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MBC사옥 ⓒ미디어스

MBC가 '성추행' 전력이 있는 인물을 런던 특파원으로 선발해 내부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MBC는 5일 MBC 특파원 명단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런던 특파원으로 선발된 김 모 기자(차장급)가 문제가 됐다. 그는 지난해 1월 사내 성추행을 저질러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는 인물이다.

MBC여기자회에 따르면, 김 모 기자는 지난해 1월 같은 부서의 비정규직 여사원 4명을 저녁 식사 자리로 데려가 음담패설을 하고 반 강제적으로 술집에 데려가 끌어안고 성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유사한 성추행이 두 차례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MBC는 사안에 비해 가벼운 '정직 2개월'을 내렸을 뿐이었다. 당시 MBC 내부에선 지난해 170일 파업에 참가했던 구성원들에게 정직 6개월이 내려졌던 것과 비교해, 김 기자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아 경영진이 '선처'를 베푼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뿐만 아니라 MBC는 성추행 피해자가 여의도 본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음에도 가해자인 김 기자를 작년 연말 본사로 복귀시켜 피해자 인권 보호에 무감각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김 모 기자는 과거 성추행 전력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특파원 신청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김 모 기자는 5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동안 피해자가 MBC에 있어서 마주치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며 "특파원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내가 외부에 있어야 그분도 편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모 기자는 "지금처럼 다른 부서에서 있어서는 내가 회사에 공헌할 게 없다"며 "피해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선택을 한 것이며 결정하는데 정말 오랜 시간 고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MBC 내부에서는 직분과 직책을 이용해 하급자를 성추행한 인물을 특파원으로 선발한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MBC 여기자회는 5일 성명을 통해 "기자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자를 특파원으로 내보내겠다는 회사의 결정은 '비상식'을 넘어 누가 봐도 기가 찰 노릇"이라며 "피해자들의 유일한 요구 사항은 '마주치지 않게만 해 달라'는 것이었지만 MBC는 피해자들의 요구는 무시해온 반면, 김ㅇㅇ에 대해서는 '선처'에 이어 특파원 발령이라는 '우대'까지 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 여기자회는 "김ㅇㅇ을 특파원으로 보낸다면 MBC는 앞으로 성범죄자에 대한 비판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며 "불과 이틀 전 뉴스데스크에서 '직장 내 성범죄야말로 권력형 성폭력'이라며 통렬하게 비판한 것은 뉴스 아이템이 부족해 한번 해본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MBC 여기자회는 "김ㅇㅇ 본인도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기자라는 직종을 감당할 수 있을지부터 돌아보고 즉각 특파원 신청을 자진해서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의 한 기자는 김ㅇㅇ 기자가 런던 특파원으로 발령됐다는 소식에 "특파원은 기자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김ㅇㅇ 기자가 특파원이라는 사실은 꽃에 뭐라도 칠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이런 인사라면 윤창중 전 대변인도 MBC에 있었다면 특파원에 갔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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