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님, 불편한 글을 보냅니다.

6월26일 님의 발언이 온통 화제더군요. 누구는 개인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고 당신을 응원하고 일부는 당신이 촛불시위를 왜곡했다고 질타를 합니다.

님의 말을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님의 생각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로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님을 질타하는 사람들의 말처럼 님이 촛불시위를 매도하려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님의 말은 이미 어떤 저의에 의해서 이용당하고 있더군요.

▲ 황정민 아나운서 ⓒ KBS
“물대포 쏘는 경찰이야 기대한 게 없어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버스를 끌어내는 둥 폭력적으로 변질된 촛불시위는 실망이다.” 글로 옮겨진 님의 말을 곱씹어 보면 님은 경찰의 행동거지는 무시하고 촛불시위의 변화한 행태에는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님의 애정이 어디에 있는지는 쉽게 짐작이 갑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것은 무시당하는 거고, 아쉽다는 말은 애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니까요.

님의 말을 확인하려고 조선일보 사이트에 들어간 이유

내가 님이 했다는 말을 글로 읽은 곳은 안타깝게도 조선일보 웹사이트였습니다. 글은 조회수 1위여서 찾기도 쉬웠습니다. 나는 조중동을 지극히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조선일보 사이트를 찾아갔을까요? 그건 바로 내가 조중동을 싫어하는 이유 때문입니다. 짐작대로 톱기사였습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님의 본뜻과 달리 님의 말이 왜곡당한다는 것이지요. 그것도 전혀 다른 목적으로.

이미 님의 말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기회주의 언론에게는 현재의 정국을 전환시키기 위한 아주 좋은 수단이 되고 있지요. 좀 심하게 말하면 국민에게 심하게 회초리를 맞아 약간 변화하려는 언론에게 만능의 방패를 던져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방패는 촛불시위대와 맞선 경찰의 방패처럼 방어용도 됐다가 공격용도 됩니다. 때로는 제 주인의 목을 겨냥해 꽂히는 흉기가 되기도 하지요.

아무리 아나운서가 연예인화되고 있지만

만약 님이 지금의 자리가 아니라 평범한 동년배 여성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런 발언이 무슨 문제이겠습니까? 또 사석에서 친구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해도 가십 정도에 지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님은 아나운서입니다. 그것도 지상파에서 일하는. 다시 말하면 님이 방송에서 하는 말은 어떠한 경우에도 공적이어야 하고, 누구에게나 오해가 없도록 명확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아나운서가 연예인화되고 있다지만 님은 공영방송에서 월급을 받는 방송인이고 언론인입니다. 아나운서로서 벗어날 수 없는 의무라는 것이지요.

언론인은 최소한 진실을 추구하고 보도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님이 언급한 6월26일 님의 발언의 배후가 되는 새벽 시위의 폭력(나는 인정하지 않습니다만)은 ‘사실’일지언정 ‘진실’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적어도 님이 구분하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님은 수년 전에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님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님이 대학시절 데모대의 일원으로 보냈던 시간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그 답은 님의 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외신이 어떻게 볼까 부끄럽다.”

외신은 우리의 촛불에 고마워할 것

조중동이 즐겨 인용하는 외신의 실체를 님이 모르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즐겨 인용하는 외신들은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쓸 겁니다.

“작은 한반도의 절반 밖에 안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일어난 작은 촛불은 공권력의 폭압과 보수언론의 왜곡에도 꺼지지 않고 전세계의 식탁으로 번졌다. 마침내 상업적 이익을 위해 세계인의 건강을 모른 척하던 미국축산기업이 무릎을 꿇었다. 전 세계인들은 동방의 작지만 강한, 그리고 정정당당한 다윗을 닮은 한국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해야 할 것이다.”

이미 미국의 주요언론들은 자국의 소고기 검역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도하기 시작하였고, 미국의 소비자운동 단체들도 전수검사를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은 현재에 머물고 과거로 퇴화하지만 진실은 현재에서 시작돼 미래를 지향합니다.

당신의 방송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당신의 팬이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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