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6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의 10번 출구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바로 ‘88만원 세대’ 등의 책으로 유명한 우석훈 박사의 블로그 ‘임시연습장’(http://retired.tistory.com/)을 통해 모인 사람들.

이들이 모이게 된 사정은 이렇다. 그동안 자신의 블로그에서 ‘촛불정국’ 등에 대한 견해를 자유롭게 풀어놔 네티즌들의 큰 호응을 받았던 우석훈 박사가 지난달 28일 “촛불집회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과 함께 나가자”고 제안한 것. 이 글에는 댓글이 100개 넘게 달리며 “저도 갑니다”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 발언을 하고 있는 우석훈 박사 ⓒ곽상아
우 박사는 블로그에서 “우파·좌파 모두 이제는 우리에게 그만 집에 가라고 하지만 난 학자로서 할 최소한의 도리는 하고 싶고, 사람들에게 집에 가라고 하기가 너무 싫다”며 “아직 대안은 보이지 않지만 당분간 블로그 깃발이라도 들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 시청광장 한쪽에 모여 앉은 우석훈 박사 블로그 애독자들 ⓒ곽상아
검은 색 티셔츠와 트레이닝 복을 입은 그가 약속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약 6시경. 그를 기다리며 어색하게 서있던 사람들은 그를 보고 “우석훈이다”라며 환호했고, 일부는 그의 복장에 대해 ‘집회에 참석하기 맞춤인 복장’이라는 평을 내렸다.

자신의 블로그 애독자 앞에 선 우 박사는 “내가 앞으로 30년 정도는 더 살 것 같은데, 30년 후에 우리가 어떤 대한민국을 살게 될지는 지금 그 기조와 방향이 결정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 길에 여러분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임시연습장' 깃발. 오른쪽에 우석훈 박사가 보인다. ⓒ곽상아
이날 ‘블로그 게스트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100여명이었으며, 20·30대가 주를 이뤘다. 한 직장인은 “직장에 아픈 척 하고 몰래 나왔다”고 했고, 대학생은 “시험이 있긴 한데 ‘에라 모르겠다’하고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30대 하상경씨는 “단 하나의 촛불이라도 보태기 위해 새벽에 혼자 촛불집회에 오곤 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숨쉴 공간을 만들어주는 일”이라며 “칼럼을 통해 우석훈 박사를 알게 됐는데 주장하는 바가 명쾌하고 마음에 많이 와닿는다. 기존의 틀에 갇히고 고리타분한 지식인들과는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 거리행진을 하는 우석훈 박사(가운데) ⓒ곽상아
거리행진을 하며 시민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은 우석훈 박사는 최근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촛불집회 측과 대화하고 싶다”는 발언에 대해 “자신이 홍보처장도 아닌데 무슨 대변인이라는 거냐.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넘버2, 넘버3를 자임하고 나서는 꼴”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김인국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촛불집회에 단체로 참석한 이들의 다음 모임은 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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