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4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한국방송광고공사 체제는 광고주가 방송 프로그램에 직접 간여할 수 없도록 해 방송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버팀목"이라며 "민영미디어렙은 일부 수도권 지상파 사업자들에게 일시적으로 매출 증대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본과 정치권력에 의한 방송 장악과 프로그램 통제가 합법화·가속화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도권 지상파 프로그램과 지역방송, 종교방송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광고판매제도는 여론 다양성 촉진과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해왔다"면서 "현재의 체제가 해체되고 민영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지역 문화 창달과 지역민의 권리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언론현업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되면 공익적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되면 공익적 프로그램 없어진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방송이 신문보다 비교적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코바코가 방송광고를 간접 판매해서 방송사마다 배정했기 때문"이라며 "코바코를 해체하고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프로그램을은 선정성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공익적 프로그램이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도 "코바코가 없어지면 MBC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과 같은 심층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드라마와 오락만 남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방송의 존재 이유인 사회 환경 감시 기능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 지역, 종교, 라디오 방송 등 작지만 건강한 방송을 지원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지역방송을 말살해 언론 공공성을 뿌리째 흔들려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화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요즘 지역방송인들, 지역방송 고사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잠도 못 자"

이영훈 지역방송협의회 공동의장 또한 "최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민영 미디어렙을 2개 만들지 3개 만들지 모르겠다"면서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적극 환영하는 방송사가 가장 이득을 볼 것이라고 했는데 민영 미디어렙이 무슨 아이들 사탕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장은 "우리 지역 방송인들은 민영 미디어렙 소리가 나올 때마다 지역 방송 고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잠도 못 잔다"고 말했다.

▲ 언론현업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끝내고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집으로 돌아가라"며 '최시중 사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곽상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언론현업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대해 정부가 방송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규탄했다.

"지역MBC가 기업에 넘겨진다"

함현호 언론노조 한국방송광고공사 지부장은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지역과 소수의 목소리가 더 이상 지상파에서 존재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정권의 시녀'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정부의 방송장악을 위해 공공이익을 무시하고 사익방송 구조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제 언론노조 MBC본부장 역시 "민영미디어렙은 이명박 정부의 MBC 사영화 작업의 일환"이라며 "코바코 해체가 진행되면 지역방송의 재정이 어려워져 지역 MBC들은 자연스럽게 기업에 넘겨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방송광고 시장에 독점 체제가 아닌 경쟁적 체제를 마련하겠다"며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코바코) 해체와 민영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방송광고판매대행사) 도입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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