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MBC < PD수첩> 제작진에게 원본 테이프를 요청한 가운데 < PD수첩>에 대한 집중적인 탄압을 통해 이명박 정권의 위기 국면을 전환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은 3일 '이명박 정권 방송장악 저지행동'을 결성하고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이명박 정부 방송 장악 책동 고발'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이 <PD수첩>을 겨냥해 수사하는 것은 국민들 앞에 검찰 스스로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은 3일 오전 11시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이명박 정부 방송 장악 책동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송선영
이 자리에 참석한 언론노조 MBC본부 박성제 위원장은 검찰이 < PD수첩> 제작진에게 원본 테이프를 요구한 것과 관련 "제작진에게 원본 테이프를 요구하는 것은 취재 기자에게 취재수첩을 내 놓으라고 하는 것과 같은데 과연 이러한 요구에 어느 기자, 어느 언론사가 취재수첩을 내 놓겠냐"며 검찰의 행위를 강하게 비난했다.

"< PD수첩> 하나만 골라 악랄하고 지독한 언론탄압 하고 있어"

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굴욕적 면모를 수많은 언론들이 보도했는데 정부는 그 중에서도 시초가 된 < PD수첩> 하나만을 골라 악랄하고 지독한 언론탄압을 하고 있다"면서 "< PD수첩> 탄압을 통해 정권 위기를 전환하고 지금의 국면을 전환시키려 한다"고 힐난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MBC 노동자들은 정부의 < PD수첩> 죽이기 책동에 맞서 다음 주 전체 조합원 1000명이 상경해 대규모 규탄 집회를 가질 것"이라며 "MBC 뿐만 아니라 공영방송 장악 음모의 대상이 되고 있는 KBS와 YTN에 대한 언론 장악 시도에 대해서도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아울러 "MBC 전 집행부가 수갑을 차는 한이 있더라도 정부의 언론 장악 음모에 대해 결사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던 촛불이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장악'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민의 기대와 바람에 어긋나지 않도록 YTN 낙하산 사장을 막아내고 MBC와 KBS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 발언을 하고 있는 언론노조 MBC 본부 박성제 위원장. ⓒ송선영
언론노조 YTN지부 현덕수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 특보인 구본홍씨가 YTN 사장으로 내정된 것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방송의 논조를 조율했던 당사자가 YTN 사장으로 내정됐다"며 "이는 구본홍씨 스스로가 지난 30년의 방송 경력을 스스로 욕보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구본홍 사장 내정,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것"

현 위원장은 "이는 정부가 더 이상 국민과의 소통을 하지 않고 자신과 일치되는 하수인을 방송사 사장으로 내정해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오는 1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구본홍 사장 내정자가 사장에 임명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민주당 언론장악음모저지본부 소속 김재윤 의원도 "방송의 위기는 언론의 위기이고, 언론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면서 "자기 입맛에 맞도록 언론을 좌지우지한다면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KBS에 대한 통제와 < PD수첩>에 대한 수사를 그만두고 YTN 구본홍 사장 내정자를 그만 두도록 해야 한다"면서 "언론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현업 언론·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권 방송장악 저지행동'을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언론 장악 규탄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고차원 위원장은 "현재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며 "오늘(3일) 이 자리가 현업 언론인과 시민단체가 정부의 언론 장악을 저지하기 위한 본격적 활동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오는 4일 오후 2시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참석한 뒤 '공영방송 지키기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퇴진 운동에 들어간다.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1000명도 다음 주께 검찰의 < PD수첩> 수사를 비롯한 정부의 언론 장악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며 언론노조 YTN 지부도 다음주부터 구본홍 사장 내정자 저지를 위한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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