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를 떠나 JTBC로 가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오마이뉴스
손석희 교수가 MBC를 떠나 JTBC에 입성했다. 손 교수는 10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마지막 방송에서 "최선을 다해서 제가 믿는 정론의 저널리즘을 제 의지로 한번 실천을 해보고 훗날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말로 청취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는 1984년 MBC에 입사한 이후로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MBC의 대표적 언론인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랬던 손 교수였기 때문에 그가 종편 채널 jtbc로 간다는 소식은 MBC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미디어스> 취재 과정에서 MBC 구성원들은 답변을 거부하거나 쉬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한 다수의 MBC 구성원들은 공통적으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MBC PD A 씨는 "엄기영 사장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정치권에 뛰어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을 어제(9일) 받았다"며 "손석희 선배의 이직은 단순히 한사람의 거취를 의미하지 않는다. MBC가 가졌던 공정방송의 이미지를 다 가져갔다. MBC에게 있어서는 막대한 타격"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솔직히 아쉬운 감정이 크다"라며 "손석희 선배에 대한 MBC 직원들의 애정이 매우 크고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믿음이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파업을 하면서도 '손석희 시선집중' 만큼은 정상적으로 방송될 수 있게끔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PD B 씨도 "심정적으로 아쉽다"며 "MBC에서 충분히 함께 하면서 방송을 했을 수도 있는데, MBC가 그의 공간을 만들어주지 못한 측면이 크다. 넓게 보면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축소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MBC에서 해고된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도 "손석희 선배는 언론인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있고 신뢰도가 높으신 분"이라며 "공영방송에 계시면서 충분히 역할도 하고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전수해주셔야 할 분인데, '김재철 체제' 이후에 그런 부분이 상당히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앵커는 "떠나신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현 MBC의 상황이 손 선배가 옮겨 가시는 데 일조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망가진 공영방송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MBC 관계자 C씨는 "손 교수는 시선집중만 13년을 했다.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었을 수도 있다"며 "또, 김재철 체제 하의 MBC는 어떻게든 시선집중을 축소하고 견제하고자 했다. MBC에서의 상황에 환멸을 느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석희'하면 날카로운 질문과 치우치지 않는 진행이 떠오를 만큼 그가 MBC에서 쌓아 온 성과는 왜곡된 한국 언론 지평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그런 그가 공영방송이 아닌 거대 자본 삼성과 떼어질 수 없는 종편 채널 jtbc를 선택했다.

이에 대해 PD A 씨는 "권재홍이 진행하는 <뉴스데스크>와 손석희가 진행하는 <jtbc뉴스9> 중 어떤 걸 보고 싶을까"라며 "손 선배 영입으로 종편은 확실하게 자신들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래서 더 아쉽다"고 밝혔다.

최승호 앵커는 "공영방송이 망가진 상태에서 사람들이 종편을 보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손 선배는 편향적인 종편을 객관적인 매체로 만들고자 떠나신 것"이라며 "MBC에서 펴지 못한 것들을 그곳에서 많이 실험할 것 같다. 기대를 하고 있기도 하고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 앵커는 "그러나 한국의 족벌 언론들은 언제나 사주 이익에 따르는 행위를 해왔다"며 "손 선배가 원하시는대로 된다면 바랄 게 없겠지만, 족벌 언론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관계자 C 씨는 "손석희 교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저널리스트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저널리즘의 모델적 가치가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종편의 경영진이 된다면 한국 사회는 상징적 롤모델을 잃게 된다.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수구 언론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근본적 문제를 손석희 교수가 포장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얼굴마담이 필요했을 터인데, 이는 손석희 교수에게 '보도담당사장'이라는 직함을 부여했다는 것에서 유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C 씨는 "사장 한 명이 보수 언론의 이데올로기와 조직문화를 흔들 수 있을 만큼 보수언론이 허술하지는 않다"며 "손 교수로 인해 jtbc의 보도방향이 일부 바뀌더라도 방송 저널리즘 측면에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가령, 삼성 관련 문제가 터졌을 때 손 교수가 MBC에서처럼 날카롭게 짚어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번 손 교수 영입을 두고 많은 이들은 종편의 존재감이 예전보다 커졌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는 공영방송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말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을 터.

최승호 앵커는 "지금 공영방송들이 의제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고, 공적인 토론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의 기틀을 뒤흔드는 문제인 국정원 보도만 봐도 공영방송은 취재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실망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앵커는 "그러나 외압이나 정치권 등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다시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손 선배가 떠났다고 공영방송의 위기를 성급하게 논하기보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 씨도 "공영방송 스스로 제2, 3의 손석희가 탄생할 수 있도록 저널리즘의 방향을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최근 심석태 기자를 중심으로 방송기자연합회가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를 의제화했던 것이 좋은 사례일 수 있다. 현재의 편성규약을 재검토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으며 편성 책임자를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경영진뿐 아니라 노조의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 즉, 공정성과 합리적 관점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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