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부터 신동호 아나운서국 국장이 MBC 라디오 <시선집중> 진행을 맡았지만 정치권의 민감한 이슈를 외면해서는 공영성과 경쟁력 모두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손석희 전 교수가 JTBC 보도 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시선집중>이 정치적 이슈 아이템을 외면하고 있어 MBC내부 위기의식이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손석희 전 교수가 진행하던 '시선집중' (MBC 화면)

침묵하는 <시선집중>…SBS·CBS는 정치 이슈에 적극적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실위가 9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진행자 공백 기간(5월 12일~ 6월 30일) 동안 <시선집중>에서는 국정원 선거개입 아이템을 거의 다루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SBS와 CBS는 각각 12번, 10번 국정원 이슈를 다뤘지만, <시선집중>은 6번에 그친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에서도 SBS, CBS와의 차이가 드러났다. 국정원 선거개입 핵심 당사자인 황교안 법무부장관,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이름이 <시선집중>에서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사법처리 방식을 두고 대립각을 세운 황교안 장관과 검찰, 정치권 안팎으로 불거졌던 곽상도 수석의 수사개입 논란 등 민감했던 이슈들은 <시선집중>에서 찾기 어려웠다.

또한 <시선집중>은 지난달 14일, 검찰의 수사발표와 기소 직후에도 국정원 이슈 관련 인터뷰를 방송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을 다룬 6번 가운데 2번은 여·야 대변인이 등장해 국정원 국정조사 논란을 공방처리하는 방식으로 채워졌다. NLL과 관련해 각종 언론들이 권영세 주중대사와 김무성 의원의 발언을 주목했을 때에도 <시선집중>은 이를 다루지 않았다. 현 정권의 실세들 관련 의혹에 대해서 침묵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SBS <서두원의 시사초점> , <한수진의 전망대>는 적극적으로 정치적 이슈를 다뤘다. 민실위 보고서에 따르면, CBS <김현정 뉴스쇼>는 관련 인터뷰와 뉴스 분석을 12번 냈다. CBS가 황교안 장관, 곽상도 수석 등이 개입했는지 여부와 검찰 수사결과 대한 분석, 국정원 선거개입의 의미를 짚었다는 데에서 MBC <시선집중>과 차이가 있었다.

SBS 아침 시사프로그램들도 10번 이상의 관련 내용을 다뤘다. 민실위 보고서에 따르면, 5월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등 국정원의 불법성 문건작성을 주제로 한 인터뷰를 비롯해, 지난달 10일 검찰 수사 난항, 11일 곽 수석의 수사개입 논란과 원 전 국정원장 구속수사 논란을 인터뷰를 통해 내보냈다. 검찰발표 직후인 지난달 17일과 18일에는 총 4번에 걸쳐 국정원 선거개입사건의 의미와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한 비판을 담은 인터뷰를 했다.

박정희 기념공원 홍보 인터뷰 논란도

<시선집중>은 국정원 이슈를 외면한 대신 박근혜 정부 편향된 방송을 해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선집중>은 지난달 11일 '박정희 기념공원'과 관련해 최창식 서울시 중구청장 인터뷰를 내보냈다. 박정희 기념공원은 박근혜 대통령도 우려할 만큼 논란이 큰 사업이었다. 당시 MBC는 최창식 청장을 섭외해 박정희 기념관의 필요성을 일방적으로 홍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MBC 민실위는 "타사들의 경우 이 사안을 다루면서 시사평론가들의 논평을 통해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종합해 평가했다"면서 "그런데 유독 '시선집중'은 중구청장이 직접 출연했다. 그는 5.16 쿠데타와 박정희 기념관의 당위성을 일방적으로 홍보해 청취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실위는 "친일파에 대한 미화 논란이 일고 있는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현대사연구회의 역사 검정교과서 문제 또한 다른 매체에서도 다루었지만, 역사학계의 비판은 따로 싣지 않은 채 당사자들의 주장만이 일방적으로 방송된 건 <시선집중>이 유일했다"며 "같은 이슈를 다룬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당사자인 한국현대사연구회 회장과의 인터뷰와 함께 비판적인 역사학계 학자의 인터뷰도 함께 방송됐다"고 말했다.

▲ 신동호의 시선집중 (MBC 홈페이지)

사측 "객관적 보도 지시했을 뿐" 해명

이러한 민실위의 지적에 대해 사측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민실위에 따르면, 김도인 MBC 라디오국장은 "균형있게, 객관적으로 보도하라고 지시했을 뿐 다른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라디오 아이템 선정 기준이 방송제작가이드라인에 따라 방송되고 있기에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에 민실위는 "시선집중은 MBC 라디오 광고를 견인해 왔다. 새로운 뉴스를 만들어내는 힘이 크고, 오피니언 주도층에게 큰 신뢰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그런 영향력은 사라지고 있다. 빠진 진행자의 자리는 크게만 느껴지는데 아이템을 다루는 힘은 약해지고, 새로운 뉴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실위는 "타사에 비해 압도적이었던 MBC 라디오의 공영성과 경쟁력은 지난 사장 시절 큰 상처를 입었고, 구성원들은 자괴감에 빠져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선집중>의 표류는 자칫 MBC 라디오 전체를 한 순간에 위기로 빠져 들 수 있으며 새로운 진행자가 앞으로 성역 없는 인터뷰와 뉴스생산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MBC 라디오의 생존이 달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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