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아이를 두고 있는 김모 씨(32)는 지난달 24일 남양유업으로부터 '황당'한 메일을 받았다. <체육시설 환불 요구시 부당한 대우를 받으신 사례 관련 소비자님의 의견을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었다.

김 씨는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 기저귀, 분유 등의 남양유업 샘플을 받는 대신 남양유업 측에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김 씨는 남양유업 상품과 관련한 정보를 손쉽게 받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남양유업 메일 서비스에 동의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에 받은 메일의 내용은 남양유업과는 무관한 '체육시설 피해 사례'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MBC뉴스의 협조요청으로 체육시설 피해 사례와 관련해 인터뷰이를 찾고 있다는 것. 인터뷰를 해준 고객에게는 사은품으로 "맛있는두유GT(24입) 1박스"를 제공한다는 말도 있었다.

▲ 남양유업이 김모 씨에게 보낸 메일 <체육시설 환불 요구시 부당한 대우를 받으신 사례 관련 소비자님의 의견을 구합니다>

메일에서 남양유업은 "남양 회원님들께 '헬스클럽, 요가 등 체육시설 환불요구시 부당한 대우를 받으신 사례' 관련 협조를 구하고자 메일을 드립니다. 저희 남양아이는 'MBC뉴스'의 협조요청으로 관련 도움을 주실 분을 찾습니다"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헬스클럽, 요가, 수영 등 체육시설에 장기 등록한 후 기간 만료 전 환불을 요구했을 때 부당한 대우를 받으신 분 중 다음과 같은 사항에 해당하시는 분"이라며 △서울/서울 인근 거주하시는분 △체육시설 등록 시 계약서를 작성, 보유하고 계신 분, 혹은 체육시설의 약관을 가지고 계신 분 △내일(4월 25일) 오후 방송 인터뷰(익명/뒷모습/30분 내외 소요)가 가능하신 분 등을 조건으로 달았다.

김모씨는 "육아 정보를 얻기 위해 메일에 가입한 입장에서 방송사의 민원을 해결하는 데 내 정보가 도용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해당 메일이 남양유업의 메일링 서비스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객의 메일주소를 상품이나 서비스 제공 등에 국한해서 이용한 것이 아니라 특정 언론사의 취재 편의를 목적으로 사용했지만, 남양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남양 측 관계자는 8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메일 수신에 동의했기에,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메일"이라는 입장만을 전했다. 'MBC가 어떤 취재 요청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며 "이게 과연 문제가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미디어스>는 MBC 측에도 관련 내용을 문의했으나 보도국 관계자들은 "잘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 남양유업의 개인정보취급방침 - 남양유업 홈페이지 화면 캡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남양 측이 고시한 개인정보취급방침은 △ 서비스 제공에 관한 계약 이행 및 서비스 제공에 따른 요금정산 △ 회원 관리 △ 마케팅 및 광고에 활용을 위해서만 개인정보를 수집한다고 규정한다.

장여경 진보넷 활동가는 "수신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메일을 발송할 수 있도록 하는 옵트인(opt-in) 정책의 취지는 소비자들에게 정보 수집의 목적을 최대한 제공함으로써 원치 않는 메일을 차단하는 데 있다"며 "수신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아무 메일이나 보내는 기업의 행태는 이 정책의 취지를 폄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양유업의 '뜬금없는' MBC 취재협조 요청의 배경에는 MBC와의 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고객들에게 언론사 취재협조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낸 것에 대해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절대 아니다. 이런 경우는 없다"라며 "남양유업이 왜 이런 메일을 보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양유업이 MBC 18개사와 공동으로 매년 임신육아교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관계가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남양분유임신육아교실 무료강좌를 열고 있고 기타 지역에서는 MBC 18개사와 공동으로 매년 200회에 이르는 'MBC 임신육아 교실강좌'를 운영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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