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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사업' 감사 결과, 지상파의 뒤늦은 호들갑[비평] 황폐화된 4대강, 방송사에게도 책임있다
김도연 기자 | 승인 2013.07.11 11:44

MB 정부의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위한 공사였다. 감사원의 10일 발표에 따르면, 4대강 기획단은 낙동강 최소 수심을 2.5m로 잡았다가 대운하 설계 당시의 수심인 6m로 변경했다. 대통령실의 요청에 의해 당초 계획에 비해 준설 및 보의 설치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 선언이 '거짓'이었다는 것이 감사원에 의해 탄로났다.

   
▲ SBS <8시뉴스> 10일자 리포트 '4대강 사업하며 대운하 계속 추진' (SBS화면)

뒤늦은 지상파 3사 '호들갑'…그래도 SBS가 낫다

감사원 발표 이후, 지상파 3사는 뒤늦은 '호들갑'을 떨었다. 학계, 환경단체 등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줄곧 있었음에도 그간 이를 외면했던 지상파 3사는 10일 일제히 자사 메인뉴스를 통해 감사원 결과를 보도했다. 이례적으로 청와대까지 강도높게 비판한 사안이었던 만큼 지상파들도 외면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SBS <8시뉴스>는 톱으로 두 꼭지를 할애했다. SBS의 김성준 앵커는 <4대강 사업하며 대운하 계속 추진>(1번째)에서 "잊혀졌던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되돌아왔다"며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공약을 포기한다고 선언하고는 사실상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고 감사원이 오늘(10일)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앵커는 "(감사원은) 건설업체들의 담합이 쉽게 진행됐고, 당시 정부도 담합 처벌에 소극적이었다고 판단했다"며 "파장이 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꼭지 <청 "국민 속인 것…전모 밝혀야">에서는 4대강 감사 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보도했다. SBS는 "이정현 홍보수석은 청와대 공식 입장이라고 전제하면서 '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면서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 일'이라고 비판했다"며 "청와대의 강경한 입장 표명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있다면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가리겠다는 뜻이어서 향후 4대강 사업에 대한 관계당국의 전방위 조사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톱으로, 그러나 '민망한' MBC…KBS는 13번째

과거 <PD수첩>의 '4대강, 수심 6m 비밀' 편을 막기 위해 방송 보류 결정까지 내린 바 있는 MBC도 <뉴스데스크> 첫머리에서 감사원 결과와 이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담아 보도했다.

MBC는 <"대운하 염두 두고 4대강 사업">에서 "대운하 포기 선언 이후에도 당시 대통령실은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당시 국토부는 이를 받아들여 준설량과 보의 설치 규모를 계획보다 확대해 추후 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어, MBC는 "감사원은 국토부가 4조 원대의 턴키 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해 대형 업체의 담합 빌미를 줬고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특별한 이유없이 조사나 처리를 지연하고 과징금을 깎아주는 등 담합 대응도 부적절했다고 결론내렸다"며 "이같은 감사결과에 대해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사실이라면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국민을 속인 것이라며 관계부처는 전모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 MBC <뉴스데스크> 10일자 리포트 "대운하 염두 두고 4대강 사업" (MBC화면)

MBC와 SBS가 감사원 결과를 톱으로 배치했지만 KBS는 13번째 꼭지로 다뤘다. KBS는 <"대운하 염두 추진">에서 "당시 국토해양부는 대통령실이 대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해 달라고 요청하자 4대강 사업을 통해 대운하를 추진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며 "하천 준설량은 당초 2억 2천만에서 5억 7천만 3제곱미터로 늘었고, 4개였던 소형보는 16개의 중대형 보가 들어서는 것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이어, KBS는 "담합을 방치한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4조 원이 넘는 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해 경쟁을 제한했고, 공정위는 담합을 적발하고도 13개월동안 처리를 지연했다고 감사원을 설명했다"며 "특히 과징금을 줄여주면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고, 가중 부과를 포기한 사실도 확인됐다. 청와대는 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이고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 일이라면서 잘못된 부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지상파의 뒷북…최승호 "MB와 김재철, 김인규도 책임져야"

지상파 3사는 감사원의 결과와 청와대의 입장을 전달하며 대운하 사업의 심각성을 뒤늦게나마 고발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시공 이전부터 비판 여론이 거셌고, 학계와 환경단체로부터 졸속 공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상파 3사의 '사후약방문'은 4대강 유역 정비로 둔갑한 운하 사업이 정부의 방종하에 국민의 세금을 빼먹는 '복마전'이 돼 버린 것을 막지 못했다.

   
▲ 최승호 PD는 지난 2월 임기 5년을 마치고 서울 논현동 사저로 귀가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4대강 수심 6m 비밀, 직접 지시를 하신 겁니까?"라고 묻다가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감사 결과 발표 이후, <PD수첩> '4대강, 수심 6m 비밀' 편을 제작한 최승호 PD는 자신의 SNS에 "4대강 사업이 이처럼 어마어마한 예산 낭비와 국토파괴를 낳은 것은 MB와 정종환등 추진 주역 뿐 아니라 김재철, 김인규 등 공영방송 장악자들의 죄가 크다"며 "MBC는 지금도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등 4대강 방송을 막은 사람들이 잡고 있다. 이들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이 국민의 감시견이 아닌 권력의 앵무새를 자처한 결과, 22조에 달하는 국책사업은 국민과 후대 세대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 돼 버렸다. 최고 권력자의 방만한 사업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되레 정권을 비호한 공영방송 경영진들에 대한 최 PD의 '일갈'이 시원하면서도 씁쓸한 이유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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