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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산업재해'편, 시사프로 존재이유 보여주다잇따른 산재 속에서 '위험의 외주화' 집중조명…PD "압력 없었다"
김도연 기자 | 승인 2013.04.24 14:21

오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The International Commemoration Day for Dead and Injured Workers)'이다. 한국에서는 추모의 분위기가 쉽게 느껴지지 않고 있다. 매년 수천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등 여느 국가보다도 기본적 안전 관리가 미흡함에도 말이다.

대기업 책임자들의 의무 방기와 사회의 무관심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구미, 삼성물산, 여수산단 대림산업 사고 등 대규모 산업재해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음에도 한국의 언론은 사상자의 수에만 사후적으로 주목을 할 뿐, 원인과 진단에 대한 분석을 주저한다.

특히 공영방송의 모습은 '묵언수행자'에 가까웠다. 공영방송이 자본과 권력의 눈치를 보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에 시청자들의 외면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MBC <PD수첩>이 23일 방송한 <나는 위험을 하청받았다>는 공영방송의 날카로운 시선이 여전히 우리사회에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 MBC

산업 폐기물의 마지막 처리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

<PD수첩>은 2006년부터 대기업의 산업 폐기물을 처리한 김 모씨의 제보를 소개했다. 김씨의 회사는 대기업의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의 여과 장치를 세척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세척을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연기는 철근을 부식시키고 장비가 망가질 정도로 위험했지만 김씨는 원청업체로부터 물질의 성분과 처리 방법 등을 하달받지 못했다. 김씨의 회사는 폐기물 처리 허가도 받지 못한 회사였다.

김씨의 회사에 여과장치 청소 하청을 준 C사는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는 여과 장치를 만들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기업이다. 전문가, 김씨의 제보 등을 통해 <PD수첩>은 세척의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들이 반도체 제작 과정에 투입되는 유해 가스와 독극물의 혼압물질이라고 밝혔다. 이 물질의 성분은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었지만, 성분폐기물 처리의 1차 책임자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폐기물인지 알지 못했다"며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대자본 기업들은 자신들이 처리하게 부담스러운 일, '더러운 일'은 하청으로 넘기는 방식을 통해 책임을 떠넘겼다. <PD수첩>이 김씨로부터 제공받은 동영상 속에서 세척의 최종 처리를 하던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는 점에서 이날의 방송은 사회적 약자의 생명권을 나 몰라라하는 자본의 추악한 민낯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 대림산업 폭발사고로 큰 화상을 입은 하청업체 노동자 -

한국, 위험사회로 진입했지만..

이 밖에도 <PD수첩>은 대림산업 폭발 사고를 다루며 폭발에 노출된 하청업체 직원들의 처참한 업무 환경을 고발했다. 대림산업은 정비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기기 전 가스와 폭발성 물질의 찌꺼기를 물세척 등의 과정을 통해 공정에서 모두 빼내야 했지만 비용과 시간의 문제 등을 이유로 이 과정을 부실하게 마무리 지었다. <PD수첩>은 지난해에도 대림산업에서 가연성 가스에 의한 폭발이 있었다는 점을 짚으면서 원청업체의 총체적인 안전 관리 부실을 비판했다.

또, 원청업체의 안전 관리 부실로 인해 한국의 노동환경이 노동자 개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고도의 '위험사회'로 진입했지만, 누구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지난 1월 15일 대우조선해양에서는 건조되던 선박이 무너지면서 1명의 노동자가 압사했고 9명이 큰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2월에도 19살의 신입 노동자가 추락사했다. 피해자들은 역시 하청노동자였다. 기술과 경험이 전무한 2-30대가 하청을 받아 해양 플랜트 제작 현장에 투입되고 있었던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하청업체 직원들을 관리하는 업무도 하청업체에 맡기며 위험을 협력업체에 전가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에 대해 "신입사원이라는 점과 사고 원인은 무관하며, 안전을 회사 경영의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안전에 대한 투자 및 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만을 전했다.

원청업체는 벌금형만…'기업살인법' 도입 고려해야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고 있을까? <PD수첩>은 대우조선해양에서 2009년과 2010년 각각 6명,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동종 업계보다 사고율이 6배 높다고 지적하면서 2009년 여름 대우해양조선이 받은 처벌은 1500만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최고 책임자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PD수첩>은 2012년 여름 LG화학 청주공장의 폭발 사고(19일 동안 8명의 노동자들이 잇따라 사망)를 예로 들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 사안과 관련해 법원은 1심에서 공장장과 실무진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법인에게는 벌금형만 내렸다. <PD수첩>은 영국의 '기업살인법'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법을 통해 최고 책임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영국에서는 기업살인법으로 산업재해 건수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김형윤 PD "대기업 취재 어려웠다"

<나는 위험을 하청받았다>를 제작한 김형윤 PD는 24일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통을 시청자들께 전달하고 싶었다"며 "(취재를 통해) 여수산단 같은 곳에서 폭발·누출 사고가 일어났고 그 희생자가 외주 하청업체 노동자에 집중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취재 과정의 어려움'을 묻자, 김 PD는 "무엇보다 산재에 대해서 기업이 사실을 숨기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들이 그러는 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산재 피해자들도 접촉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기업과 합의가 됐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지난 170일 파업을 겪으면서 취재 선택과 아이템 선정에 제약이 알게 모르게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MBC 안팎으로 많이 약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PD수첩이지만, 저희를 믿고 제보를 하신다면 정말 성심성의껏 만들겠다. 마지막으로 현재 많은 PD들이 밖에 나가있는데 이 분들이 다시 들어와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김형윤 PD - <PD수첩> 화면 캡처
 

김형윤 PD

1. 어제 피디 수첩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향이 있는 것 같다.

아직 잘 못 느끼고 있다(웃음). 출근하느라 시청자들의 반응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2.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혹시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에 맞춘 것인가?

사실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인지하고 기획한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서 조금씩 이슈가 되고 있었던 '위험의 외주화'를 다루고 싶었다. 제작진과 관련해서 이야기하다가 직전에 제보가 들어온 것을 바탕으로 제작하게 됐다. 그 분께서 동영상을 제공하면서 얘기를 하셨고 그걸 보면서 방향을 잡고 가게 됐다. 여수산단 같은 곳에서 폭발·누출 사고가 일어났고 그 희생자가 외주 하청업체 노동자에 집중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취재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대기업도 많이 거론됐다. 
 
많이 있었다. 무엇보다 산재에 대해서 기업들이 사실을 숨기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 중 인터뷰를 잘한다는 삼성전자도 인터뷰를 응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 외의 기업들도 무성의한 답변서만 제출했을 뿐이다. 기업들이 그러는 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산재 피해자들도 접촉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기업과 합의가 됐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했다.

4. PD수첩이 오랜만에 제 이름값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그런 평가에 대해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최근 들어서 여러가지 내부 어려움으로 인해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다. 사회에서 힘을 가진 세력, 기득권과 붙어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고발성이 강한 취재가 없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이번 방송 아이템은 우연히 하게 됐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소극적이던 팀장, 국장님들도 허용을 해줬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이템이 통과될 수 있을까'라는 자기 검열을 하기도 했다. 취재를 하면서 압력은 없었다. 예전 PD수첩을 하던 느낌으로 취재를 했다.

5. 현재 PD수첩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말씀드리기는 뭐하지만, 구성원들이 고통 중에서 길을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6. 앞으로는 어떤 주제를 다뤄보고 싶은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교육 개혁 정책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이번 방송을 계기로 더욱 열심히 고발방송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웃음).

7. 시청자들에게 하고픈 말은?

지난 170일 파업을 겪으면서 취재 선택과 아이템 선정에 제약이 알게 모르게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선의의 제보자가 급감했다. 그렇다보니 내부의 사안을 제대로 듣기 어려웠다. 이번 방송을 통해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면 다시 힘을 얻고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MBC안팎으로 많이 약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PD수첩이지만, 저희를 믿고 제보를 하신다면 정말 성심성의껏 만들겠다. 마지막으로 현재 많은 PD들이 밖에 나가있는데 이 분들이 다시 들어와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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