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언론에서 뉴라이트 단체에서 펴낸 교과서라 알려진 ㈜교학사의 한국사가 검정을 통과했다는 사실을 비판하고 있지만 교과서 내용을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진보언론의 비판이 과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한 부분이다.
교학사 측은 또한 “한국사 교과서는 한국사 교과서라는 특성상 철저하게 교육부에서 제시한 검정기준과 집필기준에 입각해서 집필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검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며, 1차 합격 통보 때 받은 수정 보완 권고 사항에도 언론에서 보도된 것과 같은 내용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통과를 가장 먼저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지난 금요일인 5월 31일자 경향신문이다. 경향신문의 보도는 뉴라이트 역사 서술의 그간의 경향성을 비판한 것으로 사실 왜곡은 없었으나 박근혜 정부 각료들의 역사인식에 대한 발언을 의도적으로 뒤섞어 뉴라이트 학자들의 견해를 실제보다도 더 편향적으로 보이게 했다. 미디어스에서 이미 지적했듯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경향신문이 뉴라이트 ‘대안교과서’에서 5.16을 쿠데타로 표기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인식을 비판한 것과 대조되는 태도였다.
언론들은 교과서포럼 인사들의 과거 발언과 대안교과서의 내용을 인용하며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을 추정하려 했으나 대안교과서의 내용마저 왜곡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노컷뉴스의 경우 5월 31일에 올린 기사에서 네티즌이 올렸다는 표를 인용하여 “표에 따르면 해당 교과서는 5.16 쿠데타를 5.16 혁명으로 표기하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5.18 광주항쟁으로 표기했다.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 김좌진, 안중근 등을 테러리스트로 보고 종군 위안부를 '성매매업자', '자발적인 경제단체'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컷뉴스는 이후 교학사 측의 항의를 받았는지 반박 보도자료를 전문 노출시켰다.
또 한겨레 역시 5월 31일자 인터넷판에 올린 기사에서 “5·16은 혁명, 5·18은 폭동”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으로 대안교과서의 내용을 왜곡했다.
뉴라이트 역사 서술은 기존 교과서에 비해 투쟁이나 항쟁보다는 기성 체제의 관료와 테크노크라트들이 근대화를 만들어간 역할을 중시한다. 소위 ‘친일파’라 비판받는 이들 중에서 실력양성론자들의 역할을 긍정하고 독립운동 진영 내부에서도 ‘외교독립론’의 역할을 재조명한다. 독재정권을 되도록 ‘권위주의 체제’라고 순화시켜 부르면서 근대화에 대한 그들의 공로도 부각하고자 한다.
물론 이러한 입장에 대한 비판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사실관계를 완전히 뒤집었다는 주장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실관계를 뒤집는 것이다. 게다가 교학사 교과서의 경우 해명대로 검정지침을 통과하기 위해 대안교과서보다도 훨씬 표준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뉴라이트가 그간 문제삼은 금성사 교과서를 비롯한 기존 교과서가 지나치게 민중·민족·투쟁·항쟁 중심으로 서술되어 다른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합리적이다. 정황을 고려해보면 뉴라이트 교과서만 편향적인 것은 아닌데 진보언론들은 문제의 결을 집어내지 못하고 뉴라이트에 ‘친일파’나 ‘일본 극우파’라는 낙인을 찍는데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6월 1일 아침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나온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저희가 교육과정이라는 게 있어서 교육과정에서 이탈하면 검정을 통과하지 않게 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좀 과장돼서 돌아다니고 있는 내용들은 실제 교과서에는 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라고 밝혔고 노컷뉴스에 인용된 사례들에 대해 거듭 “그것도 사실은 아닙니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그는 “가장 큰 우려는 전체적으로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느냐 봤을 때 친 자본의 입장에 선 것은 아주 확실”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문제를 이렇게 볼 때엔 뉴라이트 단체가 만들어낸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검정기준의 변화와 거기에서 드러나는 전반적인 친자본적 서술이 ‘교과서 우경화’의 핵심이 될 것이다. 진보진영의 뉴라이트 교과서 비판이 ‘낙인 찍기’를 넘어 적어도 김정인 교수의 시선 정도로는 올라와야 합리적인 논의를 담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