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국 대전MBC 사장 - 대전MBC 홈페이지 캡쳐
MBC 사장 후보 최종 4인이 결정됐다. 구영회 전 MBC 미술센터 사장, 김종국 대전 MBC 사장, 안광한 MBC 부사장, 최명길 MBC 보도국 유럽지사장이 최종 4인으로 갈무리됐다. 당초 3명의 후보자로 압축할 생각이었으나 동수로 표를 받은 후보자들이 생겨 4명으로 확정됐다.

내달 2일 최종 1인의 후보가 뽑힐 예정인 가운데, MBC 안팎에서는 '김재철 시즌2'가 유지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3명이 아닌 4명으로 후보자들이 압축되면서 9명의 표가 어떤 식으로 나뉘었는지 온갖 추측이 나왔지만 방문진은 비밀 투표였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다만, 동점자가 존재했기 때문에 4명의 후보로 압축이 됐다는 말을 전하기만 했다.

그러나 현재 MBC 안팎으로는 '김재철 아바타' '김재철 시즌2'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김종국 현 대전 MBC 사장이 차기 사장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당 추천 이사들이 '김재철 체제' 유지에 있어 큰 거부감이 없다는 점과 방문진의 6대 3 구조에서는 소수 이사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문진 6대 3구조가 가져오는 불균형

MBC 한 관계자는 "4명의 후보가 추려졌지만 그럼에도 여당 이사들은 김종국 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염두하고 있을 것"이라며 "MBC 내부의 분위기도 섣부르게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김종국 사장 유력설이 파다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방문진의 한 이사는 "주말 전까지 김종국 사장으로 몇 명의 이사들이 결심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표가 어떤 이유로 나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사에게 '김종국 유력설'을 묻자 "비밀 투표였기도 하고 이사들 사이에서 논의가 있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모집요강과 나름의 기준으로 4명을 간추린 것"이라고 전했다.

최종 1인의 후보자 선출까지 사흘 남은 시점에서 '김종국 유력설'이 부상한 데에는 방문진의 6대 3구조가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사장이 되기 위해서는 재적 과반수인 이사 5명 이상의 지지가 있어야 하는데 야당 이사들의 표는 3표에 불과하다. 야당 이사들의 입장이 한 곳으로 모아진다고 해도 2명의 여당 이사들을 설득하지 않는 이상 뜻을 관철시키기는 어렵다. 결국 여당 이사들의 '선택'에 의해서 차기 사장이 임명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의사 결정이 한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언론시민사회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추천 이사 동수로 '사장추천위원회'와 '특별다수제' 도입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방문진의 정치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장 후보 검증과정에서 정치권을 배제한 사회 각계의 참여를 보장하는 등 후보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들을 마련해 진정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며 최대한 합의에 가깝게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방문진 이사들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종국은 김재철의 '아바타'로 남을 것인가

사장 후보 4명은 모두 기자 출신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색깔과 포지션도 조금씩 다르다.

최명길 MBC 보도국 유럽지사장은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거론되기도 했을 정도로 친박 인사로 분류된 인물이고, 사장직에 4번이나 도전하고 있는 구영회 전 MBC 미술센터 사장은 MBC 기자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안광한 MBC 부사장은 김재철 사장이 사퇴한 직후부터 사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그는 "만약 불법 정치파업에 적극 대응하고 사규를 어긴 사람들을 징계하고 사원의 본분을 다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경영진의 책임이라면 앞으로도 일관되게 책임지는 모습을 견지할 것"이라며 '김재철 체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안광한 부사장은 최근 법원의 가처분 결정의 취지를 무시한 인사 배치를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에게 내려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MBC 내부 구성원들과 언론계 인사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김종국 대전 MBC 사장은 임기 시작 1년 만에 MBC 본사 사장직 공개 모집에 응해 지역사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다.

김종국 사장은 2009년 서울 MBC 기조실장 시절부터 전파료 배분과 관련해 지역의 몫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다. 또, 진주·창원 MBC 통폐합에 반대하는 언론노조 MBC 진주지부 조합원 및 일부 간부에 대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현재는 조합원들이 김종국 사장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에 있다.

김종국 사장은 2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재철 사장 밑에서 임원을 하면 모든 이들이 다 김재철 사장의 라인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라며 자신이 김재철 체제의 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통폐합 당시 노조와의 갈등에 대해서는 "그들과 대화도 했으나 (노조가) 물리력으로 끝까지 막아섰다"면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서 진행된 일"이라고 말했다.

내달 2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는 것이 방문진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공유하는 생각이지만 방문진의 6대3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현 상태의 불균형 문제는 계속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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