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촉구' 기사를 지면에 실었다가 지난해 10월 해임된 이정호 전 부산일보 편집국장이 14일 부산일보를 상대로 한 대기발령 무효 확인소송에서 승소했다.

▲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 ⓒ미디어스

부산지방법원 제7민사부(성금석, 송창현, 곽태현 판사)는 14일 이 편집국장이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할 것을 촉구하는 기사를 게재한 것이 상사의 업무지시를 거부한 것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상 편집국장에게 자율적인 편집권을 존중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회사가 주장하는 징계 사유가 기사 게재와 관련된 부분 이외의 사유인 점 등을 들어 '징계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부산일보는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을 촉구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지부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지면에 실었다는 이유로 지난해 4월 이 편집국장의 직위를 해제하고 대기발령을 내렸다. 이후 이 편집국장은 사측으로부터 6개월 동안 어떠한 조치를 받지않아, 사규에 의해 지난해 10월 자동 해임됐다.

부산지방법원은 △기사의 게재와 관련해 (이 편집국장이) 경영진과의 갈등을 최소화 하기 위하여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 △단체협약상 편집제작진의 자율적인 편집권을 존중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 △회사가 제시한 징계사유 중 사건 기사의 게재와 관련된 부분 이외의 사유들이 경미한 점 △대표이사의 지시를 거부한 것이 직업관에 기초한 사명의식과 책임감의 발로로 보인다는 점 △대기발령 기간 중 회사가 보직을 부여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이정호 편집국장에 대한 징계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이 편집국장에 대한 대기처분이 무효라고 인정함에 따라, 이 편집국장은 복직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사측의 항소 여부와 사측과 이 편집국장 사이의 소송이 남았다는 점 등은 그의 조속한 복귀를 전망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편집국장의 변호를 맡은 변영철 변호사는 14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편집국장이 대기발령 이후 회사에 나가 업무를 본 것과 관련해 부산일보 측이 '주거 침입'을 했다며 고소를 한 사건이 현재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변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서 재판부도 조심스러워 했다. 그럼에도 올바른 판결을 내려줬다"며 "부산일보 측이 항소하면 가처분을 제기해 조속한 복귀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편집국장도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사려 깊은 판단을 해준 사법부에게 큰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편집국장은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다 해고된 분들이 아직 많다"며 "항소 등 아직 최종적으로 판결이 확정됐다고 볼 순 없지만 이번 계기로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지속됐으면 좋겠고 조속한 복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일보 측은 "결정문을 보지 못해서 향후 어떤 결정을 할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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