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6월 20일 의결한 디지털전환 특별법 시행령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정책당국으로서 최소한의 의지와 역량도 보여주지 못했다. 언론연대는 정부조직법 개편 이후 제대로 된 방송통신 정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는 방통위가 국민 생활과 직결된 디지털전환 정책만큼은 제대로 된 정책을 내 놓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번 시행령 의결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에 디지털방송 수신을 위한 설비를 제공하는 저소득층 지원 조항마저 삭제하고 의결했다. 기획재정부와의 예산협의 핑계를 대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정책당국으로서 그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이 시행령에 의하면 2012년 12월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될 경우 차상위 계층은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서는 지상파방송을 더 이상 시청할 수 없게 되었다. 차상위 계층까지 디지털 수신 장치 보급을 확대하는 것은 최시중 위원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약속한 내용이다. 국회에 약속한 내용도 제대로 못 지키면서, 방통위의 독립성마저 훼손하는 정치적 행보를 거듭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 나머지 4인의 위원들은 합의제 행정기구의 역할을 충실하게 지켜내지 못하고 시청자들의 요구를 관철해내지 못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언론연대는 저소득층에 대한 충분한 지원 없이 디지털 전환을 강행하는 시행령 제정을 전면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특별법 시행령을 확정한 것은 쇠고기 협상 이후 고시 강행으로 국민을 협박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자발적 비전환자에 대한 충분한 대책 및 지상파방송을 직접 수신할 수 있는 수신환경 개선, 충분한 디지털서비스 제공 없는 아날로그방송 종료 강행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시청자가 디지털수상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수신환경개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기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아날로그방송 종료를 강행하는 것은 유료방송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고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이런 무책임한 정부 정책이 어디에 있는가? 시행령을 통해 국민들에게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정책당국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보여줄 수 있을 때 시청자들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부 정책이 신뢰를 잃으면 쇠고기 협상과 같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 일방의 소통을 강요하는 방통위의 정책을 전면 거부하며, 국민적 동의 없이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할 것을 천명한다.

2008년 6월 24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