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탈북자 기록 9000여 건을 미국에 통째로 넘겼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11일 보도에서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우리 미국 정부는 엄청난 양의 북한 관련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의 합동심문센터가 생산한 9180건의 탈북자 관련 파일이다")을 인용하며 국정원이 탈북자 기록을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에 넘겼다고 밝혔다.

▲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 11일자 보도 (뉴스타파 제공)

주한 미 대사관은 지난 2007년 7월 9일 미 국무부에 보낸 2급 비밀전문을 통해 DIA 한국지부가 국정원과 한국 정부의 정보기관 등으로부터 탈북자 관련 보고서를 넘겨받았다고 보고했다. 이 비밀 전문에 따르면 국정원이 미 정보기관에 넘긴 탈북자 관련 기록은 모두 9180건으로, 1997년부터 2007년 전문을 보낼 당시까지 수집된 자료다.

1997년부터 2007년 2월까지 우리나라에 정착한 탈북자는 9139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기간 동안 합동심문센터에서 생산된 탈북자 관련 기록 전체가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비밀 전문에 따르면, 주한 미대사관은 이 기록들이 북한 정권의 안정성 평가와 북한 정권의 붕괴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데 유용하다며, '하모니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DB를 구축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요청했다.

하모니 데이터베이스는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등지에서 수집된 알카에다 관련 기록을 미 육군사관학교 대테러센터에서 영어로 번역하고 데이터베이스화 한 프로젝트다. 미국 정부 기관들은 테러와의 전쟁 시 하모니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미국에 전달된 탈북자들의 자료는 개인 신상과 북한 내부 정보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한 사람 당 30~40 페이지 많으면 100페이지가 넘는 경우도 있다.

한 탈북자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자료가 미국에 갔다는 것 자체를 허용하지 못한다"며 "나는 대한민국 국기 앞에서 국민으로서 선서한 것이다. 누군가 유출했다면 반드시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법에 따라 자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할 정보는 감추면서 개인 정보와 국인과 관련한 정보는 통째로 미국에 넘겼다"며 "개혁돼야 할 국정원의 두 얼굴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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