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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10주년 생일을 보낸 YTN '돌발영상'노종면 "배석규, 제 살 깎아먹어"…YTN "6월 초부터 방송 재개"
김도연 기자 | 승인 2013.04.30 16:53

과거 큰 사랑을 받았던 아이가 10살 생일을 맞았지만 주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아이는 홀로 쓸쓸한 생일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YTN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돌발영상>을 아이에 빗댄 이야기다.

4월 30일은 <돌발영상>이 방송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2003년 4월 노종면 기자(현 YTN 해직기자)가 자투리 영상으로 한국의 정치를 풍자하고 권력을 비판해 방영 초기부터 화제가 됐던 <돌발영상>은 2009년 8월 임장혁 기자(현 YTN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장)가 배석규 사장에 의해 자리를 떠나기 전까지 YTN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 2004년 3월 방송된 '물 한잔 없어'(왼쪽)와 2003년 7월에 방송된 '악수대첩'

배석규 사장 체제에서의 <돌발영상>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희미해졌다. 무엇보다 과거의 날카로운 비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천성관 검찰총장 낙마, 언론관련법 재투표와 대리투표, 4대강과 쌍용자동차 등 굵직굵직한 사건마다 <돌발영상>은 풍자와 해학으로 성역 없는 비판을 가했고 마비된 언론에 염증을 느끼던 시청자들은 찬사와 환호로 답했다.

언론의 숨통을 죄려던 MB정권이 눈엣가시 같은 <돌발영상>을 내버려 둘리가 만무했다. MB정권 초기였던 2008년 3월,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은 청와대의 압력으로 삭제되기도 했다. <돌발영상>에 대한 MB표 탄압의 첫 총성이 울리던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년 5개월이 지나, 배석규 당시 임시 대표이사는 '구본홍 사장 반대투쟁'으로 징계를 받고 6개월 만에 돌아온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을 2009년 8월 '편향성' 등의 이유를 들어 경영기획실로 대기발령했다. 이 과정에서 돌발영상 제작진 전원이 교체됐다. 핵심 인력이 빠져나간 <돌발영상>은 이후 제구실을 하지 못한 채 빈 껍데기만 남게 됐다.

<미디어스>는 <돌발영상> 10주년을 맞아 <돌발영상>을 빛냈던 노종면 YTN 해직기자와 임장혁 YTN 공정방송추진위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종면 해직기자는 돌발영상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2003년 4월부터 만 2년 동안 돌발영상을 제작했다. 임장혁 공추위원장은 노종면 기자의 뒤를 이어 4년 반 동안 돌발영상의 황금기를 이끈 인물이다. <돌발영상>의 제작진으로서 이들은 10주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노종면 해직기자는 "프로그램을 10년 끌고 온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돌발영상의 10주년은 그만큼 의미가 있다"면서도 "배석규 사장 체제에서의 돌발영상은 쓸쓸한 생일을 맞고 있는 것 같다. 돌발영상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축하를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노 기자는 "돌발영상은 영상 보도가 일회적으로 소비되지 않고 기록으로써 차곡차곡 남는다는데 의미가 있는 방송"이라며 "안타까운 것은 YTN의 대표적 프로그램이었던, YTN 언론인들이 자부심을 가졌던 돌발영상을 YTN이 스스로 망가뜨렸다는 점이다. 현재 돌발영상이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내부 구성원들이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는 것은 권력에 순응하고 타협한 YTN 경영진들의 무능으로 빚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임장혁 공추위원장은 "알찬 내용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송으로 10주년을 자축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돌발영상을 제작했던 이들은 현업에서 쫓겨났다. 돌발영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라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돌발영상 이후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경쟁사에 많이 생겨났다"며 "그러나 그런 프로그램의 대다수가 비판 기능이 상실된 채 가십거리만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돌발영상은 방송되지 않고 있다. 6월 초순에야 방송이 재개될 예정이다. 배석규 사장은 4월 인사를 통해 돌발영상 전담자를 새로 뽑았고 <미디어스> 취재 결과, 돌발영상을 맡게 될 담당 PD는 기존의 업무인 특집 프로그램 제작이 끝나지 않아 돌발영상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담당 PD는 "건전한 비판 정신이 담긴 콘텐츠를 제작하고 활성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살이 갓 지난 돌발영상. 과거의 모습처럼 성역 없는 정치 풍자와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아래는 노종면 YTN 해직기자와 임장혁 YTN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장 인터뷰 전문.

노종면 YTN 해직기자

   
▲ 노종면 YTN 해직기자 ⓒ언론노조
미디어스(아래 미) : 돌발영상이 10주년을 맞이했다.

노종면 : 프로그램을 10년 끌고 온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돌발영상의 10주년은 그만큼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배석규 사장 체제에서의 돌발영상은 쓸쓸한 생일을 맞고 있는 것 같다. 돌발영상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축하를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미 : 우리사회에서 돌발영상이 가졌던 의미는 무엇인가?

노동면 : YTN이 최초로 시도한 돌발영상은 2003년 4월에 시작했다. 당시에는 큰 실험이었다. 이런 형식의 포맷을 다른 방송사에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 들었다. 돌발영상이 10년 동안 방송될 줄 몰랐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그러나 방송이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의 반응이 커졌다.

돌발영상은 영상 보도가 일회적으로 소비되지 않고 기록으로써 차곡차곡 남는다는데 의미가 있는 방송이다. 뉴스를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젊은 분들이 뉴스의 시청자로 등장하게 됐다. 또 돌발영상이 정치를 주된 소재로 다루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기존 정치인과 한국 정치에 갖는 선입견과 편견 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멀게만 보이던 정치를 우리의 현실에 직접적으로 와닿게 만들었던 것이 돌발영상이었다.

미 :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 때문에 정치권의 압력을 받기도 했다.

노종면 : 돌발영상은 정치 권력이 싫어할 만한 요소들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웃음). 2007년까지는 이렇다 할 저항 없이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들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좋지 않은 조짐들이 보였다. 2008년 3월 청와대 대변인이 직접 YTN 보도국장에 전화해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을 내려 달라고 하지 않았나?

그 이후 돌발영상은 숱한 고초와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것은 YTN의 대표적 프로그램이었던, YTN 언론인들이 자부심을 가졌던 돌발영상을 YTN 스스로 망가트렸다는 점이다. 현재 돌발영상이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내부 구성원들이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는 것은 권력에 순응하고 타협한 YTN 경영진들의 무능 때문이다.

미 : 기억에 남는 '돌발영상 BEST 3'가 있다면?

노종면 : 내가 제작한 것 중에서는 2004년 탄핵을 다룬 돌발영상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만든 돌발영상 중 최장 시간 영상이다. 제작 기간이 길었을 뿐더러, 공도 많이 들였기 때문에 뇌리에 남는다.

또 탄핵 직후 '물도 없어'라는 제목으로 만들었던 돌발영상도 기억에 남는다. 국회의원들이 KBS를 방문했을 때 물도 대접하지 않는다며 따지는 영상이다. 이후 시청자들이 패러디를 만들어 공유를 했고 탄핵 정국에서 유행어가 됐다. KBS 외벽에다 '물은 셀프' '즐쳐드셈' 등의 문구를 넣은 합성 사진들도 기억에 남는다. 돌발영상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던 것이다.

그리고 소소하게 기억이 남는 것은 참여정부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렸을 때, 정세현 통일부 장관과 북한의 당국자가 악수하는 장면을 담은 돌발영상이다. '악수 대첩'이라는 제목이다. 외교관들 사이의 기싸움을 재미있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미 :  돌발영상이 비슷한 포맷의 타 방송 프로그램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이 많다.

노종면 : 그러한 평가들이 돌발영상의 현 주소일 것이다. 배석규 사장을 비롯한 YTN 경영진이 대표 프로그램을 스스로 죽였기에 더한 비판을 받고 있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제 살 깎아먹기'를 하다보니 덩달아 뉴스의 경쟁력도 떨어졌다.

그러나 다른 경쟁사에서 돌발영상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들이 돌발영상의 취지, 의도를 닮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무편집 영상, NG 영상, 국회의원들의 웃긴 영상 등을 합쳐서 내보내지만 이는 돌발영상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정치 개그는 남았을지 몰라도 정치 풍자와 보도로서의 프로그램들은 아니다.

미 : 최근 배석규 사장의 인사에 대한 비판이 YTN 안팎으로 거세지고 있다.

노종면 : 보도 조직의 인사는 보도의 능력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배석규 사장은 직책과 무관하게 자기 사람만 보고 인사를 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최악 중 최악이다. 인사는 곧 보도의 질로 이어질 텐데 새 보도국장이 데스크의 권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을 내뱉고 있다. 창피한 수준이다. 경쟁력 하락보다 더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언론사의 수준일 것이다. 배석규 사장은 수준미달인 사람들을 연차 또는 친소만을 따져 중요 직책에 배치하고 있다. YTN에게 있어서 재앙과도 같다.

미 : 해고자들의 복직은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노종면 : 배석규 사장은 해고자들을 당연히 복직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런 부탁은 결코 하고 싶지 않다. 방송이라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배 사장은 언제나 스스로 '창사의 주역, 방송 전문가'라고 떠들고 다녔다. 지금의 YTN 모습은 어떠한가? 돌발영상을 죽였으면 그에 버금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 그러나 4년 동안 방송 전문가라고 떠들었을 뿐 실상 프로그램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미 :  다른 활동 계획은 없나?

노종면 : 다른 해직자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YTN 정상화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모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대선을 전후로 정치권에 기댄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크게 반성하고 있다. 이 문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바랄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싸워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 싸움의 방법들을 고민하는 단계다.

미 :  YTN 조합원들에 힘이 되는 메시지를 한다면?

노종면 : 오랜 시간 싸웠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지쳤을 수도 있다. 사람이 큰 기대를 하다가 잘 되지 않으면 지치기 마련이다. 외부 변수에 기대왔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금 더 허망할 것이다. 그러나 YTN 조합원들은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싸워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의 상황을 우리 스스로 돌파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임장혁 YTN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장

   
▲ 임장혁 언론노조 YTN지부 공추위원장 ⓒ미디어스
미 : <돌발영상>이 10주년을 맞이했다.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임장혁 : 씁쓸하다. 알찬 내용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송으로 10주년을 자축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돌발영상을 제작했던 이들은 현업에서 쫓겨났다. 돌발영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라 매우 안타깝다.

미 : 최근까지의 돌발영상은 예전과 다르다는 평가가 많았다.

임장혁 : 지금 다른 분이 제작을 하려는 상황에서 평가를 하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방송됐던 돌발영상은 시청자들과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평가가 좋지 않았다.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이 많다.

미 : 기억에 남는 돌발영상 BEST 3가 있다면?

임장혁 : 내가 만족해서 기억에 남는다기보다 돌발영상이 비극을 맞게 된 계기가 됐던 방송들이 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제작됐던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기억에 남는다. 잘했고 못했다는 가치 평가를 떠나 그 돌발영상으로 본격적인 탄압이 시작됐다. 또, '쌍용자동차'를 다뤘던 방송도 기억에 남는다. 그 방송으로 인해 배석규 사장이 제작진을 현장에서 쫓아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이벤트 형식으로 방문해 전시행정을 하려고 했던 것을 담은 돌발영상도 생각난다. 제작하면서 한 나라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후퇴할 수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었고 대통령의 자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 : 돌발영상의 포맷과 유사한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원조가 밀린다는 평가가 있었다.

임장혁 : 그런 얘길 들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 돌발영상이 유사 프로그램을 낳을 정도로 새로운 형식의 보도를 주도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돌발영상을 따라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유사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비판 기능을 담고 있느냐다. 문제는 MB정권 이후에 그런 프로그램들도 비판 기능이 거세됐다는 점이다. 돌발영상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유사 프로그램들이 초기에 가졌던 비판 의식이 살아있다면 좋았겠지만 정권의 압력으로 가십거리만 다루더라.

미 : 최근 배석규 사장의 인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임장혁 : 정상적인 언론이었다면 퇴출됐을 사람들이 배석규 사장 체제하에서는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기자라는 직위를 이용해 부인의 사업을 홍보하는 보도를 하는 등 보도시스템을 유린했던 사람이 정치부장에 올랐다. 성희롱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들이 사회부장으로 왔다. 다른 일반 회사였다면 불이익을 받거나 징계를 받았을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중용되고 있는게 현 YTN의 모습이다. 대놓고 이야기조차 할 수 없는 부끄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미 : 예전의 돌발영상을 다시 볼 순 없을까?

임장혁 : 이번 배석규 사장의 인사 중 돌발영상 제작과 관련한 인사도 있었다. 제작 능력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분이 배석규 체제하에서 언론의 본래 기능인 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롭게 돌발영상을 맡으신 분 입장에서는 강한 의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돌발영상을 무력화해서 사장 자리를 얻은 사람이 예전처럼 돌발영상이 비판적으로 예리해지는 걸 두고 본다는 건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 분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도 걱정이 든다. 그래도 시청자들께선 끝까지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돌발영상뿐 아니라 PD수첩 등 MB정권에서 무뎌지고 없어진 프로그램이 제자리를 찾는 것이 언론 정상화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처럼 사회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들의 부활을 원하신다면 각 언론사들의 경영진 정상화가 급선무라는 걸 널리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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