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국 MBC 사장 ⓒMBC 제공
김종국 MBC 사장이 본부장, 국·부장급 인사에 속도를 내며 24일까지 MBC 본사 인사를 끝마쳤다. 지금까지는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권재홍 보도본부장, 김장겸 보도국장 등 김재철 전 사장 체제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들이 유임됐거나 승진해 '김재철 시즌2'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사 논란 속에서 김종국 사장은 지역사와 관계사 임원 인사를 남겨두고 있다. MBC 지역사 내부 구성원들은 이와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사장은 오는 30일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이사장 김문환) 여·야 이사들과 사전 협의 과정을 거친 뒤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누가 새 사장이 될까?…MBC 지역사 '술렁'

지역 MBC 가운데 6곳(부산, 안동, 여수, 울산, 청주·충주, 포항) 사장 임기(3년)는 올해로 끝난다. 김 사장이 대전 MBC 사장이었기 때문에 대전 MBC 사장 자리도 공석이 됐다. 김 사장이 각 지역사 사장의 일괄 사표를 받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김 사장의 인재풀이 협소하다는 점과 그의 임기가 1년이 채 못 된다는 점은 전폭적 인사에 있어 큰 한계로 꼽힌다.

MBC 지역사 관계자는 27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종국 사장이 사석에서 '지역사 인사만큼은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며 "이 말은 본부장 및 국·부장 인사는 방문진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지역사 인선에서는 이보다는 김 사장의 의지가 더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임기가 짧은 김 사장이 자신의 색을 강하게 드러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현 분위기"라며 "김재철 전 사장이 지역사·관계사 인사로 해임 의결이 된 만큼 김종국 사장 역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일 것 같다. 7개 지역사 사장 중 일부를 새롭게 임명하거나 유임하는 방식을 통해 인사를 단행하는 데 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사의 노동조합들도 사장 선임을 앞두고 분주해진 모습이다. 언론노조 MBC본부 부산지부(지부장 김홍식)는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자격 없는 김수병 부산 MBC 사장의 연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수병 사장은 불공정방송 행위, 각종 인사 전횡 등의 문제가 있는 인물이다. 그가 아닌 자격 있는 사장이 임명되는 것이야말로 부산 MBC 부활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철 인사들이 지역사에?…"겸임 사장 임명도 주목해야"

MBC 내부에서는 이우용 미래전략실 국장과 안광한 전 MBC 부사장, 황용구 전 보도국장 등 김재철 체제 아래서 큰 역할을 했던 인물들의 거취를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김종국 사장이 24일까지 내린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이 '낙하산'으로 지역사 사장에 임명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MBC 보도국 내 한 기자는 "그동안 김종국 사장의 인사를 분석해 보면, 지역사·관계사 사장 선임에서도 김재철 체제 인사들이 영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김 사장이 이들의 자리마저 챙겨 주게 된다면 김재철 체제와 전혀 다를 바가 없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도 27일 성명을 통해 "김 사장이 '김재철의 잔재들' 처리의 몫을 지역사에 떠넘긴다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돌고 있다"며 "지역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무참히 짓밟았던 김재철 체제의 악몽이 부활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낙하산 인사뿐 아니라 겸임사장제가 지속될 지도 쟁점이다. 김 사장이 2010년 3월 진주·창원 MBC 겸임사장을 맡은 이후 두 지역사의 통폐합을 주도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MBC 내부선 겸임 사장 임명을 통폐합의 신호탄으로 간주한다.

김 사장은 3일 취임사에서 "지역 계열사는 광고매출하락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숫자의 우위가 이제는 약점인 시대로 바뀌고 있다. 시대변화에 맞춰 계열사 스스로 자구책을 찾도록 독려하겠다"며 광역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또 다른 지역사 관계자는 "김재철 체제에서 문제가 됐던 사람들, 이를 테면 이우용, 안광한과 같은 사람이 지역사 사장으로 내려오는지도 주시해야 하지만 충주·청주 등에 겸임 사장이 임명되는지도 중요한 문제"라며 "겸임 사장이 오게 되면 강제 통폐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도 "김종국 사장이 진주-창원 강제통폐합의 실무자를 특보로 발령해 곁에 두고 있는 것이 심히 우려스럽다"라며 "백번을 양보해, 지역MBC가 외부 환경에 취약한 구조를 가졌다 할지라도 강제통폐합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강릉·삼척과 충주·청주에 적용되고 있는 겸임사장제는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2011년.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이 진주-창원 MBC 통합에 반대하며 농성에 나선 모습 ⓒ언론노조

노조, "사장 추천위원회 도입"…현실적으로는 어려울 듯

언론노조 MBC본부 등 각 노동조합들은 지역사 자율경영 제고를 위해 지역사 사장 '추천위원회' 도입이나 MBC 정관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낙하산 사장'과 '겸임 사장'과 관련한 방문진 여당 이사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현 정권 하에서 방문진 여당 이사들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노조의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28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역사의 경쟁력이 매우 떨어져 있다. 부산이나 경남의 경우 경쟁사인 KNN의 시청률을 따라가지고 못하고 있다"며 "이는 MBC 지역사의 독점적 지위가 오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겸임사장'에 대해 "MBC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가능하면 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줄기차게 나왔다"며 "KBS와 SBS 경우에는 강원도에 지역사가 딱 하나 있을 뿐이다. MBC는 춘천, 강릉, 삼척 등 지역사가 너무 많다. 임명돼야 하는 자리가 너무 많고 전반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이사는 "김재철 사장과 함께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을 옳지 못하다"라며 "그와 특수한 관계로 승진하거나 이익을 본 사람이 아니라면 배제할 이유가 없다. 이는 MBC노조의 프레임"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언론노조 MBC본부는 "낙하산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지역 MBC 사장 '추천위원회' 도입이나 자율경영을 가로막는 정관 개정 등을 요구하는 동시에 사측이 생각하는 경영합리화 방안이 과연 합리적인지 객관적으로 검토할 자세가 돼 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와 같은 서울 사측의 태도로는 대화가 어렵다. 지역사를 네트워크의 동반자가 아니라 털고 싶은 부담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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