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MBC <시사매거진2580> 국정원 관련 보도를 불방시킨 심원택 부장이 이번에는 해당 취재기자를 업무에서 배제해 파문이 예상된다.
심 부장은 지난 16일 국정원 보도 담당 기자에게 돌연 '업무 배제'라는 조치를 내렸다. '업무 배제'란 말 그대로 <시사매거진2580> 제작 과정에서 해당 기자를 아예 배제시키겠다는 의미이며, 이는 사실상 중징계나 마찬가지라는 게 MBC 내부의 대체적 판단이다.
심 부장은 2012년에도 언론노조 MBC본부가 파업 복귀한 이후, 노조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차장 기자에게 업무배제 조치를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신의 지시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같은해 5명의 기자들을 인사위에 회부하거나 신천 아카데미로 보내기도 했다.
시사매거진 2580 취재기자들은 18일 성명을 내어 "심 부장은 (불방 사태에 대해) 자신은 책임이 없다며 해당 기자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며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업무 배제'라는 사규에도 전혀 근거가 없는 해괴한 조치로 해당 기자에게 보복한 것"이라고 밝혔다.
2580 기자들은 "담당 부장이라면 마땅히 기사를 수정하는 합리적 근거와 취지를 설명하며 후배 기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도, 심 부장은 그저 데스크는 내 고유 권한이라는 몽니로 일관하고 있다"며 "기자로서의 최소한의 분석력과 통찰력, 설득력을 전혀 갖추지 못한 심각한 자질 부족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불방 사태 이후 거의 한 달 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던 심원택 부장이 돌연 '업무 배제'라는 기습 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 2580 기자들은 17일 통보된 '2013년 상반기 업적평가' 결과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담당 기자는 시사제작2부 소속 기자 중 유일하게 최하 등급인 'R등급'을 받았다.
2580 기자들은 "심 부장은 업무배제와 인사고과 이유에 대해 '해당 기자가 부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아, 같이 일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며 "심지어 '해당 기자의 업무성과와 질이 마음에 안든다'거나 '그 기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모호한 핑계까지 덧붙이는 대목에선 분노를 넘어 씁쓸한 연민마저 느껴진다"고 밝혔다.
2580 기자들은 또 "대체 어떤 보직 부장이 다른 사람들의 '평판'을 고려해 인사 고과를 매긴다는 말인가"라며 "업적평가는 엄연히 해당 기간에 '평가대상자가 수행한 업무실적에 대해 평가한다'고 사규에도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2580 기자들은 "해당 기자는 법조반장과 시경캡을 거쳤고, 한국기자상 등 여러 차례 사내외 특종상을 받은 기자"라며 "MBC 입사 이후 16년 간 주요 부서를 거치며 각종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선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인물로 평가된다. 심 부장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었다는 '평판'조차 자의적으로 선별하는 전횡을 저질렀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2580 기자들은 "독선과 아집, 무능력의 허물에도 불구, 공영방송 MBC에서 근 30년 녹을 먹은 심원택 부장이 진정으로 회사를 위한 일말의 애정이 남아 있다면 스스로 보직 부장 자리를 내려오는 것뿐"이라며 "회사 역시 사장이 중점을 두고 있는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속히 심원택 부장의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디어스>는 심원택 부장에게 수 차례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