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전방위적인 공안탄압을 밀어붙이면서 민주주의를 침해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 공권력을 동원해 시위현장의 폭력 진압 뿐아니라 비판 언론과 인터넷, 학계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이 진행되고 있다."

광우병대책회의 전문가 자문위원회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등 교수 3단체는 2일 오후 참여연대에서 긴급토론회를 열고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각종 탄압·통제 행태를 강도높게 지적했다.

'촛불정국과 인터넷 재갈 물리기'를 주제로 발제한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인수위까지도 인터넷 관련 공약도 변변히 없었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관심이 많아졌는지 인터넷 규제 경진대회를 벌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 7월 2일 오후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의 언론·학계탄압 및 인터넷 검열에 대한 전문가 자문위원회 긴급토론회'에서 민경배 경희대 교수가 '정부의 인터넷 통제'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정영은
민 교수는 현 정부의 인터넷 통제 정책의 예로 △아프리카TV 대표 구속수사 △한나라당의 인터넷 사이드카 △방통위의 인터넷 실명제 확대 강화 △경찰의 인터넷 분석 및 대응팀 구성 △방통심의위의 조중동 불매운동 게시글에 대한 삭제조치 등 들었다.

그는 특히 방통위에 대해 "한달 전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터졌을 때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제한하는 대신 아이핀 도입을 의무화 하겠다더니 지금 와서는 주민번호를 수집해야 하는 인터넷 실명제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한다"며 "서로 상충되는 정책을 한달 사이 쏟아내는 것이 바로 정부의 인터넷에 대한 몰이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CBS, FOX TV, 미시간데일리 등 다양한 언론에 대한 광고주 압박이 일상적이고 자유롭다"고 소개한 민 교수는 "현 정부는 '여론통제와 홍보강화'라는 권위주의 시절의 낡은 방식을 버리고 열린 자세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일 토론회에서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수사'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 교수 ⓒ 정영은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 교수는 'PD수첩에 대한 검찰수사, 과연 과학적 근거가 있는가' 발제에서 "프리온을 수년간 연구해왔지만 당시 < PD수첩> 방송 내용을 돌이켜볼 때 결코 의도적 왜곡이나 허위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vCJD)인 것처럼 의도적으로 왜곡했고, 라면화장품 등을 통해서도 광우병에 감염될 수 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며 MBC < PD수첩>을 상대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 PD수첩>이 단지 아레사 어머니의 말만 인용한 게 아니라 미국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메이오 클리닉 신경과의 임상진단 결과를 인용해 인간광우병으로 간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그는 "식품재료나 화장품 등으로부터의 위험성을 언급한 자체가 < PD수첩>에 대한 수사 이유라면 당장 식약청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약청은 '소 해면상뇌증(BSE) 관련 의약품 등 안정성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6월 27일 '미국산 쇠고기 추가 수입에 따른 의약품 등 화장품 안전관리 지시' 공문을 한국제약협회 및 대한화장품협회 등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교수는 "< PD수첩>은 전문 학술 논문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관점을 갖는 '탐사보도 방송'인데도 검사들은 유치하게 겨우 번역의 정확성 여부나 따지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정부와 다른 관점의 < PD수첩> 보도를 '불순한 의도'라는 식으로 선동하는 것은 언론의 영혼을 말살시키는 행위"라며 검찰이 정부에 맞서 독립적으로 판단할 것을 요청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비판 언론 탄압-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서 "현 정부가 YTN 등 방송사에 △낙하산 특보사장단을 파견한데 이어 △KBS 이사 사퇴 압박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 △국세청의 KBS관련 외주제작사 세무조사 등으로 KBS 사장 사퇴 압박을 하더니 이제 MBC < PD수첩>까지 검찰수사를 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언론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언론계 종사자들은 공권력의 압박에 의한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호소한다"면서 김평호 단국대 교수의 글을 인용해 "정부는 '마녀사냥'을 통해 현 촛불정국을 언론탓으로 돌리는 '자기최면'에 빠져있다"고 평가했다.

▲ 2일 토론회에서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가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탄압과 언론장악 시도'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정영은
특히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신문방송겸영 허용 정책에 대해 "신문이 방송에 들어오려면 조중동 등 메이저급 신문사나 재벌 등 대기업만 가능하다"면서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진출을 열어 정부에 우호적인 방송을 만들려는 것이 현 정부의 언론구조 재편에서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러한 신방겸영 허용의 조짐으로 지난달 27일 방통위가 의결한 IPTV 시행령을 예로 들면서 "거센 반대에도 방통위는 방송소유 진출 문호를 예전 3조원에서 '10조원 이하의 자산총액을 가진 대기업'으로 대폭 확대시켰다. 케이블업계의 강자인 CJ가 최근 10조 이하로 자산을 정리해 이번 방통위의 결정을 'CJ법'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학계 탄압'을 주제로 발제한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 교수는 지난달 말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집중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는 '우희종 교수의 연구부적절 행위'에 대해 "정치권력의 부당한 학계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17일에 "우희종 서울대 교수가 식약청 '국립독성과학원'에 제출한 연구결과 보고서의 성과가 미비하다"는 등의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낸데 이어 같은 달 24일에 "우희종 교수가 식약청에 제출한 용역보고서가 한국학술재단 보고서와 같아 자기표절을 했다"고 주장했다.

▲ 2일 토론회에서'학계탄압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는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 교수 ⓒ정영은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손 의원이 1차 보도자료에 별 반응이 없자 선정적인 '표절'을 들고 나왔다"며 "학술재단 보고서는 서울대 수의학과 연구소 차원에서 우 교수를 포함한 17명의 소속 교수들의 일년간 연구성과를 묶어낸 보고서로 당연히 이중게재도 아니고 표절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 교수는 "이는 최근 서울대가 정한 연구지침에 비춰봐도 우 교수의 경우는 이중게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서울대 대학본부와 연구처장도 이같은 내용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 본부는 명확히 '아니다'는 발표를 미루면서 침묵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 사건이 어떻게든 국가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정권의 KBS 사장 퇴진 압력과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한 동의대의 부당한 신태섭 교수(KBS 이사)의 해임 건과 마찬가지로 우 교수의 경우에 대해서도 대학의 민주화와 사회 민주화를 위해 국민들과 함께 싸워가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