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다시 맞는 노동절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기존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은 쇠퇴한 반면 역설적으로 시민들의 노동운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급증했다. 희망버스 등의 새로운 현상에 대해 평자들은 '노동없는 노동운동'이란 말로 우려하기도 하고 '노동운동의 새로운 진화'란 말로 희망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그래도 적어도 진보진영에서는 한국 정치의 큰 문제 중 하나가 '노동없는 민주주의'(최장집)라는 것이 '상식'이 된 시점이다. 진보언론의 노동보도 역시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몇 년전과는 사뭇 달라졌음을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만으로 충분한 걸까. 진보언론은 이 정도의 관심을 기울이면 되고 방송과 보수언론의 보도태도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일까. '언론 속 노동문제', 그 지금까지의 성과를 반성적으로 고찰해보기 위해 미디어스는 특집을 시작한다. 특히 한국 언론이 기업 광고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와 기자 개인의 대응의 한계를 축으로 현재 상황을 파악해 보고, 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언론 내에 '노동 전문 기자'와 같은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를 널리 고민해볼 것이다.

TV조선은 20일 <'수난' 대한문 1년간의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리포트를 내보냈다. TV조선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이 수난을 겪고 있다. 시위대와 경찰, 구청 직원들이 부딪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피해를 입는 건 시민들"이라며 대한문 앞 농성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 TV조선 20일 리포트 <'수난' 대한문 1년간의 기록> ⓒTV조선 화면 캡처

이 리포트는 대한민국의 주류 언론들이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을 만하다. 이 보도는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온 근본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을 분란을 조장하는 '가해자'로 시민들을 애꿎은 '피해자'로 상정했다. 반면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자본과 국가 권력의 폭력성은 은폐한다. 이러한 보도 프레임은 보수 언론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노동에 대한 관점이 매우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는 흔히 통용되는 논리이기도 하다.

진보 언론은 어떠한가? <미디어스>는 노동 기획 첫 번째 꼭지 <한국 언론 속 '노동', 이대로 괜찮은가요?>에서 광고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진보 언론의 상황과 그로 인한 '딜레마', 기자 개인의 비전문성으로 빚어지는 갈등 등을 살펴 봤다. 기사가 말해주듯 자본의 시대 속에서 자본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진보 언론의 숙명은 때론 생존의 문제와 상충한다. 그로 인해 진보 언론에서조차 노동 관련 기사가 축소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미디어스>는 대다수 언론이 노동 문제에 취약하다는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노동 전문 기자'가 필요하다는 이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의 고민은 공통적으로 급변하는 자본의 환경과 그로 인해 노동자 삶의 불안정성이 가속화되는 한국의 현실에서 노동의 의제와 현안을 전문적으로 짚어내는 기자가 필요하다는 데서 시작됐다.

경향신문 기자 신분으로 지난해 공인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화제가 됐던 강진구 전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장은 "현재 주류 언론의 노동기사 대부분은 사고와 사건 중심의 기사만을 다룬다"며 "최근 구미 불산 누출 사고처럼 문제가 불거지고 난 뒤에야 기자들이 움직인다. 사후적 보도만 쏟아 내기보다는 일상적인 근로자들의 권리 찾기, 권리 회복 운동 차원에서 접근하는 노동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전 지부장은 "노동자가 사용자에 비해서 힘이 없기 때문에 단체교섭이나 단결권, 단체행동권을 부여한 것 아니겠나? 불리한 상황에 놓여질 수밖에 없는 근로자들의 입장들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보도해야 한다"며 "기자가 단순히 노동을 기업 경영활동의 부수적인 테마로 축소하면 안 된다. 삶의 문제로 바라보는 전문 기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노동 전문 기자의 필요성을 주장한 이는 이창구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장이다. 이 지부장은 "사실상 지금의 전문 기자는 연세가 있어 현장에 출입하지 않는 분들을 위한 자리로 전락했다"며 "노동계의 현안, 노동법 상의 근로조건 등 노동이야말로 독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이고, 전문 기자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그러나 노동이 아닌 부동산·대기업 쪽에만 전문 기자가 몰려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 한국경제 윤기설 노동전문기자의 칼럼. 노동전문기자이지만 대다수가 반(反)노동적인 칼럼이다.

두 인터뷰이들의 공통분모인 노동 전문 기자가 한국 언론 속 모든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노동 전문 기자 도입으로 우리사회의 보수적 시각과 노동에 대한 무관심이 조금이나마 개선이 된다고 하더라도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언론사들의 존재론적 보수성 문제는 다른 '층위'에서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두 인터뷰이들의 문제 제기가 한국 언론 노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를 남겨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작지만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 노동전문기자라는 이름으로 반(反)노동적인 기사들이 일부 경제지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는 현 상황도 우리사회에서 '경제 전문 기자'가 가지는 의미를 곱씹어 볼 이유가 될 수 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이창구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장

▲ 이창구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장

미디어스(아래 미) : 대기업 관련 기사는 쏟아지고 있지만 노동을 제대로 다룬 기사는 보기 힘들다.

이창구 : 첫째로 기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 둘째로 노동현장이 새로운 이슈를 생산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기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노동운동을 이끌어 가는 이들이 노동 관련 이슈를 의제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 부족하는 걸 느낀다. 한겨레, 경향은 그래도 노동 문제를 심화시키는 노력을 꾸준히 하지만 그 이외에는 온통 노동자의 죽음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미 : 기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왤까?

이창구 : 기자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하면 쪽팔린 거다. 기자들은 자기가 노동자가 아닌 줄 안다. 그러나 월급 받는 사람은 다 노동자 아닌가(웃음). 그러면서 월급보다 더 많은 고생을 하고 있잖나? 기자도 노동자이다.

미 : 방금 지적한 것들을 과거와 비교해 보면 어떤가?

이창구 : 예전에는 경찰 정보과 등에서 노동을 담당하는 부서들이 중요한 역할로 여겨졌고 승진도 잘 됐다고 하는데 지금은 대부분 축소되고 사라졌다고 들었다. 있어도 한직이 된 거다. 괜찮은 정보 보고서가 작성돼 위로도 보내지고 이래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분위기가 노동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 '관리'조차 포기한 것이다.

현재 노동 현장과 현안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대부분 경제부서의 2진, 3진들이 작성한다. 노동부나 민주노총, 농림부 등 '돈'이 되지 않는 출입처는 등한시한다. 노동에 대한 무지한 기자들이 노동을 다루게 되니 문제가 없겠나? 지방에서 대규모 집회가 터지면 지방 주재 기자들이 먼저 가겠다고 나서기보다 서로에게 떠넘기느라 바쁘다.

미 : 서울신문 노보를 통해 '노동 전문 기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창구 : 지금의 상황에서는 전문적인 기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전문 기자는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지만 그걸 쉽게 풀어내는 능력과 이해의 깊이, 분야에 대한 열정도 함께 지녀야 한다. 하지만 한국 언론에서 전문 기자직은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오갈 곳이 없어 회사에서 애써 만들어 준 자리에 불과하다. 전문이라는 타이틀이 출입처 경력, 회사 경력으로 부여되는 것이다. 또 정말 필요한 분야인 노동, 환경 등에는 전문 기자가 전무하다. 솔직히 말해서 부동산 전문기자가 왜 필요할까? 안타깝게도 노동이 아닌 부동산·대기업 쪽에만 전문 기자가 몰려 있는 상황이다.

미 : 아직은 이 의제가 진보 언론에서조차 추상적인 상황이다.

이창구 : 시작이 반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종합지나 방송사에서 전문 기자를 양성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예전에 한 언론에서 의학 전문 기자가 나오니까 타 언론들도 따라만들고 그랬잖나. 한겨레의 성한용 선배가 정치부 선임기자로서 역할을 잘 하시니 경쟁 언론사에서도 비슷한 형식으로 선임 기자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노동 전문 기자가 단순히 의무감에서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노동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소신을 가지고 심층적으로 취재해서 기록한다면 유행처럼 번질 것이다(웃음).

덧붙이자면 노동 전문 기자 양성과 지속적인 관심이 산업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도 유리하다. 우리사회에 너무나 힘든 이들이 많기 때문에 작년 대선에서 새누리당마저도 경제민주화를 내세우지 않았나. 이 상황을 한겨레와 경향이 다 소화할 수는 없다. 대형 방송사를 비롯한 주류 매체도 이 문제를 지금처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독자의 열독률을 제고하고 다루는 주제를 확장하는 차원에서도 이 분야의 관심과 전문성 강화는 필요하다. 노동을 탄압하는 쪽, 즉 조중동의 방식으로 매체의 방향을 잡는다면 대중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 : 주변 젊은 기자들이 노동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이창구 : 그 문제는 일단 각 언론사의 노동조합에서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노동 기사를 왜곡하거나 축소하면 냉철하게 비판을 하고 좋은 기사가 나오면 칭찬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요 포스트에 노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앉게 되면 기자 개인이 노력을 하더라도 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누가 편집국장이 되고 사회부장이 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방송사는 더욱 그러하다. 이게 아마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런 이들을 사내 주요 포스트에 올라갈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노동조합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시키지 않고 취재 기자가 관심이 없고 가도 얘기가 안 되기 때문에 쓰지 않는 거다.

미 : 노조 차원에서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나?

이창구 : 새롭게 들어오는 기자들에 대한 교육의 수준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친구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제대로 된 노동 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세대다. 우리나라 교육은 노동쟁의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는 걸 제대로 가르치질 않는다. 언론재단에서 수습기자들을 교육할 때 주로 하는 것이 '선배와의 대화', '어떻게 하면 기사를 잘 쓰는가' 등으로 국한된다. 이보다는 노동에 대한 강의를 한다든지 노동운동가를 초빙해 한국 노동의 흐름을 짚어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만큼 노동은 본질적이고 중요한 영역이다. 다른 지부와도 노동 교육에 대한 콘텐츠를 공유해야 할 것이고, 언론노조도 지부의 기획들을 받아 어떻게 교육 콘텐츠를 다양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강진구 노무사(전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장)

▲ 강진구 전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장 ⓒ언론노조
미 : '노동 전문 기자'를 가장 먼저 꺼낸 것으로 알고 있다.

강진구 : 사실 얘기만 뱉었을 뿐 구체화된 것은 없다. 점점 부담이 되고 있다(웃음). 현재 주류 언론의 노동기사 대부분은 사고와 사건 중심의 기사만을 다룬다. 최근 구미 불산 누출 사고처럼 문제가 불거지고 난 뒤에야 기자들이 움직인다는 말이다.

산재 문제에 관련해 '하인리히 법칙'이란게 있다. 현장에서 사고가 터질 정도면 수백 수천가지 징조와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그런 부분을 거의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산재예방이나 산업 안전보호를 말하지 못하고 터져난 사고에 대한 사건 중심 보도, 발생한 노조파업에 대한 보도, 법원 선고 보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사후적 보도만 쏟아 내기보다는 일상적인 근로자들의 권리 찾기, 권리 회복 운동 차원에서 접근하는 노동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노동 전문 기자의 필요성을 꺼낸 것이다. 노무사가 된 것 역시 여기에서 비롯됐다.

미 : 현재 언론에서 나오고 있는 기사를 볼 때 어떤 느낌을 받나?

강진구 : 예를 들면 대부분의 노사 갈등을 다루는 보도는 '균형'을 말하며 양비적 관점에서 사안을 접근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 노동자가 사용자에 비해서 힘이 없기 때문에 헌법에서 단체교섭이나 단결권, 단체행동권을 부여한 것 아니겠나? 불리한 상황에 놓여질 수밖에 없는 근로자들의 입장들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보도해야 한다. 기자가 단순히 노동을 기업 경영활동의 부수적인 테마로 축소하면 안 된다.

헌법 21조가 규정한 언론의 자유는 공적 여론의 다양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본은 자기 스스로 대변할 수 있는 통로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노동 내부, 특히 비정규직과 같은 취약 계층은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매체가 전무하다. 자본 힘에 의해서 언론이 포위되는 현재의 모습은 언론 스스로 헌법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미 : 진보 언론의 담론에서도 노동 전문 기자는 생소한 것 같다.

강진구 : 한겨레는 예외적으로 노동을 담당하는 기자들끼리 경쟁을 통해 노동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언론사에서 노동부는 선호하는 출입처가 아니다. 또, 노동부를 담당하는 출입기자들의 교체가 다른 곳에 비해 잦다. 노동문제에 대해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줄고 있다. 경향이나 한겨레는 종합지 중에서 노동을 별도의 전문영역으로 특화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 역시 사후적 관점에서 다뤄지고 있다. 노동은 삶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 : 특히 언론들이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다고 보는가?

강진구 : 놓치고 있다기보다 노동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라는 점이 더욱 강조가 돼야 할 것이다. 세력과 세력간의 부딪힘, 이해관계의 조절, 이익 충돌의 문제로만 바라보면 기사는 축소되기 마련이다. '노동은 기본권'이라는 인식하에서 사안을 넓게 본다면 노동은 경제적인 생활 보장의 영역을 넘어서 우리의 인격권까지 아우르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인식 위에서 작성되는 노동 관련 보도와 기사는 얼마든지 다양해질 수 있다.

미 : 논문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강진구 : 공정보도를 위한 언론 노동조합의 파업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주제로 하는 논문이다. 공정보도, 객관보도라는 가치를 언론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보게 되면 파업 행위는 노동법 상 쟁의행위가 된다. 근로조건으로 보지 않으면 비쟁의행위로써 정당성을 따져 봐야 한다.

논문을 쓰면서 공정보도를 근로조건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참 많이 고민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노조가 특정한 주장이나 이념을 반영할 목적으로 공정보도를 주장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는 것이지만 객관보도, 공정보도, 사실보도를 위한 파업은 근로조건으로 봐야 한다. 편집 종사자에 있어서 이는 근로 내용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근로의 내용을 변경하려고 하는 시도를 막거나 또는 예방하기 위한 의미에서의 파업은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을 위한 정당한 쟁의행위로 봐야 한다는 내용이 논문에 담겨 있다. 자세한 것은 직접 논문을 보라(웃음).

미 : 언론사야말로 비정규직 외주화의 문제 등 노동을 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강진구 : 신문의 경우 핵심적인 기능을 빼고 나머지는 전부 다 아웃소싱을 하는 모습이다. 조중동 같은 경우는 많은 부분을 외주화했다. 지방 일간지 같은 경우는 자체 윤전기를 가지고 있는 곳이 없다. 편집부, 사진부, 컴퓨터 오퍼레이터 등의 영역도 구조조정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언론사의 콘텐츠 제작이나 생산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기사가 풀빵 찍어내듯 만들어지며 기자라는 직업도 고도의 정신 노동이 필요하지 않는 단순 반복의 노동으로 일원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해 MBC의 파업 때 논란이 됐었지만, 시용 근로자 채용은 언론 자본이 더이상 기자와 PD를 전문적 영역의 직업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비정규직으로 채용을 하고 외주화해도 방송은 돌아간다는 게 사측의 논리 아니겠나. 그러나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언론 본연의 기능은 퇴색될 것이다. 공공성을 강화하는 언론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 : 지난 5년은 노동자들에게 가혹한 계절이었지만 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은 향상됐다는 평도 나온다.

강진구 : IMF 이후에 양극화 문제가 사회에서 감내하기 힘든 임계점까지 다다르다보니 상대적으로 비정규직들의 권리의식 향상이 됐던 것 같다. 진보 언론의 노동 기획 기사들도 과거보다 풍부해진 측면도 있다. 노동에 가혹한 정권이었던 MB 정권 때 역설적으로 노동 보도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하게 된 것 같다. 언론 노동자들도 그동안 노동 문제를 타자화해 왔지만 스스로 파업을 통해서 노동이 남의 문제가 아니고 자기의 문제라고 하는 인식이 강화되기도 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언론사 기자들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기본권과 근로기준법의 무법지대가 될 수밖에 없었던 곳이 언론사였다. 자신들이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는 '선민의식'을 버리고 노동자성을 강화해야 한다.

미 :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노무사의 일은 계속할 생각인가? 아니면 경향신문으로 돌아갈 생각인가?

강진구 : 최초로 노동 섹션을 만들고 노동 전문 기자로서 그 섹션을 책임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노무사 수습을 하면서 느낀 건 '전문'자(字)를 붙이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노동 전문 기자 대신 노동 담당 기자 정도로 폭을 수정을 하고 있다(웃음). 그러나 아직도 섹션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섹션을 채워나가기 위해선 나름의 내공이 필요할 것 같다.

경향신문 내부 경영진이 노동 전문 영역을 따로 만들 정도로 내 생각을 공유할지 불확실하다. 남은 수습 기간 동안 노동 섹션을 채울 수 있는 콘텐츠를 구체적으로 구상해서 회사 인사권자들에게 보여주는 일은 내 몫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사건 위주, 노동조합의 이슈가 아니라 일상적인 근로자의 권리로서 노동이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주제로 지속적으로 기사를 쓸 생각이다. 노무사의 일도 병행할 수 있다면 반드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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