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한장면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온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윤은혜는 은찬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고, 공유는 더 이상 예전의 공유가 아니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커피프린스 총각들은 이제 트렌드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커피프린스 1호점>은 화면해설 방송이라는 이름을 달고 낮시간에 재방송되고 있다.

10일 방송은 은찬이(윤은혜 분)와 한결이(공유 분)가 바닷가에 가는 날이었다. 그야말로 명장면이 나오는 날이다. 한결이가 은찬이를 위해 된장찌개를 끓인 날이고, 바닷가에서 잠든 은찬이를 보며 한결이가 마음을 졸인날이다.

이 날 방송을 시각장애인이 봤다면 드라마 내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실 화면해설 방송은 집에 현대식 TV를 보유하고 있다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 리모콘을 보면 돌비서라운드, 모노, 음성다중 기능들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기계치라도 '화면해설 방송' 시간대에 그것들을 누르다 보면 갑자기 소리가 나온다.

필자는 10일 방송을 소리로만 들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을 어떻게 해설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우선은 집 TV가 너무 구식이라 그런 기능이 없었고, 소리로 듣는 <커피프린스 1호점>은 어떤 드라마가 될지 알고 싶었다.

실험을 해본 결과 줄거리는 알 수 있었다. 오프닝에서 음악소리와 칼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 누군가 코고는 소리와 한결이의 목소리가 나온다. 짐작을 하건데 은찬이의 잠든 모습을 보며 한결이가 혼잣말을 했으리라. 뒤에는 은찬이가 "김치", "햄"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밥을 먹고 있는것 같았다.

소리로도 그정도 파악했으면 된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이미 봤던 드라마라서 가능했다. 소리만 들어도 그 장면들이 연상됐던 것이다. 처음 본 드라마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만약 "한결이가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다. 잠든 은찬이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한결이의 집 식탁위에 앉아 둘이 밥을 먹고있다"라는 설명을 해줬다면 좀더 정확하게 드라마를 이해했을 것이다. 칼질소리는 들렸지만 누가 요리를 하고있는 장면인지 알 수 없었고, 밥을 먹고 있다는 짐작은 했지만 한결이 집인지 식당인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뒷부분에서는 최소한 바닷가 장면에서 잠든 은찬이를 보고 한결이가 몰래 뒷에서 안는다거나 손을 슬쩍 잡는다는 얘기는 해줘야 알 것 아닌가. 음악만 나오다가 한결이가 "너 앞으로 해고다"라는 대사를 치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2006년 현재 화면해설방송은 전체 방송의 4%에 지나지 않는다. 시각에 따라 대수롭지 않은 수치일 수도 있다. 라디오를 들을 수 있고, 점자책이 있으니 정보격차가 그리 나지 않으리라고 예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정보격차란 단순한 '정보'만을 의미 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화격차가 더 중요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없애려면 '공감'이 필요하다. 적어도 "어제 그 프로봤어?"라고 물었을때 말이 통하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지 않은가. 아무리 장애인이라도 장애인편의시설, 소수자 차별문제, 혹은 세계평화에 대해 밤새도록 이야기 하고 싶겠는가?

이래서 장애인의 본방사수권이 보장되는 세상이 진짜 좋은 세상이다. 그걸 어려운 말로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이라고 한다.

아직은 헛된 꿈이다. 방송 시간 몇시간전에 편집을 끝냈다는 에피소드가 자랑처럼 신문에 나오는 세상이다.

하루빨리 이런 인터뷰 기사가 나와야 한다.

"10월인데 촬영현장에서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치는 바람에 편집을 어제 끝냈지 뭡니까? 오늘 오전에서야 화면해설을 추가해서 드디어 완성했어요. 000드라마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의 약자) 여러분들! 오늘밤 10시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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