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도입이 시행령 제정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경쟁매체인 케이블방송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추진되고 있다.

현재 케이블방송 규제완화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 작업이 추진되고 있고, 최근엔 '유선방송기술기준 변경'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케이블TV의 원활한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IPTV 도입에 따른 공정경쟁 여건 조성'을 위해 유선방송기술기준변경이 추진될 예정이다.

지난 18일 방통위 전파감리과 주재로 일명 '케이블TV 기술기준 제도개선' 관련 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회의에서 방통위는 상향주파수대역 확대, 고효율 압축기술 MPEG4 도입, 하향대역 확대 등 케이블방송의 기술 관련 규제를 선정,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방통위가 기술기준 변경안을 오는 27일 전체회의에 상정,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지상파방송사쪽에서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향주파수 확대 따라 지상파채널 또 옮겨라?

이날 회의는 관련 사업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로 케이블TV방송협회의 성기현 사무총장과 지상파방송 관계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선방송기술기준 변경이 논의되는 자리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이 참석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다.

지상파방송 관계자의 참석은 '유선방송기술기준 변경'안에 포함돼 있는 상향주파수대역 확대에 따른 지상파방송 채널 변경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상향주파수대역 확대는 현재 5~ 42㎒의 대역을 65㎒까지 확대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는 상향주파수 확대에 따라 케이블 아날로그방송의 1번에서 6번 채널이 상향주파수 대역에 포함돼 지상파방송 채널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OBS의 케이블역외재전송에 따라 EBS가 케이블 13번 채널에서 3번 채널로 변경됐고, 대부분의 SO에서 SBS를 5번 채널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케이블채널 7번 이상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케이블방송의 상향주파수대역 확대는 지상파방송 EBS와 SBS의 채널 변경이 전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케이블방송의 지상파방송 채널변경은 관련 사업자의 동의와 방통위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 케이블TV 주파수 활용, 아나로그 채널 : 54MHz~552MHz(498MHz) 83Ch 방송가능 / 디지털 채널 : 552MHz~870MHz(318MHz) 212Ch~318Ch 방송 가능 (64QAM전송기술기준)
케이블망 고효율화, 지상파가 발목 잡는다?

상향주파수 확대에 따라 케이블방송은 영상전화, UCC, 온라인게임 등 대용량 상향정보의 원활한 전송에 필요한 주파수 대역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용자의 부가서비스 이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방통위는 전망했다. 즉 케이블방송이 방송콘텐츠뿐만 아니라 전화, 인터넷, 게임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가능해져 IPTV와의 공정경쟁의 틀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케이블을 통한 초고속인터넷 이용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상향대역 주파수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상향주파수대역이란 이용자의 업로드 대역으로 케이블은 별도의 주파수 대역을 할당해 업로드, 다운로드대역을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올해 초 케이블TV방송협회 산하의 디지털케이블연구원은 '상향대역 확대'안을 확정했으며 규제제도 개선의 하나로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전달한 바 있다.

이처럼 케이블방송이 망의 고효율화를 통해 IPTV와 공정경쟁의 틀을 마련하려는 상황에서 지상파방송 채널 변경이라는 난제를 만나게 된 셈이다. 케이블방송 입장에선 지상파방송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올 법한 상황이다.

"지상파채널 진단없는 일방향 케이블정책은 문제"

그러나 이에 앞서 지적돼야 할 것은 지상파 채널에 대한 전체적인 진단 없이 추진되는 방통위의 일방향 케이블 정책이라고 지상파방송 관계자는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케이블방송의 채널편성권은 해당 SO에게 있지만 지상파채널 변경은 관련사업자 동의와 방송위 승인 사항으로 정책 당국은 지상파채널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의 지상파채널 편성 상황을 살펴보면 보호라기보다는 방치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케이블방송에선 지상파채널 사이사이에 홈쇼핑채널을 끼워 넣어 지상파채널을 홈쇼핑채널로 유도하는 일종의 '미끼채널'로 사용해왔다.

지상파방송과 24시간 상품광고로 채워지는 홈쇼핑 방송이 맞물려 채널이 편성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SO는 편성 대가로 홈쇼핑채널로부터 상당한 수수료를 챙기고 있으며 SO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채널을 옮길 때마다 선정적 상품광고에 청소년이 노출되는 문제도 간과하기 어렵다.

케이블방송은 의무 또는 동의재전송이라는 이름을 무료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방송을 채널 편성하고 있다. 이는 난시청 해소 차원에서 진행된 사항이지만 케이블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 없이 케이블방송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케이블방송이 인터넷, 전화 등 사업다각화가 가능하게 된 것도 케이블방송 가입자가 대폭 늘어나게 것과 무관치 않다.

'미끼채널' 지상파, 블록화할 필요

지상파방송 관계자는 방통위가 '케이블방송의 상향주파수대역 확대'에 앞서 지상파채널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우선됐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즉 망을 고효율화하려는 케이블과 채널을 지키려는 지상파가 서로 충돌하는 모양새로 방통위가 이끌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방통위관계자는 지상파방송 관계자가 채널 변경에 대해 반발하자, '지상파가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히려 필요했던 것은 'SO의 규제를 완화해 상향주파수 대역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공영방송 EBS에 대한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인 정책을 방통위가 수립하는 것'이라고 EBS는 방통위에 전달한 문서에 명시했다. 즉 방통위가 상향주파수 대역을 축소, 지상파채널 변경을 피하도록 유도하거나 지상파채널 정책에 대한 재점검을 추진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지상파 채널 정책의 개선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지상파방송 채널 구역 설정'과 '지상파 채널 전국 동일번호 부여'로 정리된다. '지상파방송 채널 구역 설정'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방송 채널 구역을 유료방송 서비스와 구별되는 채널 구역에 배치한다는 것으로, 일종의 지상파채널 블록을 뜻한다. '전국 동일번호 부여'는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채널로 지상파채널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앞서 지난 17대 국회에서 김양수 의원 대표발의로 '지상파 전국 동일번호 부여'라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이 추진됐으나 입법화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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