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 발표에 대해 광우병대책회의가 "민간자율프로그램인 품질관리제도(QSA)의 존속 여부는 미국 기업의 인식에 달려있고 한시적 조치에 불과하다"며 "이번 협상은 꼼수 동맹을 통해 이뤄진 한미연합사기극"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26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생명 포기각서, 미 쇠고기 고시 및 한미 '추가협상' 평가 전문가 기자회견'에서 광우병대책회의 전문가 자문위원회는 "25일 공개된 추가협상 결과를 보면 30개월 미만을 수입하는 품질시스템 평가(QSA) 프로그램은 과도기적인 민간 분야의 이니셔티브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며, 참여기업이 원하면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면서 "QSA 해제는 사실상 한국 수입업자와 미국 수출업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광우병대책회의 전문가 자문위원회가 26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국민생명 포기 각서' 정부 고시와 한미 합의문 분석 및 평가 전문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곽상아

대책위 자문위는 "이번 추가협상은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더 악화시켰다"며 "정부가 강행하려는 고시 부칙 8항에는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머리뼈 또는 척수는 특정위험물질 혹은 식품 안전 위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규정돼있는데 유럽연합, 일본, 중국, 타이완, 홍콩, 베트남 등에서는 SRM으로 규정된 이들 부위에 대해 오히려 정부가 인정해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추가협상 조치에 대해서 "이는 4월 18일의 미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조치로 나아가기 위한 경과조치"라며 "미 무역대표부의 보도자료에는 이번 경과조치에 대해 한국정부가 원래의 수입위생조건을 고시하는 것을 조건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돼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입 위생조건의 경우 중대한 위반 발생시 미국 식품안전검사청(FSIS)은 해당 공정을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7조), 한국 정부는 현지 점검에서 중대한 위반을 발견하더라도 해당 공정을 중단시키거나 해당 작업장의 승인을 취소할 권한이 전혀 없다(8조)"면서 "정부가 '이번 추가협상으로 검역 주권을 강화했다'는 것은 정부의 허풍이었다"며 "결국 추가협상으로 검역 주권 포기 각서를 한번 더 쓰고 들어온 셈"이라고 평가했다.

"QSA는 업자간의 양해각서일뿐"

박상표 국민건강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QSA는 자발적 프로그램으로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30개월 미만임을 비과학적인 치아감별법으로 검사하기 때문에 그 자체도 믿을 수 없다"며 "즉각적으로 농림부 고시 철회하고 재협상을 통해 수입위생조건의 독소조항 바꿔라"고 촉구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도 "이번 합의의 본질은 우리 수입업자와 미 수출업자간의 양해각서(MOU)일뿐이며, 미국은 이에 대해 '미 쇠고기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개선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뻔뻔스럽게 기자회견에서 '기한없이 경과조치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기한없다'와 '한시적'이라는 말이 양립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OIE 규정 그대로 미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하는 나라는 우리뿐"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도 "QSA는 미 정부가 수출작업장을 일년에 2번 점검하고 나머지는 '수출위생증명서'가 자동으로 발급되는 제도"라며 "미 쇠고기 주요 수입국 중 OIE 규정을 그대로 완벽하게 적용해서 미 쇠고기 수입을 전면적으로 개방하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우 실장은 "그동안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100만여명의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서 시위를 했는데 고작 정부는 알맹이도 없는 추가협상 결과를 들고 나온 것이냐"며 "이번 추가협상은 꼼수 동맹을 통해 이뤄진 한미연합 사기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단체 발언에서 이상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은 "'사기'와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 합의를 관보에 게재한 정부의 행태는 앞으로의 제반 정책에서도 합리적 토론보다는 지시와 폭력으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에 있었던 경찰의 강제진압도 그 징후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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