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방송 이사장 영담 스님 ⓒ법보신문 김규보 기자
불교방송 이사장인 영담스님의 '해임안'이 상정된 이사회가 과반의 이사들이 불참해 열리지 못했다. 이로 인해 영담스님에 대한 해임안 건은 오는 19일 이사회에서야 논의될 예정이다.

12일 오후 2시 서울시 마포 불교방송 사옥 15층에서 이사회가 소집됐으나 21명의 이사 중에서 10명의 이사만 회의장을 찾았다. 과반인 11명에 한 명이 부족해 이사회는 개최되지 못했다. 당초 재가 이사뿐 아니라 조계종 스님 이사 6명까지 이사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서 해임의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11일 상황은 반전됐다. 향적·원산·종상·종하·정념·장적 스님 등 조계종 스님이사들은 11일 간담회를 열고 "영담 스님에 대한 비위혐의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6명 스님의 대표로 참석한 장적 스님은 "12일 이사회의 이사장 해임안 사유로 제시한 '경영파탄'과 '파벌조성' 등은 모두 스님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는 영담 스님에게 직접 소명을 들은 결과"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8일 불교방송 이사회가 꾸린 진상조사소위원회의 감사 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진상조사소위원회는 "조사결과 불교방송의 수입으로 해야 할 돈이 한중불교협회로 넘어간 정황이 발견됐다"며 "당시 회계에 관련한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밝혔다. 10억 원에 가까운 자금 흐름이 불투명하다는 것. 기자회견 후 태도가 바뀐 조계종 스님이사들은 불교방송 이사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스님 이사들이 돌연 기자회견을 열어 이사장을 보호하고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이사회에 불참한 데에는 스님 이사들 간에 정치적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특히 19일 이사회에서 영담 스님이 신상발언을 통해 거취를 밝힐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불교방송 노동조합(위원장 정영신)은 12일 성명을 통해 "조계종 스님 이사들께서 영담 스님을 위해 아름다운 퇴로를 열어주신 높은 뜻은 알겠다"면서도 "그냥 자비심을 베푸시는 것과 분명히 단죄를 한 뒤에 자비심을 베푸시는 것은 분명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주시는 것은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불교방송 노동조합은 "소위원회의 감사.조사결과를 두고 난데없이 또다시 '승가모독'이란 단어를 들고나오시다니 참으로 절망적인 판단이다. 소위는 스님들께서 구성하라고 하셨고 스님들께서 직접 추천하신 대표기구"라며 "공개토론회를 통해서 조계종 호법부를 비롯 불교방송 직원, 언론계, 불교시민사회단체, 국민들이 공개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불교방송의 한 이사도 1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계종 승려들과 영담 이사장과 어떤 대화가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불교방송은 공영방송이다. 그동안 조계종 스님들이 주축이 돼 사장이 제대로 경영을 하지 못한 채 1년도 못 가서 교체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이사는 "조계종 스님들이 불교방송을 생각하는 마음이 달라져야 한다"며 "스님을 중심으로 나뉘어진 파벌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원칙과 절차로 불교방송이 정상화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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