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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의 서 21회 - 월령 위한 서화의 희생, 강치보다 여울의 역할이 중요해진 이유[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3.06.18 12:58

천년악귀가 되어 사람들을 도륙하는 월령을 막기 위해 모두가 나서지만 그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폭주하는 천년악귀를 막기 위해 나선 이는 바로 서화였고, 그녀는 희생을 통해 월령을 되돌려놓았습니다. 진정한 사랑의 힘으로 막아낸 천년악귀의 폭주는 결국 <구가의 서>의 결론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예고였습니다.

구가의 서를 찾아 떠나는 강치와 떠나보내야 하는 여울, 결국은 여울에 달렸다

강치 가족의 20년 만의 해후는 슬픔이 지배했습니다. 기억을 잃고 천년악귀가 되어버린 월령과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잊지 못했던 남편을 바라보는 서화, 어머니를 지키려는 아들 강치의 모습은 안타까움만 가득했습니다. 천년악귀가 된 월령이 아무런 기억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 강치와 믿음만 지배하는 서화 사이에 혼란스러운 월령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나선 강치와 월령의 싸움은 여전히 천년악귀인 월령이 우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천년을 살며 다져진 힘과 천년악귀가 되며 얻어진 악의 힘이 합해진 월령을 강치가 이겨낼 수는 없었습니다. 강치를 위협하는 월령을 멈추게 한 것은 서화였습니다.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천년악귀를 막아선 서화의 힘은 그래서 중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의 아들이라는 서화의 한마디에 공격을 멈춘 월령과, 조관웅이 보낸 자색부대의 화살을 대신 맞는 강치의 모습 속에는 서로를 위하는 가족의 모습이 존재했습니다. 서로 경계하고 불안해하면서도 가족의 강렬한 힘은 그들을 강하게 연결해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늘어나는 일본 자객들을 피해 강치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온 여울 일행은 강치의 모습을 보고 놀랍니다. 화살을 맞은 강치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여울과 그런 그들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월령은 알 수 없는 지독한 울림에 고통스러워합니다. 그 지독한 갈증이 사랑이라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더욱 모질게 사람들을 죽이는 월령은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천년악귀 사이에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강치는 어머니 서화를 모시고 무형도관으로 향합니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 어머니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강치는 어머니 서화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달빛정원에서 강치를 낳고 도망치다 이내 후회하고 다시 찾았지만 숲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무리 헤매도 좀처럼 열어주지 않은 숲으로 인해 자포자기하고 조관웅을 죽이러 백년객관을 향했던 서화의 슬픈 진실은 강치를 더욱 애처롭게 했습니다.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한없이 행복하고 편안한 표정으로 잠이든 강치.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며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 행복한 어머니 서화의 모습은 폭주하며 마을 사람들을 죽이는 천년악귀 월령과 배치되며 감정을 더욱 극대화시켰습니다.

   
 
궁본에 있으며 일본의 자금이 국내로 얼마나 흘러들어왔고,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는지 알고 있던 서화는 이순신에게 그 모든 것을 알려줍니다. 조관웅만이 아니라 사대부들과 군 관료들까지 일본의 돈을 받고 조선을 내주려고 준비하는 이들을 알려주며 서화가 한 부탁은 단 하나였습니다. 아들 강치를 잘 부탁한다는 한마디였습니다. 서화가 그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천년악귀가 된 월령을 아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모정 때문이었습니다.

월령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강치가 아버지를 죽여야 하는 모진 운명을 어머니로서 받아들이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20년 전 자신으로 인해 망가졌던 운명을 되돌리기 위해 서화는 모든 것을 내놓고 백년객관으로 향합니다. 과거 자신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원수인 조관웅을 죽이러 향했던 것처럼 서화는 백년 된 산사나무 칼을 품고 월령이 나타난 백년객관 앞에 섰습니다.

왜인이 건네준 조총으로 월령을 해치려는 조관웅과 그 사이에 등장한 서화. 그런 서화를 잊고 죽이려는 월령은 서화의 눈물에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천년악귀가 되면서 잃어버렸던 모든 기억이 서화의 눈물로 되살아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조관웅의 총을 대신 맞은 월령과 피를 흘리는 월령을 보며 서럽게 우는 서화를 보며 천년악귀는 다시 과거의 월령으로 돌아왔습니다.

월령과 서화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달빛정원으로 돌아왔지만, 월령은 서화에게 다시 인간들의 세상으로 떠나라고 합니다. 얼굴과 이름은 기억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자신이 변할지 모른다면서 말입니다. 그런 월령을 두고 서화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20년 전 신수로 변한 월령이 두려워 원수인 조관웅에게 자신의 사랑을 던져버렸던 어린 서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죽이면 천년악귀가 안 되고 불멸의 신수로 살아갈 수 있었던 월령을 대신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습니다.

   
 
백년 된 산사나무 칼로 서화를 죽이면 월령은 불로장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랑했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차마 죽일 수 없었던 월령은 20년 전 서화를 살리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었습니다. 뒤늦게 월령의 사랑을 깨닫고 서럽게 울 수밖에 없었던 서화는 20년을 버티며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언젠가 다시 월령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월령을 위해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서화의 희생으로 월령은 천년악귀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사랑과 희생이라는 고귀한 정신이 20년 전 서화를 살렸고, 20년이 지나 서화의 희생은 결국 월령을 다시 돌려놓았습니다. 지독한 운명에 빠져 누군가 죽지 않으면 안 되는 신수와 인간의 사랑은 곧 강치와 여울의 사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정법사가 예언했듯, 누군가 하나가 죽지 않으며 안 되는 악연은 20년이 지나 현실이 되었습니다. 20년 전 죽었던 월령이 천년악귀가 되었듯 여울과 강치의 운명도 부모의 운명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은 그들을 더욱 두렵게 합니다.

여울 없이도 신수의 능력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강치. 그런 강치를 바라보며 여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역시 강치가 '구가의 서'를 찾아 떠날 수 있도록 여울이 놓아주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해야지만 강치가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여울을 힘겹게 합니다. 법사는 강치에게 어머니의 희생으로 아버지가 천년악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슬픈 운명은 그저 부모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강치와 여울에게도 그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에 강치가 여울을 두고 떠난다는 사실은 아프게 다가옵니다.

   
 
슬픈 운명과 결말을 예고하는 상황에서도 희망은 여울에게 존재했습니다. 강치가 어머니와 20년 만에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던 여울은 자신에게도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녀는 곤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합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따위 난 안 무서워. 미래란 게 뭐니. 바로 지금 이 순간들이 쌓여서 생기는 거잖아. 그런데 그 미래에 맞춰 지금을 바꿔버리면 지금을 사는 의미가 없는 거잖아"

둘 중 하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당연히 강치를 막으려고 노력한 아버지 평준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곤의 말에, 여울이 보인 단단함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그 안에 <구가의 서>의 결말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버리고 싶지 않다는 여울의 다짐은 결국 강치와 행복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여울을 위해 강치가 몰래 떠난다고 해도 여울은 강치를 찾아 갈 것이고, 그런 여울의 진솔함은 결국 부모의 불행한 사랑과 달리, 완벽한 사랑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서화가 여울에게 당부했듯, 바보 같은 자신과 달리 강치를 지켜달라는 부탁이 여울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은 분명합니다.

<구가의 서>의 결말은 결국 강치보다는 여울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사랑 앞에서 누구보다 단단한 여울은 모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사랑을 위해 누군가는 죽을 수도 있는 운명에 맞서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다가간 진정한 사랑은 20년 전 월령과 서화가 남긴 3일처럼 그들에게 남은 3일을 진정한 사랑으로 완성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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