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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 노동자, KTis 콜센터 업무는 괴로웠다[인터뷰] KTis 초대 노조위원장 이재찬 씨
권순택 기자 | 승인 2013.07.07 20:12

“순음청력검사결과 우측이 약 56dB로 일상적인 업무 및 대화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
“전화상담 등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좌측청력 보호를 위해 장시간의 이어폰이나 헤드셋 사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음”

KTis에서 ‘콜’센터 업무를 맡고 있는 이재찬 씨의 의사소견서이다. 그는 선천적인 난청 환자다. 이 상태에서 콜 업무를 맡다보니 실적이 나쁠 수밖에 없었고, 이 씨는 사측으로부터 18회라는 경고를 받았다. 이 씨는 현재 과도한 업무와 경고누적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이재찬 씨가 콜업무를 맡게 된 석연치 않은 과정에 있다. KT는 2008년 고충처리업무(Voice of customer 고객클레임, VOC)를 분사하면서 정규직 직원 500여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KT는 500여 명에 대해 자회사인 KTis와 KTcs에 △3년간 고용보장, △이전 급여 70% 지급, △새로운 인센티브 제공, △추후 지속적인 고용 보장 등을 약속하며 본사의 명예퇴직에 응하도록 했다.

그런데 KT는 지난 2011년 6월, VOC 업무를 다시 본사에 귀속한다고 밝혀 논란을 촉발시켰다. KTis와 KTcs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노동자들이 갈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재찬 씨 역시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KTis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명예퇴직을 종용했고 ‘원거리 발령’, ‘쉬는 시간 축소’, ‘교육 뺑뺑이’ 등을 강요하기도 했었다.

   
▲ 5일 KTis 콜센터에서 일하고 잇는 난청 환자 이재찬 씨를 만났다ⓒ미디어스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자르기 위해 KT가 VOC 업무 분사와 재 귀속 등의 절차를 밟는 등 ‘위장된 정리해고’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T의 CP프로그램이 자기들에게 적용됐다는 주장이다. KTis 사측은 남은 노동자들에 대해 임금의 1/2를 삭감하고 ‘콜센터’로 배치했지만, 노동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크다. 특히, KTcs에서는 임금삭감으로 인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한 노동자가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미디어스>는 지난 5일 이재찬 씨를 만나 23년간 근무한 KT를 그만두고 KTis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경위와 이석채 회장의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난청’ 밝히기 싫었는데…우울증 진단도 받았다”

- KTis에서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뭔가.

“2011년 VOC 업무를 KT에서 다시 귀속시키고 나서 지금 콜센터에 있다. 처음에는 각종 불만사항들에 대해서 모든 응대를 하는 일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화서비스 이전 내지는 요금문의 등 간단한 업무만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짐은 많이 덜어진 상황이긴 하다”

- 선천적 ‘난청’ 환자라고 들었다. 이를 밝히게 된 계기는? 그리고 ‘난청’ 환자가 콜업무를 할 수 있나?

“난청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핸디캡’인데 이런 것을 밝히길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하지만 KTis 사측이 일방적으로 콜센터로 배치시켰고, 하루 몇 콜 이상을 소화하라고 강요하고, 실적이 없다고 경고장을 18번이나 보냈다. 과연 사람에게 이럴 수 있는 것인지 억울해서 밝히게 된 것이다. 특히, KT는 2008년 VOC 업무를 KTis에 분사하면서 노동자들에 대해 명예퇴직을 보내며 3년 이후에도 해당 업무를 계속 맡을 수 있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참을 수 없어서 나서게 됐다”

-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난청 환자가 콜업무가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한 쪽 귀로만 들어야 하니 어려움이 많았다. 콜업무를 하다보면 귀에서 열이 나는데, 다른 사람 같으면 헤드셋을 왼쪽과 오른 쪽 귀로 바꿔 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위에서는 콜 수가 적다고 18번의 경고장 등을 날렸다. 마음의 부담이 컸다. 그리고 VOC 업무를 하다가 사측의 강요에 의해 하기 싫은 콜업무를 하다 보니 그에 따르는 스트레스도 받고, 임금은 절반 이상 깎였으니 생계에 지장도 있지 않겠나. 그러다보니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높았다. 어느 때에는 새벽에 깨면 회사에 나오고 싶은 마음도 없고, 내가 참고 견디면서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일을 하는 게 힘들었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우리의 상황을 이해해주지도 않고, 사람을 끝까지 지치게 만들고 있다.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상태이다. 곧 산재를 신청할 예정이다”

- KT에서 KTis로 옮기게 된 계기와 현 회사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뭔가?

“KT에서 54년생 기준으로 해서 (정년이)3~4년 남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자를 받았었다. 그런데 신청 인원이 너무 적게 나왔다. 그래서 KT 측에서 노동자들을 꼬시면서 3년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이었다. 그래서 현재 54년생 미만 60년생이나 68년생까지 KTis, KTcs로 옮겼던 것이다. 그런데 KT는 3년이 지나고 VOC 업무를 뺏어갔다. ‘3년 동안은 보장했으니 된 거 아니냐’고 하지만 명백하게 계약위반이다. 그래서 우리는 위장된 정리해고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기간제법에 따르면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KTis는 노동자들을 남기는 대신 임금의 1/2를 삭감했다”

“KT가 VOC 뺏어간 것은 위장된 정리해고”

- ‘위장된 정리해고’라고 생각하는 정황이 있다면?

“최소한 3년(근무)을 보장하고 그 이상도 근무하도록 한다고 계약이 돼 있다. 또, KT가 존재하는 한 VOC 업무는 지속될 것이고, KTis라는 회사의 전망도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포물선을 그리면서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었다. 그런데 중간에 VOC 업무를 뺏어가는 것이니 따지고 보면 정리해고가 맞다. KT의 CP프로그램이 노동자들을 자르기 위한 것이었는데 우리도 같은 맥락이었다고 생각한다”

“KTis에서 우리를 ‘골센터’로 배치했는데,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해당 노동자들에게)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감정노동이라는 것은 2~30대에게도 힘든데 내일 모레 환갑인 사람들한테 그 업무를 시킨 것이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2년간을 그런 고생을 시켰다. 임금은 절반 이상 삭감됐다. 이는 아주 고통을 줘서 내보내야겠다는 계획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 고등법원 판결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위장정리 해고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우리는 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판결문을 보니 기간제법에 대해서는 판결하지 않은 것 같다. 사안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회사 논리만 받아들였다. 시간이 지나면 사실은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

- 이석채 회장이 최근 ‘친박’ 홍사덕·김병호 전 의원을 영입했다. 일각에서는 자리보존을 위한 보험이라는 얘기가 많다.

“너무 속이 보인다. KT는 서비스업이다. 제조업 이런 곳과 달리 자문할 게 별로 없다. 그리고 자문을 얻으려면 IT 쪽 전문적 지식인들이 필요한 게 아니겠나. 앞으로 3G, LTE 등의 전망 등. 그런데 홍사덕·김병호 전 의원은 평생 정치만 하던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무슨 경영자문을 해주겠나. 또, 윤리경영실에 검사·판사출신이 많다. 이런 사람들도 뭔 필요가 있겠나. 이 같은 인사는 뻔하다. 한 사람 배불려주기 위한 것 말이다. 자기 돈 아니라고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쯧쯧). 하지만 조만간 교체될 것이라고 믿는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간에 대한 인사를 다시 시작한다고 기사가 났는데, 최근 KT에서 노동자가 죽고 대리점 주 등과의 ‘갑을 논란’, 인사문제 등 많은 부분이 논란이 됐기 때문에 그냥 둘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재찬 씨 난청에 대한 의사 소견서

“이석채는 살인자다…죽은 사람들을 위해 비석 세우고 싶어”

- KT 이석채 회장의 경영에 대한 개인적 평가는?

“이석채는 살인자이다. KT에서 그동안 많은 노동자들이 자살을 했지만 계열사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KTcs 지부장이었는데 기존 채무관계가 있었다. 그래서 VOC 업무를 맡고 있었을 때에는 당시 월급으로 변재하고 있었는데, 2011년도 6월 봉급이 절반으로 깎였으니 감당이 어려웠던 것 같다. 그 지부장은 차에 불을 지르고 자살을 했다.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슬펐는지 모른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해서 갔었는데 딸이 참석했더라. 내가 굉장히 마음이 아프더라. 그 사람 죽인 거 결국 (VOC업무를 뺏어간)KT 이석채 회장이 아니겠는가. 또, 인천에 사는 한 노동자는 저녁 늦게 길을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사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회사에 대한 스트레스로 술을 많이 먹다보니 너무 취해서 사고가 생기지 않았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 KT 민영화 이후, KT의 현재 모습은?

“기업문화가 없어졌다. 상층부 임원들만 연봉을 몇 백씩 올려받고 그 밑의 사람들은 팽을 당하는 구조가 됐다. 직원들이 열심히 해서 번 돈을 임원이라는 사람들이 수십억을 가져가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직원들의 임금은 동결시키면서. 그러니까 밑의 직원들 역시 그 위로 올라가려고 해바라기 문화가 만연화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바른 소리 하는 사람들은 힘든 곳으로 강제발령내고 말이다”

- KT 문제에 대해 언론에서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언론에도 불만이 많다. KT와 관련해 참여연대 등에서 같이 대응하면서 ‘슈퍼갑질’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방송3사와 메이저 신문에서만 기사들이 안 나오고 있다. KT가 온갖 문제로 범벅이 되고 있는데 이를 뭉개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런 생각도 들었다. 메이저 언론에서 보도되기 전에는 이석채 회장이 절대 안 물러날 것 같다는 생각. 언론사에 KT의 로비가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봐주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 기자로서의 양심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없어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병들었다는 뜻인 거 같다. 이석채 회장은 봐줄 한계를 넘어섰다. 빨갱이도 아니고 김일성처럼 회사를 마음대로 경영하고 있다. 변호사는 34명을 쓰고, 친박 인사들을 영입하고, 사촌의 팔촌 등 낙하산 시키고 말이지. 그런데 직원들은 거기에 대고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도 없다”

“KT 관련 보도를 하지 않는 언론사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KT홍보실에서도 얼마나 공을 들일텐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우는 아이에게 젖 준다고 하지 않나. 계속 이야기를 하다보면 기자들도 ‘더 이상은 못 봐주겠다’고 마음을 바꿔 보도하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신념을 가지고 투쟁하고 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두려움도 없다. 이석채 회장이 물러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KT에 비석 하나 세우고 싶다. 그동안 KT를 위해 일하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명복을 빌고 더 이상 KT 역사에 불행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그리고 남양유업에서는 어찌됐건 ‘잘못했습니다’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는데 KT에서도 그런 성명을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간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 그 사람들이 뭔 죄가 있었나…”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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