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해직언론인 복직 촉구 언론인 한마당’ 참석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부르고 있다.ⓒ미디어스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선·후배 언론인들이 30여 년 세월의 간격을 뛰어넘어 한 자리에 섰다. 박근혜 정부와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에게 38년 전 ‘동아투위 사건’을 기억하고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언론 탄압에 대해 되새겨볼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무대 뒤편에 동아일보 사옥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언론인들을 굽어보며 우뚝 자리를 지키고 선 모습이 씁쓸함을 더했다.

동아투위와 미디어오늘, 언론노조는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해직언론인 복직 촉구 언론인 한마당’을 열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후배 언론인들과 함께 해직 언론인 모두 복직시키고 명예 회복시키고 응분의 배상을 하라는 의미에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해직언론인 복직 촉구 언론인 한마당’에서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미디어스
김종철 위원장은 “박정희 독재 정권이 대대적으로 강제해직을 한 상태가 강제해직한 상태가 이명박 정권 시대에 되풀이됐다”며 “박정희 정권이나 이명박 정권이나 다를 바 없고, 박정희의 딸로서 대통령이 된 박근혜라는 사람 역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해직기자들을 복직시키고 국가가 당연히 배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학림 미디어오늘 사장은 “권력자를 비판하지 않으면 나라가 불행해지기 때문에 동아투위 선배들이 언론 자유를 위해 싸웠다”며 “만약 우리나라가 여기서 한 단계 더 도약하지 못하고 주저앉는다면 그 원인의 99.9% 언론에 있을 것이고, 언론 지배하는 99.9%가 바로 족벌 언론사.”라고 비판했다.

“후배들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뗀 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은 “지난 38년간 동아투위 선배들의 자유언론을 실천하기 위한 투쟁은 언론인들에게는 독재 권력에 굴하지 않은 자랑스러운 역사”라며 “2012년 언론노조가 자유언론을 위해 투쟁하면서 20여명 넘는 조합원이 해고당한 것 또한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서 싸운 자랑스러운 역사일 수 있다”고 전했다.

강성남 위원장은 “선배들 자유언론 실천 선언은 아직 유효하다”며 “후배들은 선배들의 뜻을 이어받아 이 사회 내에서 자유언론을 반드시 실천하고 민중의 아픔, 권력 비리를 밝혀내고 위로할 수 있는 언론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동아투위 명예 회원인 이해동 목사는 언론인들을 향해 “우리의 역사는 당대에 끝나는 승부가 아니다”라며 “오랜 시간을 두고 진실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가 생기고 고통 받고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일들이 있지만 그런 것들이 쌓여 마침내 우리 역사는 바른 방향을 찾아갈 것”이라고 격려했다.

▲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해직언론인 복직 촉구 언론인 한마당’에서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오른쪽)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동아일보 해직기자들의 투쟁 내용을 담은 책 '1975'를 전달하고 있다. 동아투위는 이날 서울시 도서관에 '1975' 50권을 기증했다.ⓒ미디어스

이날 행사에는 한겨레 창간 초창기 비상임 논설위원으로서 글을 통해 약 2년 간 법률·사법적 문제, 각종 운동단체의 투쟁 등을 기고한 있는 박원순 시장도 참석했다.

박원순 시장은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언론인들의 사진이 담긴 걸개를 가리키며 “이 사진들은 언론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란 깨지기 쉬운 질그릇 같아 우리가 잘 다루고 지키지 않으면 쉽게 사라질 수 있다”며 “많은 선배들의 피 땀 눈물로 이룩한 민주주의가 우리의 관심과 참여, 열정이 없으면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동아투위를 비롯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운 많은 언론인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서울시장으로서 시민의 일상과 삶 속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해직언론인 복직 촉구 언론인 한마당’에서 문영희 전 동아투위 위원장(왼쪽)과 김종욱 언론노조 YTN 지부장이 박근혜 정부와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에게 보내는 공동질의서를 낭독하고 있다.ⓒ미디어스

문영희 전 동아투위 위원장과 김종욱 언론노조 YTN 지부장은 공동질의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단순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에 그치지 않고 그의 정치적 자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라며 “‘100퍼센트 국민 대통합’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당신은 긴급조치 시기의 언론인 대량해직에 대해 아버지의 상속자로서 또는 역대 정부의 악정이나 실정을 청산해야 할 국정운영 책임자로서 아직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KBS, 집권당과 정수장학회가 사장을 내려보내는 MBC, 실질적인 관영매체인 YTN 등에서 일어난 해직과 징계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에 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김재호 사장에 대해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동아일보는 당신의 사유물이 아니다. 동아투위 위원들이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투옥과 고문과 생활고를 이겨내면서 지켜내려고 하던 ‘민중의 대변지’”라며 “조상의 악업을 더 이상 이어가지 말고, 동아투위 사람들을 복직시켜 단 하루라도 근무하게 하는 한편 응분의 배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아투위의 ‘1975’ 출판 북 콘서트를 겸해 열린 이번 행사에서, 동아투위는 1975년의 ‘동아투위 사건’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울시 도서관에 <1975> 50권을 기증했다. 또한 행사 현장에서는 언론 자유 수호에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에게 <1975> 300권을 선착순으로 무료 배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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