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앞에서 국민행동본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단체' 주최로 집회가 열렸다. MBC가 광우병 선동방송이라며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미디어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이 이를 '보수단체' 집회로 명명했지만 사실 집회를 취재하는 기자들도 고개를 갸우뚱해 한다. 그들의 반대편에 선 '안티MB' 회원들과 아고라 네티즌들을 '진보'라 규정하고 '보수-진보 맞불집회'라고 구도를 만든 것 또한 꺼림칙하기는 마찬가지다.

SBS '보수-진보 충돌' 보도…폭력이 핵심 아닐까

▲ 6월20일 SBS <8뉴스>.
20일 저녁 SBS <8뉴스>는 이날 집회를 '보수-진보 충돌'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리포트의 앵커멘트는 다음과 같다.

"오늘(20일) 오후에 보수단체와 진보단체 회원들이 광우병 관련 보도를 둘러싸고 MBC와 KBS 앞에서 충돌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MBC 앞 집회'라는 제목으로 보수단체와 아고라 회원들간에 충돌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KBS는 관련뉴스를 보도하지 않았다.

SBS의 경우 국민행동본부 등은 보수단체로, 안티MB 등은 진보단체로 단순화한 것인데 이날 집회의 양상은 '진보 대 보수의 대결'이라는 구도로 단순화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 6월20일 MBC <뉴스데스크>.
우선, 리포트의 초점이 양측의 욕설과 몸싸움에 맞춰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날 집회에서는 폭력적인 양상이 두드러졌다.

물론 '안티MB'회원들도 물리적 충돌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수단체 회원들은 MBC 방송센터 남문 앞에 집회 신고를 내놓고 그곳에서 2백여 미터 떨어진 MBC 정문 앞으로 가서 '안티MB' 회원들과 충돌했다.

경찰은 신고한 집회 장소로 옮기라고 분리를 유도했지만 곳곳에서 일어나는 산발적인 충돌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MBC 카메라기자는 보수단체 회원에 밀려 사다리에서 떨어졌고 진보신당 칼라TV를 생중계하던 중앙대 진중권 교수는 험한 욕설에 폭행까지 당했다.

일주일 전, 고엽제전우회 MBC 난입 때도 마찬가지

이른바 '보수단체'’의 폭력집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3일 고엽제 전우회는 MBC 앞에 가스통을 싣고 가 물리력을 행사했다. 일부는 담장을 넘어 내부까지 난입했다.

이날도 SBS는 '보수단체와 진보단체가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리포트 중 "건물 진입을 시도하다 전경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는 내용도 있지만 영상은 평화적 집회 장면만 보도됐다.

이날 KBS는 '상반된 집회'라는 제목으로 앵커 단신으로 양쪽의 주장을 전했고, MBC는 '촛불반대 시위'라는 제목으로 이들의 주장을 전한 바 있다.

상식 대 비상식, 반정부 대 친정부의 대결로 봐야

"없는 광우병을 있다고 하는 세력들은 공산당과 다를 바가 없다"는 주장은 보수라기보다 시대착오적인 '비상식'에 가깝고 "친노무현 좌빨들은 가라"는 구호 앞에서는 이번 집회 구도가 차라리 친정부 대 반정부 간의 대결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 광우병대책위는 이들 '보수단체'들을 관변단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 20일 오후 '광우병 선동방송 MBC 규탄대회' 사회를 본 라이트코리아 봉태홍 대표. ⓒ정은경
촛불집회 참석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참여 인원도 비교가 안된다.

방송뉴스에서 촛불집회와 동급으로 쳐주는 것 자체가 균형이 안 맞는다는 얘기다. '보수단체'의 방송사 앞 집회를 전하면서 '진보 대 보수의 대결'로 구도를 단순화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이들 '보수단체'들의 집회는 촛불집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폭력성'을 동반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모르지 않을 방송뉴스는 '진보-보수의 충돌'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있다. 상반된 여론을 균형 있게 보도할 필요는 있지만 양적 균형에 머물러서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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