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서울 남대문 YTN 사옥 앞에서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1인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앞서 24일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구본홍 사장이 최종 선임된다면 공정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성명 채택을 주장한 데 이어 이날은 1인시위에까지 나선 것이다.

▲ YTN 시청자위원을 맡고 있는 동국대 이철기 교수. ⓒ정은경

이 교수는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를 했던 사람이 낙하산 사장으로 온다면 YTN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결정이 철회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나왔다"고 말했다.

지나가던 YTN 구성원들은 "교수님 파이팅"을 외치며 악수를 건네기도 하고 음료수를 두고 가기도 했다.

이철기 교수는 지난 2006년 10월부터 YTN 시청자 위원으로 일해왔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인터뷰를 요약한 내용이다.

-어떤 이유로 1인시위에 나서게 됐나.

"공정보도를 수호하는 것은 시청자 위원의 가장 큰 책무다. 낙하산 인사 때문에 공정보도의 위기를 맞고 있는 YTN 사태와 관련해 시청자 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1인시위를 하게 됐다."

-지난 24일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는데.

"시청자위원회 명의로 성명을 발표해야겠다는 생각에 뜻을 같이 하는 몇 분과 사전에 상의를 했다. 시청자 위원 10명 중 8명이 참석했는데 다른 분들이 동조를 해주지 않아 성명 채택은 못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회의 과정을 모두 방송해달라고 했다. 회사 쪽에서는 시간 관계상 편집할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겠다."

-다른 시청자위원들이 성명 채택에 반대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시청자위원회는 프로그램 비평을 하는 것이고 사장 문제는 경영의 문제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 낙하산 사장으로 인해 공정보도가 크게 손상될 가능성이 있고 시청자위원회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고 권리라 생각했다."

-YTN 구성원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지난 2003년 KBS 서동구 사장은 임명까지 됐다가 사퇴했다. YTN은 아직 주주총회를 남겨두고 있다.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불합리한 일을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1인 시위를 회사 앞에서 하는 것도 YTN 구성원들을 격려하고 분발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한편에서는 '대안이 없다' 'YTN의 미래를 위해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YTN의 가장 큰 무기는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다. 아무리 힘 있는 사장이 온다고 해도 공정보도 원칙을 잃어버린다면 오히려 위상이 더 추락할 수 있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구본홍 사장 내정자와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말씀 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나 현 정권의 언론정책을 관장하는 사람들이 시대착오적이다. 군사정권에서는 몇 개 언론사만 장악하면 됐지만 지금은 다매체 시대 아닌가. 국민들은 얼마든지 진실을 알 수 있다. 통일외교 정책도 그렇고 언론정책도 그렇고 달나라에 살다가 온 사람들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제 방학도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다. 다음 주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집회나 1인시위에 결합할 예정이다. 구본홍씨는 단단히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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