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가 뭡니까?” “네 그 놈은 공공성의 정화입니다.” 정화(精華)란 ‘깨끗하고 순수한 알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미디어 공공성은 뭔가?

여기서는 지상파의 공공성에 한정해 보자. 현재 한국의 극빈자라고 함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151만명, 의료수급대상자가 350만, 차상위계층을 포함한 인구 수가 800만 명을 넘어섰다. 비정규직이 850만 명이다. 이들이 뉴스 정보 교양 오락 드라마 영화 스포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매체가 바로 지상파다. 그래서 지상파는 유지 보존 진흥시켜 안정적으로 한국의 극빈층이 무료보편적방송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디어 공공성 측면에서 지상파를 제일로 꼽는 경제적 이유다.

컨텐츠 공공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련만 지상파 구성원의 정체성 인식에 문제가 있어 참으로 해결되지 않는 점이다. 적어도 이런 것은 상식이어야 하는데 지켜지지 않아 또 한 번 강조하는 바, 먼저, 전체 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제작과 방송을 전제로, 이제까지 극히 소외되었던 극빈층의 현실을 보다 많이 조명하고, 이를 법과 제도를 통해서 최소한의 삶의 터전과 질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는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는 것이다.

▲ 언론 현업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5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앞에서 수신료 인상안의 즉각적인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언론노조
둘째, 지상파 자체가 갖고 있는 공공재적 성격과 더불어 언론 자체가 공공성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기본규범인 뉴스의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노동자 농민 시위에 대해서 왜 싸우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수용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가능한 객관적 시각과 공정한 양으로 보도하는 것이다. 집권세력과 기업의 관점에서 보도하는 양과 질적 수준만큼 비집권세력과 노동자의 관점에서 보도하는 것도 유사해야 하고, 중산층 이상의 관점에서 보도하는 양과 질적 수준만큼 중산층 이하의 관점에서 보도하는 양과 질의 수준이 비슷해야 한다.

콘텐츠의 공공성 확보 위해 지상파는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우선해야 하는 것은 지상파는 존재 자체가 공공성이라는 점을 확고히 해야 한다. 있는 사람들이야 주말에 차를 몰고 나갈 수 있지만 없는 사람들은 주말에 TV시청이 여가를 즐기는 주요 수단이다. 드라마가 재미있고, 오락이 재미있으면 그 자체로 공공성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의미가 더해지면 금상첨화.

시민사회는 바로 이 점을 주목하는 것이다. 콘텐츠의 공공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콘텐츠 자체를 비판하고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 끊임없이 감시 견제할 수 있기 위해서도 지상파가 유지되어야 한다. 이 지상파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수준에서, 즉 변화된 매체환경에서는 턱없이 부족하여 지상파 위기를 구체적으로 체감해야 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지상파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재원의 위기다. 그리고 이런 재원의 위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도 일정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지상파 전체 위기를 해소함과 동시에 미디어균형발전에 입각한 유료방송 신문 인터넷 등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의 존재기반을 구축하는데 핵심은 수신료다.

수신료는 KBS와 EBS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직접 수혜대상이 KBS와 EBS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국회에서 현행 2,500원에서 4천원으로 인상한다고 하면 전체 수신료는 약 9천억에 이른다. EBS에 일정하게 배분하고 나머지를 KBS의 재원으로 삼았을 때, KBS는 KBS2에서 벌어들이는 광고료 수입을 1,000억 원에서 1,500억 원가량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바로 이 점에서 시민사회는 4천원으로 인상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했다. 적어도 5천원 수준으로 인상하고, 그 잉여분을 KBS2 광고를 줄여서 미디어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권고해 왔다. 하지만 기필코 4천원으로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그 의미는 상당부분 살아 존재한다. 1,000억에서 1,500억 가량이 다른 미디어의 광고로 흘러가 재원 안정화에 일정하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극빈층을 형성하고 있는 8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들은 공영방송을 비롯한 무료방송을 4,000원의 세금을 내고 보는 것이 손해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케이블TV의 경우 평균 6천 원 이상의 월 시청료를 낸다. 하지만 디지털케이블의 경우는 15,000원에서 25,000원을 내고 시청한다. 있는 사람들이야 별로 부담 없겠지만, 2인 가족 기준 월수입 100만 원이하의 국민들이 무려 800만 명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월 1만5 원 이상의 시청료 부담은 분명히 문제가 된다.

2012년 아날로그TV가 종료되고 디지털TV로 전환되는데, 현재 상황이 이대로 유지되면 지상파라는 무료방송은 엄청나게 축소됨으로 인해 사실상 유료방송만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가령 지금 가격이 유지된다면 1,500원 아끼려다 15,000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받치는 희극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이다.

문제는 단지 15,000원 정도만 더 내는 것이 아니다. 지상파의 붕괴는 곧장 유료방송의 독과점으로 넘어가고, 독과점의 특징은 가격상승으로 이어진다. 케이블TV SO의 지역독점을 유도한 방송위원회의 정책이 결국 독점지역의 시청료 폭등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지금 미국은 월 케이블시청료 5-6만 원 선이다. 이 가격은 나이키 신발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일한 것처럼 케이블TV시청료 또한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추세로 지상파가 엎어지기 시작하면 앞으로 2-3년 안에 단지 15,000원 인상이 아니라 4-5만원의 인상에 우리 국민들 특히 빈민층은 마주해야 한다. 사실상 방송을 볼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의미다.

수신료 인상은 KBS구성원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국민의 방송 KBS를 지키려는 싸움

시청자 입장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지상파의 생존기반을 허물어뜨리고 정치적 논리에 의해서 당장의 1,500원 인상을 저지해야 할까 아니면 1,500원을 더 부담하고 근원적으로 무료보편적 방송서비스를 지속 향유해야 할까.

지금 수신료 인상을 저지하려는 자들은 4종류의 부류다. 하나는 유료방송사업자의 이익을 교묘하게 대변하는 자들이요, 둘째는 수신료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서 전혀 학습이 되지 않은 아주 무식한 자들이다. 셋째는 도대체가 이 땅의 없는 자들에게 대해서 최소한의 고려도 하지 않는 자들이요, 마지막으로, 단지 KBS로 인한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는 인간들이다.

이들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반공공론자’들로서 기업의 이익이나 자신들이 얻어먹을 떡고물로 정책을 판단하는 자들로, 국민들에게 지금 당장 달콤한 설탕을 대거 복용시켜 비만과 당뇨병을 유도하고, 병원의 수익을 불려 주기 위해 혈안이 된 자들과 다를 바 없는 짓을 자행하는 자들이다.

시청자들을 감언이설로 속여 양극화의 완충지대로서 무료보편적 방송서비스를 포기하게 하고, 무료보편적 방송서비스의 중심에 있는 KBS와 EBS의 존재를 없애려 하는 행위가 곧 수신료 인상 반대를 부르짖는 자들로, 제발 이제는 KBS와 EBS의 제작프로그램과 뉴스에서 이들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양문석
KBS에게 한 마디 하자. KBS구성원들의 무책임한 행위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인데, 왜 당신들은 시청자들의 진정한 이익을 위해서 당신들의 방송으로 수신료 인상의 정당성을 옹호하지 않는가? 왜 당신들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주파수를 이용하면서 국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수신료 인상 반대론자들을 비판하지 않는가? 혹시 KBS가 KBS구성원들의 것이라는 황당한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착각마시라. KBS는 KBS구성원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며, 그렇기에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당신들은 존재함을 잊지 마시라.

KBS 내에서도 반공공론자들이 득실거리고 정치권에 줄대기하며 입신양명을 꿈꾸는 자들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보다 KBS를 지키기 위해서 EBS를 비롯한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 지상파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길을 꿋꿋이 나아갈 것이다. 수신료 인상이 KBS구성원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국민의 방송 KBS를 지키려는 싸움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이것이 공공성이요, 이것이 공공성을 깃발로 내세워 우리가 싸우는 이유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