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6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의 5번째 명단을 발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전재국씨,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 관련 추가 취재 결과도 공개했다.

이번 명단 공개에 따르면, 북한 사람 문광남씨는 2004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또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퍼 컴퍼니 3곳도 밝혀졌다.

▲ 비영리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6일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5번째 명단을 공개했다. - 뉴스타파 제공

<뉴스타파>는 페이퍼 컴퍼니 등록대행 업체인 CTL, 즉 커먼웰스 트러스트사의 고객 정보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평양시 모란봉구역을 등기이사(director) 주소로 기재한 페이퍼 컴퍼니를 확인했다.

문광남씨는 2004년 11월 19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래리바더 솔루션 (Larivader Solutions, Inc.)'이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그의 주소는 "2 Kin Mal Dong, Mao Lang Bong District Pyong Yang Republic of Korea"로 기재돼 있다. <뉴스타파>는 이 회사가 최소한 2009년 10월까지는 존속됐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페이퍼 컴퍼니 등록대행 업체인 PTN, 즉 포트컬리스 트러스트넷사의 고객 정보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천리마(CHOLLIMA LIMITED)' '조선(Chosun Limited)' '고려 텔레콤 (Koryo Telecom Limited)'라는 이름의 페이퍼 컴퍼니 3곳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천리마'는 2000년 11월에 설립된 회사이며 '조선'과 '고려 텔레콤'은 2001년 2월에 만들어졌다.

<뉴스타파>는 "세 페이퍼 컴퍼니의 이사진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한국식 이름 임종주와 WONG Yuk Kwan은 북한의 이동통신 사업에 참여한 사업가들로 추정되며 임종주는 북한 국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페이퍼 컴퍼니 이름이 북한식이고, 이사진들이 북한 관련 사업에 참여한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이 페이퍼 컴퍼니들이 북한과 연계됐을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본인의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계좌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 은행에 자신의 페이퍼 컴퍼니(블루 아도니스) 회계 관리와 행정 업무 등도 위탁해 특별 서비스를 받아 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 <뉴스타파>는 전재국씨가 2004년 블루 아도니스를 설립한 이후 회사 유지를 위해 설립 대행 회사인 PTN에 계속해서 수수료를 지불한 사실도 확인했다. 2004년 9월 페이퍼 컴퍼니 등록비용으로 PTN에 미화 850달러를 지급한 기록과 함께 2005년 2월에도 PTN 명의의 은행계좌에 블루 아도니스 이름으로 미화 1210달러가 입금된 기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해외에 도피 중인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사실상 국내에 진출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지난 2001년에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Multi-Luck Investment Limited를 통해 국내에서 외국인기업으로 등록해 사업을 하고 있는 게임관련 업체 RNTS MEDIA Co., Ltd에 대한 지배구조를 완성해 놓고 있었다.

RNTS의 자본금은 5백만 유로, 우리 돈으로 75억 원 가량이며 발행주식은 5천만 주이며, 최대주주는 지분 33.5%를 갖고 있는 SYSK Limited, 2대 주주는 25% 지분을 보유한 Sapinda Holding B.V.이다. SYSK Limited의 유일한 주주는 Multi-Luck Investment Limited로 명시돼 있고, Multi-Luck Investment Limited의 실질 소유주 겸 등기이사는 김석기씨의 부인 윤석화씨와 10살된 아들 김 모 군, 그리고 김 씨의 대리인으로 추정되는 테레사 창으로 기록돼 있다.

<뉴스타파>는 "SYSK Limited는 ICIJ가 입수한 조세피난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김석기씨가 홍콩에 설립한 법인 킴바코가 만든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됐다"며 "김석기씨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페이퍼 컴퍼니 2개를 거치는 방식으로 사실상 국내 업체를 운영하면서 룩셈부르크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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