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이사장 김문환)가 오는 18일 정기이사회에서 김재철 전 MBC 사장 후임 공모 일정을 확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방문진 여·야 이사들은 지난달 29일 김재철 전 MBC 사장의 후임 논의를 이사회 자리에서 꺼냈지만, MBC 결산을 위한 주주총회의 일정 때문에 4일로 논의를 미뤘다. 4일 정기이사회는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이 'MBC 사장 공모 일정' 자체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아 공모 일정이 논의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진행됐고, 이사회가 끝나고 열린 간담회에서는 '사장선임 절차'에 대한 여·야 이사들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후 여당 추천 김광동·차기환·박천일 이사가 7일부터 6박 7일로 프랑스 칸으로 출장을 떠나 이사회가 열릴 수 없었다. 김재철 전 사장이 지난달 27일 사퇴한 후 20일이 넘도록 공모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방송문화진흥회. ⓒ뉴스1

18일 정기이사회의 안건은 △MBC 대표이사 선임 △MBC 편성제작본부 업무 보고 △방문진 감사결과 보고 등이다. 하지만 사장공모 절차 논의가 순탄하게 진행돼 확정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사장 공모'에 대한 여당 이사간 입장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사장추천위원회나 공청회 개최 등을 언급하며 현 공모 절차에 의문을 제기했던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15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세부적인 것까지 논의가 될 것인지 확신할 수 없고 만약 이견이 있다면 한두 번 더 논의를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안광한) 사장직무대행 체제는 검토할 수 있는 의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엄기영 사장 사퇴 때는 4일 만에 공모가 시작됐다'고 말하자, 김광동 이사는 "엄 전 사장은 2009년부터 사장의 자질 문제와 관련해 부적절하다는 논의가 사퇴 이전부터 있었다"며 "반면 김재철 사장의 경우, 거취 논의가 여·야 모두 의견이 맞았던 것은 올해가 처음 아니었나. 지난해 해임안들은 야권 이사 3인만 참여했었다"고 말했다.

여당 추천 김충일 이사는 "(18일에 사장선임 일정을)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사장 공모가 미뤄진 데에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장 해임 후유증도 있었고 이사들 출장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충일 이사는 "MBC 사장이 선임되는 게 바람직하고 사장직무대행 체제가 오래가는 건 좋지 않다"면서도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사장직무대행 체제로 가야겠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는 논의를 해야지 당장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여당 추천 김용철 이사의 경우는 사장선임 논의 필요성에 대해 두 이사들보다는 확고하다. 김용철 이사는 "사장직무대행 체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지난 이사회에서는 이사들이 합의를 하지 못했지만 이번 이사회에서는 잘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당 이사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사장직무대행 체제의 불안정성을 공감하는 이사들과 이를 대안으로서 인식하는 이사들로 나뉘는 상황이다. 이렇게 방문진 여·야 이사들이 사장선임 일정과 관련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동안 안광한 MBC 사장직무대행은 '보도전략부' 신설과 같은 조직개편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원직 복직을 판결받은 조합원들을 또 다시 일선 업무에서 배제하고 있다. 해결되지 못한 노사의 갈등과 MBC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하루바삐 사장이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야당 추천 선동규 이사는 "MBC라는 거대 조직에서 사장이 공석인 상태는 비정상적인 것"이라며 "MBC호의 선장이 부재한 상태에서 일이 손에 잡히겠나. MBC의 안정적인 운영과 경영을 위해서는 조직 체계의 정점이 안정이 돼야 하는 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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