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행동,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50여개 언론시민단체들은 촛불문화제에서 드러난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며 4일 오전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 산하 48개 단체와 천주교인권위원회, 언론광장 등 50여개 언론시민단체들은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가회로 감사원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시민에게 부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하고 과도한 폭력을 행사했다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처벌받아야 한다"며 감사 청구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시민의 인권보호에 가장 앞장 서야 할 경찰이 오히려 시민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국민감사청구 부패행위신고등에 관한 규칙 제 10조에 의거, 국민 679명의 연대서명을 받아 국민감사청구를 한다"고 말했다.

▲ 미디어행동,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50여개 언론시민단체들은 촛불문화제에서 드러난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며 4일 오전 11시 감사원 앞에서 국민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송선영
총 679명이 참여한 이번 국민 감사는 경찰의 과잉 진압과 진압 과정에서의 장비 사용 규칙 위반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들은 이번 감사를 통해 △경찰이 시위 진압 전 철저한 안전교육과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공권력을 과도하게 행사했는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직권을 남용했는지 △위법행위가 있다면 적절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전 국민의 이마에 계급장을 새길 것 같다"면서 "80년대 군사정권도 하지 않았던, 방패와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가격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 위원장은 "의료진과 취재진 또한 폭력의 대상"이라며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경찰을 철저히 감사해 폭력에 대한 진위 여부를 명백하게 가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보수단체의 KBS 감사 청구를 받아들인 감사원이 이보다 더 큰 사안인 국민 폭력에 대한 국민감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감사원도 국민들의 저항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대표는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촛불 시위대들을 폭력 진압에 가까울 정도로 무차별적으로 진압했다"며 "현장에 있던 의료봉사단까지 곤봉으로 때렸다"고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했다.

김 대표는 "감사원은 경찰의 폭력 진압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더 이상의 부상자가 속출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회장도 "지난 6월 28일과 29일 사이, 경찰은 프레스(PRESS)완장을 차고 있던 취재 기자들에게까지 폭력을 가했다"며 "경찰은 이들이 기자인 것을 알면서도 곤봉으로 어깨와 얼굴을 가격하고 취재 장비를 가격했다"고 비난했다.

이 회장은 "취재현장에서 경찰의 기자 폭행은 비일비재했지만 이제껏 경찰은 형식적으로 사과를 했다"면서 "폭력 사용에 대해 경찰의 엄중한 문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3일 서울경찰청에 기자 폭행에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경찰법 제4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조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경찰청훈련 제279호 경찰장비관리규칙을 언급하며 "촛불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대통령령과 경찰청 훈령을 명백히 위반한 사례가 다수 보도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경찰이 국민에게 사과하거나 사후 재발장지 조처를 취했다는 어떤 보도도 접하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감사원이 나서서 경찰청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실시하고 적절한 법적, 행정적 조처를 취해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하는 모습. ⓒ송선영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오전 11시 30분 즈음, 감사원에 국민감사 청구를 제출했으며 국민감사 실시 여부는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친 후 결정된다.

이에 대해 감사원 홍보관리실 한 관계자는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는 분기별로 열리는데 이미 지난 5월 회의가 개최됐기 때문에 아마 8월이 지나고 나서야 위원회가 열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접수된 '경찰 과잉강경진압관련 국민감사'는 감사원에 접수된 감사마다 개별적으로 심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분기별로 모아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에서 감사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적어도 8월이 지나고 나서야 감사 실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감사청구 제도는 공공기관의 업무 처리에 부정이나 법령 위반 등이 있을 경우 일반 국민이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하는 제도로, 국민감사청구·부패행위신고 등 처리에 관한 규칙 제2장에 의해 20세 이상의 국민이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법령위반으로 인하여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 감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보장된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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