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21일 오후 2시 50분

지역 언론 <파주신문>의 기자가 파주시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낸 이후 정체 모를 괴한에게 폭행, 미행을 당해 '보복 폭행'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보복 폭행' 의혹에 대해 파주시 측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파주 지역사회는 '파주 시장과 시의회의 부적절한 술자리와 폭행 사건'을 폭로한 기자에 대한 원한에서 이번 사건이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 이용남 파주신문 기자 (5월 30일자 데일리 고발뉴스 화면)

경기도 파주시의회 출입기자인 이용남 <파주신문> 기자는 지난달 14일 <이인재 시장 수행원은 왜 단란주점을 지키고 있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파주시의회의 연수에 참여한 이인재 파주시장과 안소희 통합진보당 시의원이 연수 도중 부적절한 술자리를 가졌고, 이 과정에서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인재 파주시장 수행원 김모씨는 이인재 시장과 안소희 의원이 있는 방으로 들어오려는 의원들에게 의자를 던지려 하는 등 강하게 막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기자에 대한 폭력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이 기자에 따르면 기사가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난 21일, 이 기자는 40대 남자 2명이 탄 렌터카에 감시 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미행으로 확신한 이 기자는 파주신문의 동료 기자들에게 자신을 미행하는 차량을 뒤쫓아 달라는 부탁을 했다.

40대 남성 2명은 이 기자와 파주신문 기자들이 미행의 이유를 묻자, 다짜고짜 폭언을 쏟아냈다. 이 기자가 동영상을 찍자 정체불명의 남성 2명은 차를 타고 도망치기 시작했고, 이 기자는 차에 매달린 채 20미터 가량을 뒤쫓았다. 이에 조수석에 있던 A씨는 이 기자의 머리를 차에 박는 등 폭행을 가했다. 이 기자는 발목과 목, 어깨의 인대가 늘어나는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지난 10일에는 기자에게 폭행을 가한 A씨가 파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취재하고 있던 이 기자를 회견장에서 또다시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21일 폭행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던 상황에서, 또 다시 폭행 사건이 일어나 경찰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이 기자가 <고발뉴스>에 공개한 폭행 당시 영상에 따르면, 피의자 A씨는 "인터넷에다가 나를 그렇게 모함해서 올려놔? 선량한 시민을 조직폭력배에 납치범으로 만들어놔?"라며 "사람을 멀쩡하게 납치범으로 만들고 인터넷에 올려놔! 내가 너한테 뭔 죄를 졌다고. 조사 받다가 나왔어. 죽여버릴거야"고 말했다.

이 기자는 19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25년 동안 일을 해왔고 누군가의 악감정을 살 만한 일은 없었다"며 지난달 14일 기사와 관련해 "읽기에 따라서는 선정적이기도 하고 디테일한 측면에 있어서 당사자들은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피의자가 다시 찾아와서 폭행을 가해 매우 놀랐다"며 "경찰 조사를 받다가 보복 폭행을 가한 사건이다. 경찰 쪽에 신변 보호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자는 "폭행을 부각시켜 미행 사실을 축소할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피의자 신분에서 다시 폭행을 했을 때 가중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 알 텐데, 어떤 이유에서 보복 폭행을 계획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파주신문>에 따르면, 경찰은 파주신문 기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미행 건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고 단순폭행사건으로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된 상태이다. 아래는 이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 전문.

미디어스(아래 미) : 지난달 21일 사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이용남 : 지난달 21일 파주 시의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있는데, 스포츠 머리를 한 사람이 내 차 안을 들여다 봤다. 내가 차 안에 있었는지 몰랐던 것 같다. 쳐다보는 방식이 특이했다. 트레이닝 차림이었다. 운동하는 척하면서 쳐다보고 허리를 푸는 척하면서 차 번호를 보더라. 그러더니 내 차 뒤로 가서 모닝 렌트카에 탑승했다. 11시 20분경에 밥을 먹고 차를 이동시키려 다시 주차장에 갔더니 그 사람이 급하게 자기 차에 탔다. 설마 미행하는 건가, 싶어서 우리 신문사에 연락해 직원 3명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나를 미행하는지 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차를 움직였더니 계속 쫓아왔다. 일부러 5군데 정도를 경유했는데 다 쫓아왔다.

미 : 2명이 미행한 것 아닌가?

이용남 : 처음에는 방금 말한 것처럼 한 명이었다가 유도를 하는 과정에서 '파주신문'을 거쳤는데, 그때 신문사 앞에 차를 대놓고 있던 사람이 합류했다. 미행이 확실한 상황이지만 피의자들이 부인을 해 경찰은 입증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미 : 지난 10일에도 2차 폭행이 있었다.

이용남 : 피의자가 다시 찾아와서 폭행을 가해 매우 놀랐다. 경찰 조사를 받다가 보복 폭행을 가한 사건이다. 경찰 쪽에 신변 보호 요청을 했다. 폭행을 부각시켜 미행 사실을 축소할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미행의 꼬리를 자르려는 것 같다. 피의자 신분에서 다시 폭행을 했을 때 가중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본인도 분명 알 텐데. 어떤 이유에서 보복 폭행을 계획했는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미 :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나?

이용남 : 경찰 쪽은 이미 조사를 다 했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앞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할 것이다. 보통 자치단체나 여타의 행정기관과 연루된 사건은 해당 지역에 있는 경찰이 수사하기 어렵다. 검찰로 송치된 만큼 제대로 수사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미 경찰에 블랙박스 등 관련 자료를 다 제출했다.

미 : 왜 폭행을 당했다고 생각하나?

이용남 : 나에게 폭행을 가한 사람들은 건설업자였다. 나는 건설업 관련 기사를 쓴 적이 없다. 나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파주의 토박이이고 25년 동안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왔다. 이 좁은 지역 언론판에서 누군가에게 악감정을 살 만한 행동을 하진 않았다. 특정을 할 수 없지만, (지난달 14일에 작성한 비판적인 기사가) 읽기에 따라서는 선정적이기도 하고 디테일한 측면에 있어서 당사자들은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미 : 폭행에 대한 가족들의 두려움이 클 것 같다.

이용남 : 겁을 많이 낸다. 아내가 직장을 오가는 와중에 테러를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에 질려 있다. 아이들은 야간 자율학습도 못하고 있다.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조사받고 있는 피의자가 공공기관에까지 난입해서 폭행을 했을 정도다. 가족들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미 : 이번 사건을 겪고 난 뒤 취재시 위축될 것 같다.

이용남 : 되레 굴하지 말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하지만 가족들이 나에게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했으니 이제는 조금 쉬는 게 어떠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타깝다.

미 : 느낀 바가 있다면 말해 달라.

이용남 : 이 보도로 지역에서 큰 논란이 있었다. 진보 진영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암묵적으로 덮어주고 지지하는 상황이 반복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보도에 대해 생소하게 느꼈을 테고. 채찍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더 짜임새 있는 기사와 꼼꼼한 취재를 통해 구체적으로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