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국정원 보도가 방송이 중단되고, 이 과정에서 YTN 사내 정보가 국정원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아래 언론연대) 대표는 2일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 앞에서 국정원 보도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전규찬 대표는 "YTN에서 일어난 국정원 보도 개입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YTN이야말로 '미디어피폭지'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 ⓒ미디어스

'국정원 보도 개입 의혹'은 20일 국정원 SNS 특종 리포트 방송이 중단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임종렬 편집부국장은 리포트 내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방송 중지를 지시했다. 국정원 SNS 특종 리포트는 오전 5시부터 8시간 동안 4번만 방송됐을 뿐이다.

국정원 직원은 불방 지시 전 이 리포트에 대한 보도국 회의 내용을 파악하고 YTN 기자에게 회의 내용을 전달하며 국정원 입장 반영을 요구했다. 국정원 직원은 이 사실은 언론노조 YTN지부에 시인했다. 그러나 YTN 측은 진상 규명에 대한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국정원 직원, YTN 보도국 회의 내용 '사전 인지' 시인)

전 대표는 "기본적으로 YTN 경영진들이 저널리즘에 대한 자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위급한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사태를 시정하려는 어떠한 노력이 없다"며 "'국정원의 YTN 보도 개입' 사태는 한국의 공영방송이 어떻게 정치권력과 긴밀하게 유착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 대표는 "국가·자본권력이 자신이 장악한 미디어를 통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보도를 내보내는 것뿐 만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는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한다"며 "시민들의 감시와 비판이 더 요구되는 상황이며 여론만이 썩은 환부를 도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정치 권력이 보도에 적나라하게 개입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침묵하고 있는 저널리스트들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 대표는 "저널리스트들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언론 탄압적인 현실이 면책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기자와 PD들이 내부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발언을 해야 하며 그래야 시민사회도 같이 결합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릴레이 1인 시위는 2일부터 5일까지 정오마다 YTN 사옥 앞에서 열린다. 언론시민사회가 국정원의 YTN 보도 개입 의혹을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전 대표에게 시민사회의 일정과 향후 대응 방안을 물었다.

전 대표는 "하나하나 문제를 짚으면서도 큰 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시민, 언론인들과 연대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현장의 문제를 보여주면서 전체적인 판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이중 전략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래는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미디어스(아래 미) : 어떤 이유로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나?

전규찬 : 최근 YTN 해직기자들이 언론으로부터 소외되고 왜곡된 현장을 직접 찾아보고 서울로 돌아왔다. 1인 시위는 그에 대한 지지, 연대의 의미이기도 하다. 동시에 YTN에서 일어난 '국정원 보도 개입'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인 국정원이 자신들의 비행에 대한 보도를 막기 위해 개입했다. YTN이야말로 '미디어 피폭지'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시민사회의 단호한 입장을 알리기 위해 시위를 하게 됐다.

미 : YTN 안팎으로 비판의 여론이 상당하지만 YTN 측은 무대응, 무조치로 일관하고 있다.

전규찬 : 기본적으로 YTN 경영진들이 저널리즘에 대한 자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위급한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사태를 시정하려는 어떠한 노력이 없다.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전혀 없는 것이다. 정권의 눈치, 국정원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의 YTN 보도 개입' 사태는 비단 YTN의 내부 문제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다. 한국의 공영방송이 어떻게 정치권력과 긴밀하게 유착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반드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언론 현실에서는 내부적인 자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결국 시민들과 대중들의 관심, 여론의 힘이 중요하다. 여론만이 썩은 환부를 도려낼 수 있을 것이다.

미 : YTN은 과거 불법사찰 사례처럼 내부의 정보가 국가기관으로 유출되는 경우가 타 방송사에 비해 잦은 것 같다.

전규찬 : 국가, 자본, 미디어권력이 한 체제로 엮어 그들만의 '카르텔'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 모두가 다 알 것이다. 국가·자본권력이 자신이 장악한 미디어를 통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보도를 내보내는 것뿐 만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는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한다. 불법사찰과 이번 국정원 보도 개입이 이를 방증한다. 현 상황을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즉, 공영방송을 통해 수집된 정보가 대중에게 제대로 소개되고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권력 재생산에 쓰이는 모습이다. 시민들의 감시와 비판이 더 요구되는 상황이다.

미 : YTN의 국정원 특종이 불방되는 등 권력에 대한 비판 보도가 누락되고 있는 것이 방송사들의 빈번한 일상이 된 것 같다. 이에 대한 내부 저널리스트들의 문제 의식도 둔감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전규찬 : 적어도 기능인, 직장인이 아니라면 자기 반성과 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 있다고 자본에 대한 대학교수, 지식인들의 비판 의무가 줄어들지 않듯이, 저널리스트들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 탄압적인 현실이 면책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기자와 PD들이 내부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발언을 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사회도 같이 결합해 동력이 될 수 있다. YTN 경영진과 권력 기관의 만행을 비판하기 위해, 시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측면도 있지만 다수 언론인들의 무능을 고발하고 반성을 촉구하기 위해 여기에왔다.

미 : '국정원의 보도 개입' 문제에 대해 시민사회는 어떤 대응을 계획하고 있나?

전규찬 : 알다시피 작금의 문제는 YTN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MBC, KBS, 한국일보, 조중동 등의 문제들이 밀접하게 한고리로 묶여있다고 본다. 하나하나의 문제를 짚으면서도 큰 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시민, 언론인들과 연대할 것이다. 구체적인 현장의 문제를 보여주면서 전체적인 판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이중 전략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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