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3년 김지미 주연의 영화 '비구니'는 불교계의 반발로 촬영이 중단됐다. 영화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 1993년 MBC 'PD수첩'의 '할렐루야기도원'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에 신도 5000여 명이 MBC 여의도 본사를 에워쌌고, 담당 PD는 신도들의 협박에 집에도 못가고 방송사에 칩거해야 했다.

# 1998년 MBC의 서울 대형교회에 대한 부정적 보도에 해당 교회 목사가 MBC를 상대로 법정소송을 전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목사는 위증과 업무상배임 혐의로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 1999년 MBC 'PD수첩' 특정교회 관련 방송 중, 교회신도들의 방송사 난입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프로그램이 방송 중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 2000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할렐루야기도원의 실체' 편을 방송한 이후 방송 직전 수천명의 신도들이 서울 여의도 본사에 진입을 시도하는 등 충돌을 빚었다. 방송 후에도 신도들의 방송사 원천봉쇄 시위는 10여 일간 계속됐다.

# 2004년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훗날 'KBS 스페셜'에 통합)의 '선교 120년, 한국교회는 위기인가'는 방송 전부터 방송 중단을 요구받았다.

# 2004년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종교계의 상영 중단 요구로 아시아 영화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일본 도쿄 시사회가 취소됐다.

# 2006년 영화 '다빈치코드' 역시 종교단체의 항의에 직면했지만, 상영됐다.

# 2008년 MBC '뉴스후'에서 3주에 걸쳐 종교계의 재정 투명성을 집중 조명했다. 방송 중단 요구가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릴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했다.

이 뿐이 아니다. 방송에 의한 존엄한 종교의 이면에 대한 집중 조명은, 풀지 못한 숙제처럼 수년간 계속되어 왔다.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수호한다는 입장에서 방송은, 21세기 유일하게 남아있는 제도화된 성역인 종교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를 멈추지 않았다.

▲ 6월 29일 방송된 SBS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 ⓒSBS
어떤 때는 제작진의 이름과 집이 공개되기도 했고 협박성 위협이 꼬리를 물었다. 방송사는 어떤 때 부흥회 현장을 방불케 했다. 제작진은 외줄타기를 하는 심정이었고, 그 줄을 잡아 흔드는 해당 종교인의 압력은 지켜보는 시청자의 간담을 서늘하게도 했다. 그런 반응은 21세기 방송에서도 '종교'라는 성역을 온존케 했다. 종교 관련 아이템은 뜨거운 감자였던 셈이다.

최근 SBS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로 또다시 종교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한국기독교연합회 등은 공문과 직접 방문을 통해 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 29일 해당 프로그램은 전파를 탔다. 앞으로 3주간 세차례 방송이 예정되어 있다.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은 기독교 교리와 예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내용이 기독교단체의 반발을 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은 "기독교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라고 불쾌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고, 한국교회언론회 역시 "기독교에 대한 전면적인 전쟁으로 간주한다"며 험한 말을 내놓았다. 그러나 종교인이나 비종교인의 대응은 차분했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자신의 입장을 예의를 갖춰 피력했고, 방송 후 후 폭풍은 전야제의 요란함에 비해 사뭇 평온해 보였다.

이에 대해 제작 담당자인 김종일 PD는 "이 프로그램이 수동적인 신앙에서 적극적인 신앙으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고, 종교인에게 신앙의 내용을 더 많이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미디어영상학부 성동규 교수는 "언론자유와 종교 보도의 충돌은, 미국 수정헌법에서도 강조했듯 언론 자유가 먼저"라며 "방송중단 요구 보다는 사후 방송에 대한 문제제기로 접근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의미있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눈에 띈다.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방송광고물에 대해 사전심의를 규정한 방송법 32조 2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것이 언론 자유와 종교 보도에 대한 갈등에 해법이 될 수 있다. 광고의 공익성은 보도와 기사의 공익성에 절대적으로 열세인 영역이다. 홍보와 PR이 전제된 광고의 사전심의가 부당하다고 평가된 마당에 시청자를 중심에 놓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중단 요구는 부당할 수 밖에 없다.

방송의 언론 자유란 덕목 앞에 더 이상의 제도화된 성역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2008년 7월을 맞은 방송은 어디로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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