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방송광고의 '사전심의'는 검열로 볼 수 있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앞으로는 방송광고심의규정과 관련해 광고가 방송된 이후에 심의하도록 전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방송광고 증가가 예상되면서 광고 업계의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공현 재판관)는 지난 26일 "사전심의한 광고만을 방송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방송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김 모씨가 낸 헌법소원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행정기관인 방송위원회의 업무를 위탁받은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사전심의는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 검열로 봐야 한다. 옛 방송법이 지난 2월 개정돼 사전심의의 주체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변경됐지만 그 내용은 다르지 않다 "고 밝혔다.

헌재 "방송광고의 사전심의는 표현의 자유 침해"

옛 방송법의 경우 방송위원회에 TV 광고에 대한 심의 권한을 부여한 뒤 심의를 받지 않은 광고는 방송할 수 없게 했다. 이에 그동안 방송광고는 옛 방송위원회가 업무위탁한 광고자율심의기구에서 사전 심의해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에 따라 지난 2월 개정된 방송법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에 같은 권한을 주고 있다.

▲ 방송광고 심의를 맡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홈페이지
그러나 헌재의 '위헌' 판결에 따라 방통심의위가 공익광고를 제외한 TV 방송광고를 사전심의하도록 한 방송법 제32조 제2항과 제3항, 시행령 제21조의 2 등 해당 법령은 효력을 상실해 무효가 됐다.

26일 방통심의위는 "방송광고 시장의 혼란과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조속히 방송광고 사후심의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면서 "광고 표현·창작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방송광고 심의제도의 혼란기를 틈탄 불법·유해광고물에 대해서는 이를 방송한 방송사업자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조하여 관련법규에 따른 제재조치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방통심의위는 "사후심의 업무 시스템의 구축 이전상태이므로, KOBACO, 방송협회, 케이블TV방송협회, 광고주 협회로부터 광고물 제작과 관련한 자문 요청시, 행정 서비스 차원의 자문에 응하면서 방송광고심의제도 변화에 따른 시장 혼란을 최소화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채널 시대, 실질적인 '자율심의 강화' 필요

이번 헌재의 '위헌' 판결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이미 헌재는 지난 1996년 영화 및 음반의 사전심의 제도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가 있다. 또한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방대한 분량의 광고 심의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며 심의 자체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다.

심의기준에 대한 비판도 계속돼 왔다. 지난해 한미 FTA 농축수산 대책위와 영화인 대책위가 공동제작한 한미 FTA 반대 TV 광고 '고향에서 온 편지'에 대해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의 조건부방송가(사실상 불가판정)를 내리기도 했다. 이에 양 대책위가 제기한 '조건부방송가 결정 취소청구' 행정심판이 지난해 6월 22일 승소판결을 받기도 했다.

한편 이번 헌재 판결과 관련, 방통심의위와 방통위의 관계 설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사전심의를 맡아온 광고자율심의기구는 역할이 없어졌고, 방통심의위의 사후심의를 거쳐 처분권을 가진 방통위가 제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방통심의위가 심의한 내용을 직접 징계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정책실장은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해 "표현의 자유 확대 측면에서 고무적"이라면서도 "광고업계가 소피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자율규제 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방통심의위의 역할과 위상에 걸맞는 법개정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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