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광우병 파동에서 나타난 언론의 자유와 한계' 토론회에서는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 MBC <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 엇갈리는 언론보도 등 주요 쟁점을 두고 각기 다른 성향의 토론자들이 평행선을 달렸다.

중앙·동아 관계자 토론 나서…광고주협회도 참석

이날 토론회에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관계자가 토론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광고주협회 김이환 부회장도 참석해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중앙일보 손병기 광고기획담당 이사는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에 대해 "소비자운동이 아니며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신문에 대한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손 이사는 "네티즌들의 표현 방식을 보면 명백한 폭력이고 탈법인데 이것을 소비자운동으로 호도하니 사회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 손병기 이사 "광고중단 운동, 언론사 존재 부정하는 범죄행위"

손 이사는 또 "광고는 미디어 기업에서 절대적인 재원"이라며 "광고불매 운동은 언론사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2일 언론학회 토론회에서 중앙일보 손병기 이사(가운데)가 토론하고 있다. ⓒ정은경
손 이사는 광고주인 기업의 입장도 대신 설명했다. 그는 "광고는 기업 고유의 경영 활동인데 이를 강요하는 것은 경영에 대한 위협이고 매우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본인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상대방에게는 한끝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적기에 광고를 하지 못해 기업이 입는 경영 상의 손해는 누가 보상해줄 것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손 이사는 이어 "신문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하지만 다중의 폭압으로부터도 용기있게 독립해야 그 기능을 할 수 있다"며 "어떤 신문을 보지말라 강요하는 것은 오만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미디어연구소 종합심의팀장을 맡고 있는 박선홍 기자는 "왜 이렇게 서로 남들 탓만 하나. 자기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릴 수는 없느냐"며 "여유와 관용을 갖고 너그러이 용서하자"고 말했다.

광고주협회 김이환 부회장 "기업경영에도 상당한 위협"

광고주협회 김이환 부회장도 "특정 신문의 논조를 이유로 광고를 하라 말라 영향을 미친다면 기업이 어떻게 자유로운 경영을 하겠느냐"며 "헌법 119조 1항에도 '모든 기업은 자유롭고 창의로운 경영을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광고중단 운동이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진보 매체에 광고를 주지 말라고 할 때는 어떻게 볼 거냐"며 "기업은 홍보할 때는 항상 을의 입장이고 힘이 없다"고 호소했다.

김종배 인터넷 저널리스트 "황우석 사태 때 조중동은 뭘 했나"

광고중단 운동이 언론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주장에 대해 김종배 인터넷 저널리스트는 "황우석 사태 당시 < PD수첩>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었을 때 조중동은 언론자유를 고려해 < PD수첩>을 편든 적이 있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고 꼬집었다.

일부 언론이 다음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 카페에 폐쇄 요청을 한 데 대해서도 그는 "언론의 자유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카페도 존중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는 독점적 권리가 아니다"라며 "근거 없는 자만심을 버리고 원오브뎀(one of them)으로서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창조한국당 김동민 집행위원장 "광고중단 캠페인 정당하다"

발제에서 고려대 심재철 교수가 광고중단 운동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등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창조한국당 김동민 집행위원장은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상한 음식은 한 두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그 사실이 알려지면 판매가 중단되지만 조중동은 왜곡된 정보로 국민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사회적 해악을 미친다"며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만큼 광고중단 캠페인은 정당성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도 "현재 조중동의 보도행태는 △현실적 악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진실에 대한 무시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킨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 "조중동, 언론자유 중요하다면 검찰에 문제제기하라"

MBC <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도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통합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 PD수첩>은 고발 프로그램이고 당연히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게 그 역할"이라며 "< PD수첩>이 그 역할을 다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검찰과 농림부가 나서서 < PD수첩>의 언론자유를 해치고 있다"며 "조중동은 언론자유를 내세워 검찰에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MBC 한학수 PD "검찰 원본공개 요구 부당"

MBC 시사교양국 한학수 PD는 "검찰이 < PD수첩>에 원본공개를 요청한다고 하는데 미국 주요 사이트에도 다 나와있는 내용이고 원본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 "하지만 원본을 공개하면 앞으로 취재원들이 어떻게 < PD수첩>을 믿고 말해주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나마 '맷집'이 있는 < PD수첩>마저 이렇게 당하는데 앞으로 어떤 언론이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겠느냐는 것이다.

▲ 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6시30분께 끝났다. ⓒ정은경
한 PD는 "이미 법원 심리가 진행 중인 사건에 형사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며 "보수 진보를 떠나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PD는 광고중단 운동에 대해서는 2005년 황우석 사태를 떠올리며 "당시 MBC와 < PD수첩>은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한국의 책임 있는 주요 언론사라면 진실 보도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라고 은근히 조중동의 태도를 비꼬았다.

이대 이재경 교수 "경찰기자도 논객 된 듯…사실에 대한 접근 부족"

양극단으로 엇갈리는 언론보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이재경 교수는 "언론은 협상 결과 발표를 중계하는 정도에 그칠 뿐 정말 문제가 있는지 찾아본 건 < PD수첩> 하나였다"며 "기자들이 취재 능력이 부족하거나 취재에 뜻이 없다고 본다. 심지어는 경찰기자도 논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언론을 보면 시위대의 숫자가 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의 차이가 큰데 언론은 왜 직접 추산하지 않느냐"며 "기본적으로 사실에 대한 존중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향 이재국 기자 "사실보도, 싸잡아 비판해선 안돼"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 정치부 이재국 기자는 "조중동과 경향, 한겨레 보도가 다르다고 해서 싸잡아서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경향신문도 나름대로 사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조중동의 보도 사례와 비교해 경향을 비판한다면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이 기자는 광고중단 운동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도 기업들이 조중동에 광고를 안하면서 경향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기업이 조중동에는 약자인지 모르나 저희에게는 강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향마저 힘든 마당이니까 광고탄압이라고 할 것인가.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실리 챙기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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