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전재국 씨의 페이퍼 컴퍼니 설립 사실을 확인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

<뉴스타파>는 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의 4번째 명단을 공개했다. 공개 대상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뿐이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는 2004년 7월 2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Blue Adonis Corporation)'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보름 뒤 단독 등기이사와 주주로 등재됐다.

▲ 3일 뉴스타파-ICIJ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1차결과물 4번째 명단발표 기자회견에서 뉴스타파 이근행 EP(왼쪽부터), 김용진 대표, 최승호 PD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4번째 명단으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영문으로 'Chun Jae Kook(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전재국씨)'이 '블루 아도니스'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발표했다. ⓒ뉴스1

전재국씨는 2004년 8월 '블루 아도니스' 이사회에서 단독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뉴스타파>는 이사회 결의서 내부의 자료를 분석해, 전재국씨의 등기이사 주소(서울 서초동 1628-1번지)와 전재국씨의 시공사 본사 주소와 일치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YP08>로 시작하는 전재국씨의 여권 번호가 정확하게 나온다는 것도 확인했다.

전씨가 만든 페이퍼 컴퍼니 '블루 아도니스'는 자본금 5만 달러짜리 회사로 등록했지만 실제로는 1달러짜리 주식 한주만 발행한 페이퍼 컴퍼니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는 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기 위해 싱가포르 선택시티에 있는 현지 법률회사(PKWA)를 이용했다.

또, <뉴스타파>는 전씨가 '블루 아도니스'라는 이름으로 법인 계좌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블루 아도니스 법인 게좌를 만든 곳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이며 이 은행은 일반인을 상대로 한 소매금융을 하지 않는 곳이다. 이 은행은 한국인 2명이 간부로 일하고 있었고, 뉴스타파가 2차 명단 공개 당시 밝혀냈던 SK그룹 임원 출신 조민호씨의 비밀계좌도 관리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뉴스타파>는 PTN 싱가포르 본사와 버진아일랜드 지사 사이에 오간 이메일 내용에, 페이퍼 컴퍼니 이름의 계좌를 만들지 못한 탓에 "고객인 전재국씨의 은행계좌에 들어있는 돈이 모두 잠겨있다. 이 때문에 전씨가 몹시 화가 나 있다"라는 언급도 나온다는 것을 밝혔다.

<뉴스타파>의 최승호 앵커는 "이와 같은 이메일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당시 전씨는 어떤 계좌에 예치해둔 돈을 버진 아일랜드에 세운 유령회사 명의의 아랍은행 계좌로 급하게 이체하려 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ICIJ가 입수한 조세피난처 데이터 분석과 싱가포르 현지 취재를 통해 전재국씨가 지난 2004년 동생 재용씨에 대한 검찰의 조세포탈 수사로 전두환 비자금 은닉 문제가 다시 불거진 와중에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사실을 확인했다. 또 전씨가 최소한 6년 이상 이 회사를 보유했고 이와 연결된 해외은행 계좌로 자금을 움직였다는 정황도 찾아냈다.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는 "비자금이 비밀 계좌로 흘러갔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시점을 고려해 봤을 때는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만하다"며 "전두환의 비자금을 추징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높았던 시점에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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