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비판 기사가 3일자 조중동 1면에 올랐다. 이들이 인터넷 포털 ‘다음’에 뉴스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이다. 포털과의 전면전인가? 아닌 것 같다. 오프라인 신문시장에선 조중동 영향력이 막강할지 몰라도 온라인에서 뉴스 접촉도는 아직 조중동이 포털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중동이 아무런 대안 없이 뉴스공급 중단하고 포털에 전쟁을 선포한다? 시장논리로 따져도 밑지는 장사가 분명한데 조중동이 이 방안을 단기전으로 선택할 리가 없다. 언론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을 속전속결로 승부를 보겠다는 건 아무리 조중동이라 해도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판알 튕기고 전략·전술 짜고 있을 테니 좀 기다려 보자. 섣부른 단정은 이르다.

▲ 중앙일보 7월3일자 1면.
재판부의 포털 손배책임은 개인 명예훼손에 관한 문제

그럼 뭘까. 조중동 광고불매 운동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다음’에 대한 일종의 압박 정도로 보는 게 정확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3일자 조중동의 1면 포털비판 기사는 하루 앞선 지난 2일자 자신들의 1면 기사와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2일자 조중동 1면을 장식한 건 ‘조중동 광고불매 운동은 위법’이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

먼저 조중동이 3일자 1면에 배치한 기사를 한번 살펴보자.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조용구) 판결 내용인데, CBS <노컷뉴스>가 지난 2일 보도한 내용을 일부 인용한다.

▲ 조선일보 7월3일자 1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요 포털사이트들이 관련 기사의 제목이나 내용을 주요 뉴스란 등 특정 영역에 배치한 것은 유사 편집행위에 해당한다’며 ‘포털은 해당 언론사들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 관련 기사에는 엄청나게 많은 비난 댓글이 달리고 A씨 관련 정보가 검색어 상위에 올랐음에도, 포털들이 게시물 삭제 또는 금칙어 설정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이 판결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눈에 띄게 배치하거나, 대상자를 비방하는 글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데도 포털 사이트가 이를 방치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내용이다. 간단히 말해 개인의 명예훼손에 관한 문제라는 말이다. 자문을 구한 법조인들도 이 같은 점에 동의하고 있다.

방통심의위 시정요구,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운동 권리 침해 논란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정 요구를 내린 건, 이번 재판부의 판결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다. 한국일보 서화숙 편집위원의 <포털과 언론자유>(3일자)라는 칼럼에 이 같은 ‘차이’가 잘 드러나 있다. 좀 길지만 인용한다.

“특정 언론을 비방하는 글 가운데 사주 개인의 도덕성을 문제 삼거나 공적인 영역과 관련 없는 사생활을 폭로하거나 이 기업에 대해 있지 않은 사실을 부풀려 말한다면 이것은 삭제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 문제가 된 글은 이 신문의 논조에 반대하여 그 신문에 광고를 낸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자고 목록을 올린 것인데, 이는 없는 사실을 적은 것도 아니고, 이미 공개된 정보를 재가공해서 의견을 제시한 것 뿐이다. 만일 이 같은 의견마저 위법이라고 한다면 모든 소비자 운동에 대해 족쇄를 채워야 할 것이고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포털사이트들을 채우던 수많은 인신공격성 댓글들은 전혀 제재하지 않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하필이면 이번 건으로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신문기업 편을 드는 꼴이 우습다.”

▲ 한국일보 7월3일자 34면.
네티즌들이 ‘조중동 광고불매 운동’과 관련한 글을 카페에 올리는 ‘행위’는 자유로운 의사표현에 해당하며, 전반적으로 소비자운동 차원에서 바라보는 게 온당하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심의위는 ‘조중동 광고 불매’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인터넷 게시글이 광고 불매 행위에 해당하는지, 법적인 판단 권한이 없다. 방통심의위 시정요구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와 ‘월권’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중동, 포털 비판하려면 제대로 비판해라

▲ 동아일보 7월3일자 1면.
여기까지 놓고 보면 조중동의 의도는 분명해진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시정 요구를 내렸다. 그런데 재판부마저 ‘다음’을 비롯한 인터넷 포털이 가진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바로 이런 이미지를 독자들에게 덧씌우려는 것 - 조중동이 강조하려는 포인트는 바로 이 지점이다. 포털, 그 중에서도 특히 조중동 광고불매 운동의 진원지가 된 ‘다음’을 겨냥한 측면이 짙다.

그러니까 이번 법원 판결과 조중동 광고압박 운동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데, 조중동은 이를 유사한 문제인 것처럼 ‘위장’을 한 셈이다. 제법 그럴듯한 ‘위장’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포털이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들어간다는 정도? 차라리 포털이 가진 문제점을 정면으로 치고 나가면 한국 언론의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텐데 조중동 절대 그렇게 하질 않는다. 3일자 조중동 포털비판 기사의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