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박승규)가 그동안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논쟁을 빚었던 '정연주 사장 퇴진' 구호가 적힌 만장을 철수하기로 했다. KBS본부는 또 '정치 독립적인' 사장 선임을 위한 국민참여형 사장선임제 추진에 향후 투쟁의 힘을 모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본부는 지난 1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KBS 본관 주변에 설치했던 정 사장 퇴진 만장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KBS본부는 20일 발간한 특보를 통해 "투쟁의 우선 순위를 차기 사장 선임 제도화에 맞추기로 함에 따라 본관 앞에 설치해 놓았던 정 사장 퇴진 만장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며 "본관 앞에서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의 요청과 회사 안팎의 여론 수렴, 그리고 그 동안의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KBS본부는 본관 앞 만장을 철수하되 일부는 '공영방송 사수 의지'를 담은 깃발과 함께 회사 내부에 옮겨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 다음 아고라 누리꾼들과 시민들이 KBS 본관 앞에서 'KBS 표적감사 반대'와 '공영방송 수호' 촛불 인간띠 잇기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뒤쪽으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에서 설치한 '정연주 사장 퇴진' 구호가 적힌 만장이 세워져 있다. ⓒKBS
KBS본부는 또한 현재의 정국과 상황 변화에 대한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향후 투쟁을 정치 독립적인 사장 선임 제도화에 맞추겠다고 선언했다. 가칭 '국민참여형 사장선임 제도'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며 향후 간담회 등을 통해 시민단체,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구성원들의 총의를 물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KBS본부는 특보에서 "정 사장 반대, 퇴진 요구라는 조합의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되, 현 시기 투쟁의 우선 순위는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고 정치 독립적인 사장을 선임하기 위한 '국민참여형 사장선임 제도'를 만드는 데 두겠다는 의미"라며 "최종 목표는 정치 독립적인 사장을 선임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사장 선임 과정에 시청자들의 참여 폭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KBS본부는 'KBS 지키기'에 나선 촛불집회 참석자들에 대해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공영방송 사수'와 '정연주 사장 지키기'가 등식화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KBS본부는 특보에서 "대다수의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구조 개편 정책이 잘못됐고 방송 독립 훼손이 싫다는 의지를 '정연주 지키기'라는 구호로 표현하고 있다"며 "일부 사내외 정 사장 옹호 세력들만이 본질이 어떻거나 말거나 '사수 정연주'라는 구호에 환호하고 이를 정 사장 임기 보장에 이용하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은 KBS 역사상 처음 본관 앞에서 촛불을 들고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는 순수한 열정의 촛불시위대에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