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가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이사장 김문환) 회의록 공개를 위해 소송에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박대용 춘천 MBC 기자가 방문진에 요구한 정보공개를 방문진이 지지부진하게 처리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박 기자는 24일 서울남부지법에 방문진과 김문환 이사장 등을 상대로 1천만원 손배소를 제기했다. 김재철 전 사장이 해임되던 3월 26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여·야 이사들 사이에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알기 위해서다.

▲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 (뉴스1)

그는 24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회의록이 없다든지, 공개 혹은 비공개하겠다든지 등 어떠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음에도 방문진이 이를 계속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며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됐다는 취지로 1,000만원 손배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김재철 전 사장이 해임되고 닷새 뒤인 4월 1일 방문진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박 기자의 정보공개청구 이후, 방문진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공공기관'인지 여부가 논란이 됐다.

방문진은 이틀 뒤 박 기자에게 '정보공개법이 규정하는 공공기관 범위에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바 없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박 기자는 안전행정부에 방문진이 공공기관에 포함되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4월 17일 '대상이 맞다'는 회신을 받았다.

박 기자는 4월 18일 방문진에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방문진은 "이사회 회의록 작성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방문진이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행정적 절차를 촉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게 박 기자의 주장이다.

박 기자는 방문진의 늦어지고 있는 정보공개에 대해 "아무리 늦어도 80일 동안 지체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는 정보공개법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방문진의 절차가 없기에 이의신청, 행정심판 등 정보공개를 촉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 재산으로부터 위임을 받아서 운영되는 재단이면서 책임 의식이 없이 사적인 기구처럼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정부 3.0 비전'을 선포했다. 그러나 실제 공공기관들은 방문진처럼 정보공개법 자체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진 측은 현재로써는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최창영 방문진 사무처장은 25일 "회의록을 정리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9기 방문진 이후 밀린 업무들로 인해 회의록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최 사무처장은 "회의록 정리가 실무적 차원에서 끝난다고 하더라도 이사들에게 보고하고 사인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사들에게 회의록을 보여주고 왜곡된 것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이며, 회의록 완성과 이 절차까지 고려하면 한두 달은 더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아래는 박대용 기자 전화 인터뷰 전문이다.

▲ 박대용 MBC 기자

미디어스(아래 미) : 방문진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의미를 듣고 싶다.

박대용 : 지난 3월 26일 김재철 사장이 해임됐다. 그날의 회의는 일상적인 방문진의 회의라기보다 가장 특별했던, 그리고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회의라고 생각한다. MBC 구성원을 떠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 :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다.

박대용 : 김재철 사장이 해임된 후 4월 1일, 방문진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자 4월 3일 방문진은 '정보공개법이 규정하는 공공기관 범위에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바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즉, 정보공개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안전행정부에 방문진이 공공기관에 포함되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17일 '대상이 맞다'는 회신을 받았다.

그래서 18일 방문진에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 이후 방문진은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 중'이라는 이유로 80일이 넘도록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보공개법상의 공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을 했다. 그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됐다는 취지로 1,000만원 손배소를 제기했다.

미 : 행정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박대용 : 정보공개법에는 처벌 조항이 없다. 또한 공공기관이 어떠한 행위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후의 절차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민법 751조를 보면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에 대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률이 규정하고 있다.

과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서울시에 '홍보비·광고비 사용 내역'의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고, 그럼에도 공개하지 않아 서울시와 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1,000만원 위자료 청구 소송을 낸 적이 있다. 결국 승소해 100만원 위자료를 받았다. 이번 민사소송 대상은 방문진과 김문환 이사장과 실무 담당자 1명이다.

미 : 방문진은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박대용 : 작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4월 1일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아무리 늦어도 80일 동안 지체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청와대에 청구해도 이 정도로 늑장을 부리지 않는다. 10일 이내로 결정을 내린다. 정보공개법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간주하고 있다.

공개하기 어려운, 곤란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회의록이 없다든지, 공개, 비공개하겠다든지 등 어떠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음에도 계속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방문진의 절차가 없다보니 이의신청, 행정심판 등 촉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미 : 방문진의 '폐쇄성'을 문제 삼는 것 같다.

박대용 : 방문진에서 회의가 끝나면 사무처장이 나와서 설명하는 게 전부다. 안에서 무슨 일이 오고가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국가 재산으로부터 위임을 받아서 운영되는 재단이면서 책임 의식이 없이 사적인 기구처럼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민이 알면 놀랄 일이다.

박 대통령이 '정부 3.0 비전'을 선포했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방문진처럼 정보공개법 자체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정부 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공공기관들의 마인드가 이러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리고, 이런 태도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나서게 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