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스페셜 인형소녀 '캐나디'를 계기로 본 아이템 우려먹기의 현실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소개된 사례가 전혀 없는 소위 진짜배기 '아이템'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흔히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 만큼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TV를 통해 자주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을 접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동일한 소재의 아이템이라고 해도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과 전달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이전의 프로그램과 현저히 다르다면 그리 큰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시청자입장에서 동일한 내용을 우려먹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분명 시청자를 대하는 제작진의 역량 혹은 고민 부족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청자는 반드시 프로그램 마지막에 올라가는 스텝 스크롤과 제작사를 확인해 보고자 하는 이상한 욕망(?)을 가지게 된다. (최소한 필자는 그렇다.)

지난 6월 16일(금)에 방송된 <MBC스페셜 인형소녀 '캐나디'>의 TV 예고편과 인터넷상의 관련 보도내용을 접하면서도 역시 같은 소재를 우려내고 있음을 감지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원발성왜소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캐나다의 어린 소녀에 관한 이야기로 이미 2007년 6월 17일 MBC의 <잡지왕>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어 반향을 일으켰던 사례가 있다. 또 그해 3월 2일에도 SBS <신동엽의 있다! 없다!>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사례가 더 발견되었다. (당시는 미국 ABC에서 방영된 내용을 소개)

꼭 1년 전 자사 채널에서 방영되었던 사례를 후속취재가 아닌 동일한 형식으로 또 프로그램화 하여 방영했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례야말로 소중한 지상파 전파낭비의 전형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고 하겠다.

물론 2007년 <MBC 잡지왕>에서 소개된 이후 한참의 시간이 흘러 이후의 변화 과정을 소개한다던지 혹은 당시의 주인공에게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던지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후속취재를 위한 프로그램이었다면 상황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MBC스페셜>의 경우는 그저 이전에 소개된 내용을 좀 더 길게 늘여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 2007년 1월 8일 - 미국 abc 방송에서 소개된 Kenadie Jourdin-Bromley에 관한뉴스

이러한 경우라면 이미 해외의 수많은 방송에서 우리나라 미디어보다 훨씬 오래전에 취재를 통해 소개를 했으며 별반 다를 것 없는 내용이라면 해당 프로그램을 선택 구매해서 국내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굳이 해외취재를 통해 제작하고 소중한 전파를 활용해서 또 다시 방영한 것은 '아이템 우려먹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라고 생각된다. 가능하다면 이러한 동일한 아이템과 소재를 벗어난 전혀 새로운 <MBC 스페셜>을 기대한다. <MBC 스페셜>이 기존 토요일에서 금요일로 방영시간대도 옮기고 새롭게 홈페이지도 개편한 것처럼 방송의 내용적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변화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아이템 우려먹기'까지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얼마 전 잡지나 신문에서 습득한 정보의 내용을 고스란히 지상파 방송에서 접하게 되면 우리나라 방송들의 정보제공 능력과 내용의 한계성을 실감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는 주로 오락 교양 프로그램에서 발견되는데 특히 아침생방송 프로그램과 저녁 시간대의 정보 프로그램에서 자주 발견된다.

내용을 보면 대부분 '신기하고' '흥미롭고' '재밌고' '즐거운' 것들이 주요 아이템으로 소개된다. 따라서 일부 아이템은 경쟁채널에서 방송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며칠 전 혹은 얼마 전에 신문과 잡지 혹은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소개된 사례를 다시 가공해서 소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 스텝과 작가들의 아이템 선정 및 기획구성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누구나 인터넷 검색 몇 번이면 찾아낼 수 있는 정보를 새로운 그리고 좋은 것이라고 시청자에게 선보이는 것은 경쟁력 있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마인드가 부족하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다.

지난 5월 22일 <MBC 생방송 화재집중>에 소개된 '땅끝 마을 백화점'의 사례를 통해 해당 아이템이 어떻게 방송되었는지를 유추해 본다. 이날 소개된 아이템은 전라남도 해남군 북평면 영전리에 위치한 한 구멍가게에 관한 이야기였다. 주요 내용으로는 시골의 한 구멍가게에 없는 것 빼고 이곳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있는 만물백화점이라는 내용과 그곳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내용이 방송되기 13일전 발행된 한겨레신문사의 <한겨레21> 5월 9일자 (709호)에도 똑같은 제목으로 동일한 내용이 소개됐다. 단순히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필자가 생각한대로 <한겨레21>의 기사내용을 바탕으로 제작사에서 취재를 했을까? 그 명확한 해답은 알 수는 없겠으나 필자는 이 사례를 보면서 방송제작 스텝들의 아이템에 대한 고민부족 그리고 새로운 정보를 찾고 그것을 시청자에게 제공하겠다고 하는 사명의식의 부족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참고링크 : http://www.hani.co.kr/section-021027000/2008/05/021027000200805090709013.html)

▲ '한겨레21' 5월 9일자 (709호)에 소개된 “땅끝마을 백화점”

'땅끝마을 백화점'에 관한 기사는 사실 <한겨레21>보다 훨씬 먼저 2005년 1월 3일 <오마이뉴스>에서 "바닷가 작은 '백화점'서 '맥가이버'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김준 기자에 의해 취재된 사례가 있다. 이후 전라 광주지역의 방송에도 소개된 사례가 있기도 한 나름대로 알려진 '백화점'이다. 따라서 <MBC 생방송 화제집중>에서의 방송에 대해 굳이 딴지를 걸 이유는 없다.

단지 필자는 이와 같은 동일한 아이템 활용에 있어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좀더 깊이 있는 고민과 생각 그리고 많이 높아진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려한 경쟁력 있는 영상 콘텐츠의 개발을 당부하고 싶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남이 이미 다루었던 그리고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마치 처음인양 시청자를 우롱하고 작은 사실을 크게 포장함으로써 시청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편향된 방송은 하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이제 방송 아이템 우려내기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방송 콘텐츠개발을 위한 창의적인 시각을 가진 제작자 양성과 노력을 경주하도록 하자. 또한 오늘날 시청자의 눈은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그것 이상 높아져 있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전 세계 정보를 아우르는 시각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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